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O시장 ‘출사표’ 던진 대한민국, 세계가 주목하는 ‘다크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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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O시장 ‘출사표’ 던진 대한민국, 세계가 주목하는 ‘다크호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9.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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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전 공정 리드, 국가수익도 극대화
전문가들 "개도국 등서 영향력 넓힐 수 있어"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FEED와 함께 고부가가치 분야로 주목받는 총괄사업관리(PMO) 시장에 한국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세계 유수의 글로벌 엔지니어링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와 도화엔지니어링 등 민관이 함께한 ‘팀코리아’는 지난 24일 페루 정부가 발주한 ‘페루 쿠스코-친체로 PMO 신공항 사업’의 계약을 체결했다.

총 사업비 5억800만달러, 약 6,000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에서 팀코리아는 PMC 대가로 약3,019만달러(약355억원)을 받는다. 이중 민간 대표 엔지니어링사로 참가한 도화엔지니어링은 해당 금액의 41%에 달하는 150억원을 따냈다.

한국공항공사와 도화엔지니어링 등 팀코리아가 PMO 방식으로 수주한 페루 친체로 신공항사업이 조성될 부지./도화엔지니어링
한국공항공사와 도화엔지니어링 등 팀코리아가 PMO 방식으로 수주한 페루 친체로 신공항사업이 조성될 부지./도화엔지니어링

▲10개국이 독점한 PMO, 시장점유율은 30%

PMO 분야는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불모지에 가깝다. 국내 건설업의 특성상 시공이 엔지니어링보다 상위에 위치한 상황에서 엔지니어링사가 사업 전과정을 리드하는 PMO 형태는 사실상 국내에서는 발붙이기가 어려운 구조다.

우리가 여전히 제도와 환경에 발목이 잡힌 사이 글로벌 PMO 시장 점유율은 해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엔지니어링협회 정책연구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CM/PM 100대 기업의 매출은 237억8,000만달러(약 28조원)로 전년 대비 7.4% 늘어났다. 이 중 해외 매출은 55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23%, 전년대비 26.8% 늘어나면서 해외발주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대부분이 AMEC, 벡텔 등 세계 10위권에 위치한 엔지니어링사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PMO로 발주된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한 경험은 있지만 PMC가 된 것은 이번 친체로 신공항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13년 도화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이 오만 철도 사업에서 스페인 컨소시엄과 이파전을 벌였지만 로비에서 밀려 최종계약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2조4,680억원 규모의 인천대교가 PMO 사업으로 발주됐는데 당시에는 영국 AMEC 등 해외 엔지니어링사들이 이를 주도했다.

해외 글로벌 엔지니어링사들이 PMO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고효율에 있다. PMO의 효율성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프로젝트가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부르즈칼리파다. 우리에게는 당시 세계 최고높이의 ‘마천루’로 알려진 건물을 삼성물산이 시공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엄청난 효율성을 거둔 것은 PMO 컨소시엄 주관사였던 네덜란드의 아카디스(영국 디지존스앤파트너스+미국 터너)였다. 당시 이들은 2억달러를 챙겼는데 투입된 엔지니어가 100여명으로 인당 생산성이 200만달러나 됐다. 반면 1만여명이 투입된 시공사 삼성물산은 인당생산성이 4만5,000달러로 상대적으로 5배가 적었다.

국가적 수익으로도 영향력이 막대하다. PMO는 사업초기 기획단계부터 완료, 운영까지 사업 전과정을 발주처를대신해 수행하는만큼 공정별 업체선정에 막강한 권한을 얻을 수 있다.

김용구 도화엔지니어링 해외본부장은 “PMO 방식으로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이후 시공이나 운영관리 등 업체 선정에 있어서 사실상 우리기업들의 참여를 넓힐 수 있게 된다”며 “이번 친체로 공항사업도 PMO 금액은 전체 금액으로 보면 얼마 되지 않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시공권을 우리기업에게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도적 한계, 민간확대 소극적 ‘발목’

이번 친체로 신공항 수주로 PMO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이미 전세계 유수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인만큼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이 단기간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개선되지 못한 제도 및 인식 개선이라는 지적도 많다.

PMO 시장에 대한 로드맵은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 2010년 정부는 ‘엔지니어링 산업발전방안’을 모색했는데 당시 내용을 살펴보면 2020년까지 세계 5대 엔지니어링 강국을 기치로 세계 시장점유율 8.0%, 글로벌 200위 기업 20개, 고용 20만명을 목표로 했다.

당시를 기점으로 목표 달성 원년이 되야할 내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그러나 세계 시장점유율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200위 기업과 고용창출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상 당시 로드맵이 실패가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엔지니어들은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성장을 막는 제도장치들을 문제접으로 꼽고 있다.

A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개선을 요구해 왔던 대가 현실화 문제와 낙찰률 상승 등 문제가 올해들어서야 겨우 그 결실을 맺고 있다”며 “시공사 위주의 정책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을 용역, 하청으로 여기는 이런 기본적인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PMO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PMO 시장의 민간에 대한 개방이다. 특히 관료제 문화가 뿌리깊게 박혀 있는 우리에게 PMO 방식의 사업발주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B 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발주처들은 PMO 방식의 발주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PMO를 하게되면 마치 자신의 권한을 포기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귀띔했다.

이어 “PMO의 경우에는 수주실적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국내 기업들이 참가를 해본적이 없는데 입찰에 참가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시범사업 형식으로라도 국내 발주처들이 PMO 발주를 해야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이 이를 경험하고 또 실적을 쌓아야 해외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환경 속, 특유의 친화력으로 틈새시장 공략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PMO 시장에 대한 노크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에는 정부와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미 EPC와 같은 ‘레드오션’에 머물러 있는 엔지니어링업계의 생존을 위해서 PMO, FEED와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의 정면돌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불행중 다행인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가 과거 중동지역에 편중돼 있던 것에서 동남아를 비롯해, 중남미, 아프리카 등 SOC사업의 보고로 불리는 지역으로 다각화 되고 있다.

특히 이들지역의 경우 기술력이 떨어지는만큼 대부분 PMO 방식의 발주가 점쳐지고 있어 지금부터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의 환경 여하에 따라 관련사업을 연이어 수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가능성도 높다.

김 본부장은 “페루의 경우 친체로 공항 이전에 펜아메리칸게임 건설을 PMO 방식으로 발주하면서 향후에도 관련발주를 본 사업방식으로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이 PMO 수주실적을 거두게 되면 향후 개도국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내 엔지니어들의 특유의 적응력이 PMO 사업수주에도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C사 엔지니어는 “해외 엔지니어사의 경우에는 계약에 명시된 내용만을 이행하는 반면 국내 엔지니어들은 발주처의 입장을 고려한, 계약내용에 없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경향이 짙다”며 “이러한 점이 해외 발주처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키는데 PMO 실적만 쌓게되면 이런 점이 점수표에 없는 플러스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10대 글로벌 엔지니어링사가 독점한 PMO 시장이지만 한국 엔지니어 특유의 친화력으로 향후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친체로 신공항 계약체결 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화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은 세계 10대 글로벌 엔지니어링사가 독점한 PMO 시장이지만 한국 엔지니어 특유의 친화력으로 향후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친체로 신공항 계약체결 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화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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