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횟수 늘려도 “장농면허 양산, 실효성 의문”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환경영향평가사 의무고용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환경영향평가업체 대다수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정평가사, 처분유예 등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도시행까지 시간이 촉박해 지방 업체들의 폐업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24일 환경영향평가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환평업체 등록시 평가사를 1명이상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환경영향평가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현재 평가사 대부분이 서울경기 등 지역에 쏠림현상이 심각해 평가사를 확보하지 못한 지방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환경영향평가사회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등록된 평가사는 362명이다. 전국 환평업체의 수가 320여개로 산술적으로는 제도 시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지역편차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가사의 65%에 해당하는 236명은 서울경기 지역 소재지에 근무하거나 공무원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지방의 경우에는 ▲경북 34명 ▲전남 24명 ▲경남·충남 22명 ▲충북 11명 ▲강원 10명 ▲제주 2명 ▲전북 1명 등으로 전해졌다.
한 종합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중소수준의 우리회사만 해도 10명의 평가사를 보유하고 있을만큼 평가사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며 “별도의 대책이 없다면 한달 뒤 문을 닫아야 할 지방 환평업체들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박민대 환경영향평가협회장도 “현재 사태에 대해 충분한 인력이 확보될 때까지 한시적인 인정평가사 제도나 업체에 대한 처분유예 3년을 두거나 하는 것들을 제안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라며 “지역쏠림이 해소되려면 지금의 3배 규모인 최소 1,000명 정도가 확보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업체 20여개, 이미 폐업…의무고용시 가속화”
환경부도 평가사 태부족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다. 실제 환경부는 당초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의무고용제를 올 7월 1일로 2년반 한차례 유예하기도 했다. 또 연 2회 시행하는 평가사 시험도 의무고용 시행인 올해는 3차례 (1차 기준 1월, 4월, 8월)로 확대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대책마련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기술자제도를 업등록 기준에 명시한 이후 20여개의 업체들이 폐업 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당초 환경영향평가 업등록 기준은 기술자 또는 학경력자 중 하나의 요건만 갖추면 됐지만 2016년부터 특정 등급의 기술자로 한정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사 의무고용은 지방업체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안 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 협회장은 “애당초 340여개의 환평업체가 등록돼 있었는데 업등록 기준이 바뀌면서 20여개가 폐업한 상황”이라며 “더욱 상위개념의 평가사 의무고용을 하게되면 지방업체 70~80%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지방에 소재지를 둔 환평업체는 320여개중 30%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시험 횟수 늘려도 장농면허에 “실효성 의문”
현업 종사자들 못지 않게 공무원들의 응시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체 평가사가 증가해도 공무원 합격자가 늘어나게 되면 당장 활용하지 못하는 ‘장농면허’만 양산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현재 평가사 시험 과목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평가사 시험 과목은 ▲환경정책 ▲국토환경계획 ▲환경영향평가 실무 ▲환경영향평가제도 등 4과목으로 행정적 분야에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 협회장은 “국가자격증 도입 이전 논의 단계에서는 예측기법 등 실무항목까지 5과목이었는데 지금처럼 자리잡게 됐다”며 “현행 평가사 시험은 기술이나 실무보다는 행정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실무를 몰라도 따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시험으로서의 난이도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공무원도 쉽게 볼 수 있는 시험이라는 한계점이 명확하다”며 “시험 횟수 증가로 민간의 기술사 취득이 늘어나겠지만 덩달아 장농면허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