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성장 비결… 기술+인재 ‘하이브리드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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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성장 비결… 기술+인재 ‘하이브리드 엔진’
  • 정장희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01.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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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미래예측, 경영전략수립… 돌파구는 ‘신성장동력사업’ 발굴
기술개발로 전문화, 차별화… 과감한 해외인재영입 등 해외시장진출 가속화

[인터뷰] 동부엔지니어링 이문규 대표이사

작년 인천공항 3단계, 도담~영천 등 국내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며 수주 10위를 기록한 동부엔지니어링. 동부가 올해에도 그 기세를 몰아 ‘글로벌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엔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SOC불황 속에서도 ‘기술개발’과 ‘인재육성’을 통해 동부를 이끌고 있는 이문규 사장을 만나 그의 경영철학과 동부의 신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 기술연구소,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의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 동부엔지니어링 이문규 대표이사

- 동부는 SOC발주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실적을 이루고 있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먼저,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동부만의 경영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스탠다드 경영계획’을 바탕으로 장기, 중기, 단기 별 미래상황을 예측해 실효성 있는 경영전략을 수립해왔다. 현재의 인력, 조직, 역량, 기술 등 자원을 활용해 인력투자, 기술개발 등을 실행한다고 가정, 5년 뒤 국내외시장에서 동부가 차지할 위치를 미리 예상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기준에서 현재 동부의 기술수준이 70%라면 5년 후에는 80%가 된다는 등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가 있다. 이처럼 5년 장기계획을 바탕으로 3년 중기계획을 수립, 이를 기반으로 당해 연도 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매년 경영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체크하고, 선진사의 사례를 참고하며, 미비점을 찾아 개선해 나간다.

- 동부의 경영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이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2008년 취임 당시 2013년 시장상황을 예측, 장기적 전략을 수립했다. 비록 2009년 4대강사업 덕에 반짝 호황을 누리겠지만 그 후 절대적으로 SOC물량이 줄어들어들 것이라 판단했다. 남북경협이라도 대규모로 확대되지 않는 이상, 엔지니어링시장 규모 축소는 불 보듯 뻔했다.

당시 우리는 ‘신성장동력사업’을 돌파구로 설정, 다음해부터 곧장 실행에 옮겼으나 막상 국내SOC수주난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결국 해외사업진출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궁극적으로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기술을 확보해야겠다고 확신, 과감하게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술개발에 투자했다.

이처럼 동부의 임직원들과 함께 기술혁신, 경영혁신을 통해 동부의 3대 이니셔티브인 ‘글로벌화’, ‘전문화’,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불황으로 다음해 발주량 감소가 예측될 때 타사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쓰는 것과 사뭇 다르다.
엔지니어링, 건설 모두 SOC시장 규모가 줄어들 때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구조조정을 선택하기 쉽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은 지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산업으로서 미리 인재에 투자해야한다. 인재가 없으면 회사도 없다고 확신한다. 때문에 구조조정이라는 단기적 처방보다 기술개발과 인재육성이라는 중장기적 솔루션에 투자하고 있다.

- R&D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없다. 그러나 단순히 PQ가점을 위해 R&D에 투자하는 업체들도 부지기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R&D투자에 가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당장 수주가 목마른 업체들은 PQ가점을 위해 해외기술을 사오는 선택을 하게 됐다. 기업들은 PQ가점을 위한 억지투자가 아닌, 실질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에 자발적으로 투자해야한다.

반면, 동부는 기술연구소를 설립, 기술개발 중장기 10년 계획을 세우고 ‘신성장동력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와 같은 R&D투자로 ‘도로경관디자인’ 특화기술을 확보해 ‘VR평가시스템 특허등록’을 얻었고, 2011년 1개, 작년 4개 총 5개의 신기술을 취득한 바 있다.

-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동부의 해외진출 사례와, 최근 국내엔지니어링사가 주목하고 있는 PMC, EPC 방식에 대한 입장은.
2010년 해외사업부서 설립 당시 3~4년 이내에 본부규모로 확장해 글로벌사업을 궤도위로 올리겠다고 계획했다. 이를 위해 언어장벽, 정보수집 한계 등 리스크를 극복하고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축해야한다고 본다. 또한, 해외진출은 리스크가 분명한 도전과제다. 때문에 해외사업 초기 3년은 규모는 작지만 증가추세에 있는 EDCF 등 ODA사업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작년 해외사업 실적은 약 45억원으로 현재, 알제리, 세네갈, 파키스탄, 베트남 등지에서 사업 중이다. 올해는 ‘현지 우수협력사 및 에이전트 발굴’, ‘동남아,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영업망 확충’, ‘현지발주 MDB사업 적극참여’ 등 세부 실행계획을 세워, 해외수주 목표 110억원을 달성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 선진엔지니어링기업 PARSONS社에서 20년 정도 근무한 바 있는 레바논계 미국인을 영입, 1월1일부터 근무 중이다. 중동, 동남아 등 해외현장에서 PM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풍부한 인적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만큼 확대 간부회의에 부사장급으로 참석하고 있다.

또한, 동부의 3대 이니셔티브 ‘글로벌화’, ‘전문화’, ‘고부가가치화’는 PMC사업의 취지와 상당히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현재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상수도, 알제리에서 철도 PMC용역을 하고 있다. 국내업체에게 이런 불어권 아프리카 시장은 도전하기 쉽지 않는 지역이다. 그러나 역으로 블랙벨트라는 생각으로 이 같은 미개척시장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은 규모가 작은 만큼 해외사업 같이 리스크가 큰 분야에서 자칫 한 번의 실수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따라서 비록 특정 종목에 강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를 발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속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 R&D가점을 비판한 바 있다. 엔지니어링산업 발전을 위해 기타 제도적으로 개선해야할 사안이 있다면.
아직도 PQ의 규제가 엄청나다. 도로 등은 완화됐지만 대부분 지자체사업에서 상위3개사들을 위한 2~3파전이 전개된다. 소하천정비를 예를 들면, 국가하천이나 지방하천 실적이 풍부하더라도 소하천실적이 없으면 PQ에서 걸린다. 이는 국도와 지방도를 설계한 업체가 면도 설계사업에 참가자격이 없다는 논리와 같다.

중소규모업체 입장에서는 좋은 인재를 영입, 육성하더라도 이러한 수많은 제도적 장벽에 부딪친다. 일은 엔지니어가 하는 것인데, 경력과 실적이 많은 업체들만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넌센스다. PQ용 인력보다 실질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력을 평가해야한다.

국내 엔지니어링 선진업체들은 글로벌전문기업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동시에 좁은 국내시장에서는 진입장벽을 걷어내고 능력있는 중소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해야한다. 이는 중산층시대, 중소기업상생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추구하는 바와 동일하다고 본다.

인터뷰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문규 사장은 기술개발과 인재육성에 대한 의지가 어떤 국내 엔지니어링 CEO보다도 남달랐다. “해외시장진출이라는 숙명적인 도전을 차별화된 기술개발과 글로벌 인재육성으로 실현할 것이다.”

한편, 이문규 사장은 미래시장상황을 내다보고 경영대책을 수립하는 전략가형 CEO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통찰력을 바탕으로 그는 동부뿐만아니라 국내SOC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 엔지니어링 역량강화야말로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해외건설수출 규모가 650억달러라지만 대부분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손에 남는 것은 5~10% 껍데기일뿐 알맹이가 없다. 결국 고부가가치 영역인 엔지니어링이 해외에 나가야만 한다. 세계시장의 1.2%에 불과한 엔지니어링의 글로벌경쟁력 강화야 말로 대한민국 SOC산업의 당면과제다.”

대담 정장희 기자 / 정리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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