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엔지니어링사 85% “올해 거점 국가는 방글라데시, 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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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엔지니어링사 85% “올해 거점 국가는 방글라데시, 페루”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2.03.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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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71%, EDCF 사업 선호…안정적인 기성 지급이 핵심
경쟁 과열로 저가 투찰, 불공정 영업은 지양해야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해외건설 수주 누계액이 9,000억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계속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재유행과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올해도 다시 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한 투자 확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세계 인프라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비해 엔지니어링업계의 해외 진출은 부족한 실정이다. 진출 국가도 동남아, 남미 등으로 제한적이고 해외 선진엔지니어링사와 경쟁에서도 밀리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엔지니어링업계 발전과 폭넓은 해외 진출을 위해 7명의 국내 엔지니어링사 해외사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업체들의 진출 전략과 정책적 요구사항, 업계 내 필요한 부분 등을 조사했다.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선호 이어져

올해 해외 진출 거점 국가는 방글라데시와 페루가 차지했다. 설문에 참여한 엔지니어링사 85%는 올해 해외사업 거점 국가로 동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와 남미의 페루를 선택했다. 이들은 기존 진출국인 방글라데시와 페루에서 수주를 강화하고, 이를 거점으로 인접국까지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선호하는 국가로 동남아 국가에서 캄보디아, 베트남 등도 언급됐다. 상대적으로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는 이미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진 상태다. 도로, 철도 등의 실적을 바탕으로 대형 교량, 신도시 등 대규모 사업에도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성장세를 보이며 인프라 사업 발주도 늘어난데다가 수익성도 양호해 선호되고 있다. 다만 베트남, 필리핀은 신규 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아 아쉽다는 답변도 있었다. 

남미에서는 공항, 상하수도 등 신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꾸준히 발주되고 있고 한국의 국가 브랜드도 인정받는 편이라 상대적으로 진출이 용이하다는 평가다. 현재 페루에 진출한 업체들이 많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남미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업체는 물리적인 거리와 언어 장벽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남미 진출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엔지니어링사 57%는 아프리카 진출을 가장 선호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동남아나 남미에 비해 조세제도를 포함한 규제, 법적 절차가 까다롭고 언어와 이동 거리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에서 엔지니어들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치안 상태나 정치적인 불안정도 이유로 들었다. 

▲기성 지급이 안정적인 대외협력기금(EDCF) 사업 선호

해외에 진출한 엔지니어링사 중 71%는 여러 발주처 중에서 EDCF 사업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기성 지급이 안정적이고 자금 집행에서 투명성이 보장된 발주처인 만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 간 경쟁이고 해외 사업 실적 등 별도로 요구하는 사항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입찰 과정이 평이하기 때문이다.

선호하지 않는 발주처에 대해서는 답변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한 업체는 AFDB와 WB 사업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사전 정보 입수가 어렵고 사업 규모가 적은 것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또 다른 업체는 WB가 사업 계획에서 현지인 엔지니어와 한국인 엔지니어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곤란을 겪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AIIB도 적은 예산으로 사업이 발주돼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이와 함께 총 5개 업체가 해외 국가의 재정 사업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성 지급 지연, 예산 확보 불안정성, 투명성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제시됐다. 특히 정치적 불안정과 수금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높아서 피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이 실질적 도움

설문에 참여한 모든 엔지니어링사는 국가의 해외진출 지원사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해외건설 시장개척자금 정책과 인건비 지원 사업 등 금융 지원이 71%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팀코리아 등 정부의 직접적인 참여도 업체의 57%가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해외로 진출할 때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한다면 발생한 비용이 모두 매몰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금융 지원과 수주 지원단 등의 직접적인 보조가 도움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았다. 엔지니어링사 71%는 국가 간 조세협약, 코이카나 유사 기관이 파악하는 현지 정보 등 정보 공유에 대해 정부가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현지 지사나 네트워크가 부족한 국가일수록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과 경제‧개발 협력 방문 시 경제사절단에 엔지니어링사 참여, 해외 발주처의 기성 지급 지연에 대한 개입 등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지원사업 규모나 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대답도 85%에 달했다. 현 정부의 신남방‧북방 정책 기조에 따라 ODA 사업 규모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도 늘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팀코리아를 통한 G2G 사업 추진 확대도 언급됐다. 국내 엔지니어링사는 부족한 PMO 실적 등 해외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정부와 함께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저가 투찰 지양, 공정경쟁 지향…국가대표 자격 잊지 말아야

설문에 참여한 7개 업체 모두 업계에 하고 싶은 말로 국내 업체 간 과도한 입찰 경쟁으로 저가 투찰이나 불공정 영업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진출 국가가 한정된 상황에서 EDCF 사업 등 제한 경쟁을 펼치다 보니 업체끼리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네거티브 영업이나 무리한 선물 공세 등 로비활동도 벌어지며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기도 했다. 특히 해외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한 저가 입찰이 진행되면서 프로젝트 품질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해외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엔지니어링사 대표들끼리 공정한 경쟁을 다짐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 최근 불거졌던 EDCF 가나 테치만 상수도사업 뇌물 의혹 등 입찰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일이 생기면서 업계 내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해당 모임에 참여한 A엔지니어링사 대표는 “해외에서는 단순히 사업에 참여한 회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참여한 국가대표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면서 “초기 진출 단계인 지금 우리가 국가 브랜드를 잘 만들어놔야 후발주자들도 편하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업체 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프로젝트별로 컨소시엄을 맺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쟁 구도가 성립돼있어 기본적인 정보도 나누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영향력을 확보한 국가가 다르고 정보 공유도 이뤄지지 않아 신규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었다. B엔지니어링사 부서장은 “영업전략을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국가 정보나 입찰 자료 등은 충분히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경쟁자이기 이전에 해외에서는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원팀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C엔지니어링사 대표는 “한국 엔지니어링 기술 수준은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지만 실적, 영향력에서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 제 살 파먹기식 경쟁은 다 같이 망하자는 것”이라며 “영업과 사업 수행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필요할 때는 우리끼리 엔지니어 공유도 하면서 한국 엔지니어 실적과 실력을 키우는 시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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