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100만원과 맞바꾼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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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100만원과 맞바꾼 삶의 질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0.04.21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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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벌어본 적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돈이다. 그러나 일단 취업해서 지옥철타고 출퇴근하는 사회인이 되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금액이다. 나라는 소중한 개인의 가치를 제공해 100만원 받는다고 하면 만족할 사람은 없다.

코로나19가 전세계에 복지사회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이나 우리와 액수만 다를 뿐 올스톱된 경제를 살리겠다며 국민에게 재난기금을 주겠단다.

하루 수만명의 코로나19 의심자를 검사하며 발빠르게 대처했듯이 우리는 또 그들보다 빠르게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소득상관 없이 도민 전체에 10만원, 그리고 각 시에서 또 자체적으로 각출해 추가로 지원해주고 있다. 415 총선이라는 변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자체의 장점을 발휘해 전세계에서 코로나19 재난기금 지원이 가장 빨랐다.

지자체가 선수를 치니 이제 정부가 전국민에게 돈잔치를 준비중이다. 정부는 소득분위를 하위 70% 국민들에게 100만원을, 전국민에 돈주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은 금액을 낮춰서라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100만원이 됐던 얼마가 됐던 그 얘기를 하자는게 아니다. 정부가 돈 마련을 위해 국방비와 SOC, ODA 등 분야에 손댔다는게 문제다. 코로나19 피해가 해외에서 더욱 극심하니 ODA 감액은 그렇다 쳐도 국민안보와 삶의질을 향상시키는 국방, 인프라 분야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현 정부의 안보관, SOC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방비의 경우 F-35A 스텔스 전투기, 해상작전헬기, 이지스함 등 최첨단 핵심 전력 구매비용 9,000억원을 감축했다. SOC는 포항~삼척 철도 건설, 보성~임성리 철도 건설, 서해선 복선전철 등 철도사업 예산 5,500억원이 줄었다. 정부는 올해 불용이 예상되는 예산을 감축한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전염병으로 펜데믹까지 선포된 마당에 모든 예산이 예정대로 추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빚 없는 추경을 위한 정부의 선택도 잘 알겠다. 그런데 SOC는 매번 희생양이 돼왔다는게 문제다.

이전 정권들은 연간 25조원정도의 SOC 예산을 책정해왔고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현정부는 이를 대폭 감액해 평균 17~18조원으로 수준으로 맞춰왔다. 애시당초 건설산업 자체를 그냥 적폐로 낙인찍어버리고 국민복지 향상이라는 취지 아래 줄여버린 예산은 생산성 하나도 없는 돈주는 복지로 써버렸다. 그나마 작년에는 경기침체로 SOC발 경기부양 목소리가 커지면서 겨우내 20조원을 넘겼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예산이 19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100만원은 분명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미친 물가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이마저도 지역화폐면 대형마트는 못쓰고 하여간 제약이 많다. 그리고 작금의 사태보다 더한 위기상황이 오면 그땐 100만원이 아니라 더 많이 줘야할 수밖에 없다. 돈 주는 복지가 이래서 위험하다.

SOC는 어떤가. 노후화는 있지만 고쳐쓰면 된다. 한번 깔린 도로, 철도, 공항은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 파괴되지 않는한 사실상 영구적이다.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한번 건설하면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 보이지 않는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다. 관리비용이 들지만 이번 2차 추경금액인 7조6,000억원까지 들진 않는다. 1968년 지어진 경부고속도로는 당시 429억원을 쏟아부었고 900만명이 동원된 혁명적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얼마전 국내 자산가치 12조원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 됐다.

한국의 이번 코로나19 대응에 전세계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 속된말로 ‘국뽕’이 차오르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해외 수많은 나라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왔다. 외국인들이 나오는 TV프로그램 보면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어디든 편하게 갈 수 있는 촘촘하게 깔린 지하철, 아무데서나 터지는 와이파이 등 한국형 SOC의 위대함에 놀라는 그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너무 당연하고 익숙한 풍경들이라 그런걸까. 소중함을 모른다. 정부는 그러면 안된다. SOC를 경제부흥의 첨병으로 띄워주는 척하고 평소에는 홀대하는 수레바퀴를 그만 끊어야 한다. 최저시급도,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돈 주고 생색낼 시간에 관련 유튜브라도 한번 더 보길 바란다. 한번 지어놓으면 충직하고 우직한 SOC를 더 이상 호구잡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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