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함지훈 평화엔지니어링 전무 “한국구조엔지니어 팔뚝힘으로 필리핀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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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함지훈 평화엔지니어링 전무 “한국구조엔지니어 팔뚝힘으로 필리핀을 묶는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0.10.28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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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7,000개의 섬, 대충 봐도 10개의 대형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인구만 1억1,000억명에 달하는 나름 큰 나라다. 하지만 아무리 대형섬이라도 섬과 섬을 연결하는 교량은 전무해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닿지 않는 곳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경제발전은 요원한 일이고, 극단주의 이슬람무단장체가 창궐을 해도 이렇다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국토를 묶는 장대교량이 필리핀의 미래라고 생각해 주요 섬 간 해상장대교량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테이프로 3조4,000억원 규모의 바탄~카비데 교량을 낙점했는데 한국의 평화엔지니어링이 설계를 따내며 필리핀 교량사업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바탄~카비데 교량의 PM인 평화 구조부 함지훈 전무를 만나 한국 교량의 현재와 미래를 들었다.

함지훈 평화엔지니어링 전무
함지훈 평화엔지니어링 전무

-경간장이나 수심이나 연장이나 난이도가 상당할 듯한데

현재 기술력으로 사장교 경간장은 1km 가량을 최대치로 보고 있다. 바탄~카비데는 연장 32.2km로 경간장이 1,800m, 주경간이 900m에 수심 50m로 건설된다. 사실상 전세계급 기술력이 투하되는 프로젝트다.

-수심 50m에 교각을 건설하는 것은 상당한 고난이도라고 보는데

수심이 50m면 주탑은 300미터 수준이다. 여기에 사업구간이 환태평양 조산대로 지진을 고려해야 하고, 태풍 발생지역이다보니 내풍설계도 최고수준으로 해야 한다. 인천대교만 해도 경간장이 800m지만 내풍과 내진을 생각한다면 현 프로젝트의 난이도가 훨씬 높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인천대교 구간은 수심이 20~30m에 불과하지 않은가.

-기술력이 최고수준인데, 이 정도를 설계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사는 몇 개나 되나

유럽, 미국, 일본, 한국으로 전 세계 10개 내외로 보면 된다. 한국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평화엔지니어링을 포함해 2~3개 수준이다. 평화는 국내 최고의 구조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어, 인도 강가교량, 터키 제3보스포러스, 차나칼레, 파드마 같은 역대급 교량을 설계했다. 특히 차나칼레는 주경간 2,023m로 전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은 어떻게 고난이도 교량기술을 갖게 됐나

2000년대부터 시작된 턴키/대안, 즉 기술경쟁이 주된 요인이다. 전 세계의 교량기술을 연구해 프로젝트에 녹이면서 기술력이 급격히 높아졌다. 기술력은 경쟁을 통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프로젝트 수주와 탈락을 통해 온몸으로 체감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국책사업으로 선정된 초장대교량 연구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이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는데 터키와 인도, 방글라데시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나름 승승장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필리핀은 교량시장은 어떻게 내다보나

현시점에서 필리핀은 가장 뜨거운 교량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국가 역점사업으로 지정한 교량만 해도 30개에 달한다. 필리핀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섬과 섬 사이가 수십킬로미터에 달한다. 여기에 내풍, 내진, 수심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첨단 구조기술력이 필요한 초장대교량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이번에 수주한 것만 해도 공사비가 3조4,000억원이고 설계비만 700억원이다. 700억원이면 500명 규모 엔지니어링사 1년 매출이다. 당연히 전 세계 내로라하는 교량엔지니어링사는 필리핀에 몰려들고 있다. 한마디로 필리핀은 초장대교량 각축전이자 진검승부의 장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도 경쟁이 상당했다고 들었다

평화엔지니어링은 미국의 T.Y.LINE과 컨소시엄을 맺었는데, 경쟁자가 덴마크 Ramboll, COWI, 일본 오리엔탈, 프랑스 Systra, 영국 ARUP 등 예전 같으면 우러러 볼만한 세계적 엔지니어링사였다. 예전에는 초장대교량은 선진엔지니어링사가 독식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4파전 경쟁을 뚫고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우리가 수주한 프로젝트가 설계에서 끝나지 않고 시공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한국 시공사도 충분히 초장대교량을 시공할 수 있는 실력과 실적이 된다.

-구조엔지니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수학을 좋아하고, 일을 좋아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이 석사 이상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끝까지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사실 잘나가는 구조엔지니어는 전 세계가 먼저 알아주기 때문에 탐구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한다면 성과는 분명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2012~2017년까지 참여했던 브루나이 PMB교량이다. 엔지니어링사가 발주자를 대행하는 PMC를 국내 최초로 수행한 프로젝트다. PMC는 기획에서 감리, 유지관리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을 다루다 보니 새로운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됐다. 사실 고부가가치 시장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PMC영역인데 아직 한국은 경험이 없어 고전하고 있다. 이 사업을 5년간 수행하는 동안 나 자신을 포함해 한국 엔지니어링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

-한국의 교량시장은 어떠한가

한국은 섬주민 5,000명만 되도 장대교량을 건설할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 쉽게 말해 한국은 선진국인 셈이다. 특수교량 천국 일본도 웬만한 섬은 장대교로 모두 연결하지 않았는가. 반면 2억5,000명이 사는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가장 큰 섬인 자바와 수마트라가 연결되지 않았다. 필리핀도 1억1,000만명인데 어디 제대로 된 교량하나 있나. 장대교량은 결국 해외가 답일 수밖에 없다.

-세계 교량시장을 전망해 달라

우선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위시한 동남아가 주력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순다프로젝트만 200조에 달하고, 필리핀 섬 연결은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 당장 세계지도를 펼쳐봐라. 대륙과 대륙, 섬과 섬, 강, 산맥 등 여기를 연결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곳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게 전 세계 10여개 엔지니어링사만 수행할 수 있는 교량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상 무궁무진하다.

-해외사업시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해외를 떠나, 엔지니어에게 자율성를 주고 사업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만 해 달라. 그것 외에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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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2020-11-18 16:22:48
"해외를 떠나, 엔지니어에게 자율성를 주고 사업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만 해 달라. 그것 외에 크게 바라는 것은 없다." ===> 정말 와닿는다. 제발 열심히 하는 엔지니어들 위에 군림해서 온갖 갑질하고 규제하고 발목잡고 '용역'이라고 무시하고 그러지좀 말아달라, 정부 관계자들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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