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6 규모 한국 ODA…동남아 시장서 국가 브랜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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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6 규모 한국 ODA…동남아 시장서 국가 브랜드 ‘위기’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2.04.26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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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적은 지원 수준…해외정부서 EDCF 외면 받아
원조 규모 늘려 국가 브랜드 위상 높여야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AIIB 갔다가, JICA 갔다가, 그래도 안되면 이제 EDCF로 오는 거죠. 어차피 규모가 큰 건 안해줄 걸 서로 알고 있으니까요”

최근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우리나라 ODA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중심이 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과 일본의 국제협력기구(JICA)의 적극적인 투자 공세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한국은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실적 부족과 국가 브랜드 약화 등으로 향후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서 구간을 나눠서 발주할 때 AIIB와 JICA는 맡는 비중이 더 크고 EDCF는 남는 부분을 가져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대외협력기금(EDCF)이 투자하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데다가 지원하는 총액도 적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발주처들에게 어차피 EDCF는 큰 규모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깔리게 된 것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최근 인도에서 우리나라 원조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원조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다른 해외 발주처들과 얘기하다 보면 EDCF가 많은 돈이 필요한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을 제쳐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가 잠정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ODA 지원 실적은 28억5,500만달러로 일본 176억1,900만달러의 16%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1조8,239억달러로 일본의 5조1,031억달러와 비교해보면 약 35%에 달해,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경제 수준 대비 ODA 지원이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AIIB와 별개로 중국의 ODA 지원도 높은 수준이다. 중국은 DAC에 가입돼있지 않아 정확한 ODA규모는 파악할 수 없다. 다만 JICA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중국의 순지출 ODA 규모는 64억달러, 우대구매자신용 79억달러로 당시 일본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를 바탕으로 대규모 철도 프로젝트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함에 따라 현재 중국의 ODA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ODA 사업을 대부분 공여국 업체들이 수주하다 보니 한국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로 언급됐다. ODA 사업은 언타이드 발주가 원칙이지만 공여국 기업이 수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JICA 사업의 경우 일본 기업이 주관사가 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사업을 수주하는 등 사실상 타이드원조와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도 ODA 규모를 늘려 대상국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확고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기업에 비해 신뢰도와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정부가 해외 진출의 마중물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JICA는 ODA 동기 중에서 인도주의적, 정치‧외교적 동기보다 경제적 동기에 집중하고 있어서 해당 역할을 적절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이카의 연구에 따르면 JICA는 ODA를 활용해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면서 BOP 비즈니스 등 민간연계사업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JICA는 국내 15개소, 해외사무소 약 100개소 등을 바탕으로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ODA 사업을 추진하며 자국 기업의 개도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5년 ODA 현장을 통해 민간부문 주도의 사업으로 개도국의 경제발전이 일본 경제 성장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민관협력, 지자체 연계에 의한 개발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본의 해외 현지법인 수는 지난 2006년 1만6,370건에서 2016년 2만4,959건으로 늘어나고 중소기업의 비중은 10.3%에서 22.3%로 커지는 등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에 B엔지니어링사 해외사업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ODA 원조 역사가 짧은 만큼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지원 전략이나 동기에 대한 방향성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처럼 경제 수준에 맞게 ODA 지원을 늘리고, 이를 통한 국내 기업의 진출이 함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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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탄 2022-04-27 23:00:43
김성열 기자님 항상 기사 고맙습니다. 외국에서도 공감하며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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