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 대신할 기술제안…진입장벽+위상강화 함께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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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키 대신할 기술제안…진입장벽+위상강화 함께 높아진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12.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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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엔지니어링사에 대한 지배력 약화될 듯
턴키전문사 직격탄↔취약분야 실적 쌓기 어려워져

정부의 정책방향이 턴키발주 금지에 따른 대안으로 기술제안이 급부상하면서 엔지니어링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턴키전문사는 직격탄을 맞고 도로에 한정된 중견급 엔지니어링사는 신규분야 실적 쌓기가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형사의 경우 건설사가 아닌 정부가 설계를 발주하면서 높은 낙찰률과 함께 진입장벽 수성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위상강화와 낙찰률 상승 기대
2007년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된 기술제안은 행복도시, 여수박람회에 한정적으로 사용되다가, 올해 국토부가 중점추진과제로 선정하고, 서울시가 ‘턴키금지’를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기술제안은 실시설계를 일괄입찰하는 턴키와 다르게 기본및실시설계를 분리발주하는 것으로, 시공사는 설계도서를 바탕으로 공사비, 공기, 공사관리 등에 대한 기술제안서를 제출해 평가받는 방식이다. 즉 턴키시 건설사가 발주하던 실시설계를 정부가 직접 발주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 턴키 낙찰률이 대부분 70%인점을 고려할 때 분리발주로 인한 일반설계로 전환될 경우 설계대가는 80%대가 높아지게 된다. 특히 턴키로 인해 90년대 중반 이후 건설사의 하도업체로 전락한 엔지니어링사의 위상강화에도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턴키는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일감도 확대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경쟁이 가열된 지금은 낙찰사가 투입된 인건비 정도를 챙겨가는 수준이고, 탈락한 곳은 마이너스 수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반설계로 발주되면 적정한 엔지니어링대가를 확보할 수 있고, 더 이상 건설사에 종속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즉 어차피 건설할 시설물이라면 턴키보다는 일반설계가 엔지니어링업계 전체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형사 ↗, 중견사 ↘, 턴키전문사 ↓
기술제안의 활성화될 경우 턴키전문사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턴키 대가가 총사업비 대비 2% 수준인데 반해, 일반설계후 기술제안 대가는 0.4%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기술제안은 설계보상비 규정조차 없어 낙찰되지 못할 경우 건설사에서 제대로 된 대가를 챙겨줄 수 없게 된다.

E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턴키전문사는 일반설계에 들어갈 실적이 없는데다 구조, 지반 등에만 특화된 전문엔지니어링사인 경우가 많다"면서 "현시점도 턴키 물량이 줄어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는데, 이나마도 일반설계로 전환될 경우 사실상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건설사가 턴키제도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게 문제지, 기술력을 중시한다는 취지의 턴키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지 못한 중견사도 기술제안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수자원, 상하수도, 도시계획, 항만, 철도 등 도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가 진입장벽이 높은 PQ로 인해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턴키는 민간발주로 실력만 있다면 실적이 없어도 설계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일반설계는 철저하게 실적과 전관의 힘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즉 턴키의 소멸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이 현시점보다 크게 좁아지는 것이다.

반면 각 분야별로 독점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사의 경우 기술제안으로 인한 수혜를 받게 된다. 중견사들이 턴키를 통해 실적을 쌓지 못해 진입장벽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고, 정부발주로 채산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N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술제안은 턴키비리 차단이 주목적으로 건설사와 발주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로 사실상 정책담당자가 엔지니어링파트에 미칠 영향력까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일괄입찰이 분리발주로 선회했다는 사실이 엔지니어링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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