3조나 쓰는 항만재개발, 전문가 없는 관주도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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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나 쓰는 항만재개발, 전문가 없는 관주도 사업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10.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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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주도 대표사업 골든하버, 6년째 투자유치 제로
면적 5배 큰 부산 북항 2단계사업, 전문가들 “불확실성 높아” 우려

(엔지니어링데일리) 조항일 기자 =2조5,000억원 규모의 부산 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 사업자 공모가 발표된 가운데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사업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주도로 진행되는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부산 동구와 중구 일원 219만8,594㎡급 대규모 지역에 3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 노후화된 항만과 배후지역에 대한 개발을 병행, 원도심 회복으로 해양복합도시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해수부는 내년 2월 10일까지 사업자공모를 실시하고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2030’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중인 대부분의 항만재개발 사업이 대부분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주도 형태인만큼 해수부가 주도하는 부산 북항 2단계 사업 역시 장밋빛 미래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항 복합개발 사업 골든하버다. 인천항만공사가 주도하는 골든하버 사업은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 배후단지를 개발하는 것으로 약 6,700억원을 들여 43만㎡ 규모의 부지를 개발해 쇼핑몰, 리조트 등을 유치, 해양문화관광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2013년 이후 양해각서(MOU) 3건, 투자의향서(LOI) 15건 등이 있었지만 실제 민간투자는 6년간 단 한건도 없었다. 용지면적과 땅값의 경쟁력이 인근의 송도 내 상업지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총 9개지구로 나눠져 있는 골든하버는 용적률이 350~500%, 건폐율은 70%에 그친다. 이를 적용하면 건물 높이는 3~15층에 불과하다. 3.3㎡당 800만원에 달하는 높은 지가는 덤이다.

한 도시계획 엔지어는 "타당성 조사를 만족시켰다 하더라도 항만재개발에 조성되는 시설들의 유기성, 용지비율 등에 따라서 투자 메리트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애시당초 관주도가 아닌 도시계획 엔지니어와 같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면, 밑그림을 제대로 그렸다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인천항만공사는 당초 올해부터 매각에 들어가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용도변경 등을 우선적으로 단행해 경쟁력을 갖출 방침이다.

부산 북항 2단계 항만재개발의 경우 골든하버보다 약 4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 투입된다. 개발면적도 5배에 달한다. 항만재개발은 항만과 도시재개발이라는 서로 성격이 다른 분야가 복합된 고차원 사업인데다 원활한 투자유치가 사업성패를 가르는만큼 치밀하고 계획적인 밑그림이 필수적이라는게 항만, 도시계획 엔지니어들의 설명이다.

한 항만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주도 항만재개발이 성공했거나 순탄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며 “부산 북항 2단계의 경우 초대형사업인데 지금까지 사례로 볼 때 향후 순탄할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특히 관주도의 경우 항만재개발의 성격이 공공성을 우선하다보니 주거나 교육 보다는 환경, 휴양, 체육 등 시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당초 항만재개발의 목적에 절반만 부합하는 ‘반쪽짜리’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 북항 2단계 재개발의 경우 공공시설 용지가 45%, 공원 녹지비율이 15%로 친환경적인 요소가 60%를 차지하는 반면 상업 업무시설 30%, 주거비율은 10%에 그친다. 비율만 놓고볼 때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메리트가 떨어지는 구조로 향후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 도시계획 엔지니어는 “부산 북항의 경우 현재의 개발구조로 볼 때 골든하버처럼 투자를 못 받을 수도 있다”며 “항만재개발의 경우 항만과 배후시설의 연계가 중요한만큼 전문가의 손길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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