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의 나라 말리, 한국의 첨단 ICT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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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의 나라 말리, 한국의 첨단 ICT시스템 구축
  • 엔지니어링데일리
  • 승인 2012.04.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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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유비텍 ‘말리 국가행정망 구축사업 컨설팅’

▲ 아프리카 말리는 국민소득 995달러의 최빈국이다.

아프리카 북서쪽 내륙에 위치한 나라 말리. 얼핏 들으면 휴양의 도시 발리를 연상케 하는 말리는 한반도의 5.6배에 달하는 국토에 1,26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세계은행 분류에 따른 1인당 국민소득은 995달러로 최빈국(HIPC) 중하나다.

말리는 북부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알제리와 같은 방대한 석유산유국이 아니다. 1년 열두달이 여름인 열대기후로 국토의 70%가 사막이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매우 척박한 지리적 환경인 말리는 사회제도 또한 낙후되어 있고, 경제구조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ICT 인프라 역시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행정 서비스 및 은행 송금 서비스 등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본적인 서비스가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소수의 국민들에게만 주어진다.

◆최빈국 말리, 은행이용에 소득에 1/3 사용
말리는 해외에서 근무하는 말리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에 가계 수입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송금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지 못해 많은 노동자들은 송/출금을 위한 여행경비로 수입의 30~40% 달하는 지출을 하고 있다. 송금 대행기관이 송금수수료로 15%를 선취하는데다 출금은 오직 대도시에 한해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교통비가 소요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말리 통신기술부(MPNT)에서는 산하기관인 국가정보통신위원회(AGETIC) 및 우정국(ONP)이 전국 행정망 구축 및 우정망 구축을 통한 송금서비스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빈곤감소정책(Poverty Reduction Strategy Paper: PSRP)을 반영함은 물론, 4단계에 걸친 ICT 인프라 개선 사업을 정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에 대외경제협력차관(EDCF)을 신청했다.

대영유비텍은 지난해 이 EDCF 사업의 컨설턴트로 입찰초청을 받아 낙찰돼, 구매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DCF 구매 컨설팅 업무는 총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현장조사를 토대로 한 시스템 설계, 입찰서(bidding document) 작성 및 입찰 지원이며, 2단계는 제안평가 지원 및 계약 지원, 3단계는 감리업무이다.
처음 말리를 방문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에서는 “말리? 그런 나라도 있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생소한 국가 명을 과시하듯 말리에 관련한 자료 역시도 구하기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웹에서 말리를 검색하면 ‘못말리는’ 시리즈 밖에 찾을 수 없었다.

▲ 말리종합청사 전경

말리는 한국 주재한 대사관이 없다. 말리를 방문하기 위해 비자를 받고자 한다면 이웃나라 일본에 가야 한다. 또한, 말리에는 한국 교민이 10명 내외밖에 없고, 한식당과 일식당 또한 없다. 그러나 물가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외식을 자주 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우리 컨설팅 팀이 1단계 업무 수행을 위해 말리로 들어올 때는 저마다 이민가방 한가득 보급품(햇반을 비롯한 각종 인스턴트 음식, 생활용품 등)을 싸들고 와야 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나라가 엄청난 인스턴트 식품강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토록 다양한 품목들 중에 어떤 것 맛있고, 맛없는지, 또 운반과 보관에 용이한지를 터득하게 되었다.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해외에 나와 몇 달씩 장기체류를 하다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북부아프리카를 제외한 아프리카지역 대부분이 황열병, 말라리아가 있기 때문에 모기장, 바르는 약, 뿌리는 약, 붙이는 약 등 모기퇴치제는 여행필수품이다. 또한, 말리의 사하라 사막 북쪽 팀북투 지역은 투아레그반군과 알카에다가 출몰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부지런한 국민성↔복잡한 만장일치제
말리는 망고의 나라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망고나무들이 국가전체를 덮고 있는 듯 보인다. 망고나무 한 개에 많게는 5,000개의 망고가 열리는데 망고 한개의 무게가 큰 것은 1kg정도다. 말리 사람들은 망고나무를 닮은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게으르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부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삶의 무게를 견뎌낸다. 서아프리카 세파프랑을 쓰는 나라국민의 대부분이 그렇듯 말리 사람들은 아주 부지런하다. 우리 발주처인 말리정보통신부 고위 공무원들도 밤 11시까지 근무하고 주말에도 근무한다.

불철주야 일하면 힘들고 고될 법도 한데, 말리 사람들은 언제나 밝고 건강하다. 표정에서는 웃음과 여유까지 묻어난다. 언제나 ‘봉주르’ ‘싸바’ 하고 만나면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건 간에 무조건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말리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건 단순히 인사뿐이 아니다. 말리의 여성들은 ‘파뉴’라는 전통의상을 걸치고 다니는데, 그 색상이 아주 화려하다. 평균 170cm의 큰 키, 까만 피부를 가진 그네들이 컬러풀한 드레스와 두건을 두른 모습은 도시전체에 묘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원색의 에너지랄까.

말리는 니제르강을 중심으로 수도 바마코를 포함한 도시가 들어서 있다. 이 니제르강은 기니아(Guinea) 산악지대 열대우림에서 시작해서 말리 중심부를 지나 팀북투를 거쳐 사하라 사막을 관통하고 다시 남하해서 니제르, 나이지리아 맹그로브 늪지와 정글을 통과, 베닌만(Beight of Benin)을 지나 대서양에 몸을 푸는 매우 거대한 강줄기다.

말리에는 이 강줄기 아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많은 종족들이 있다. 투아레그, 송하이, 풀라니, 보조와 아직 북부지방에서 노예로 살아가는 벨라인 등이 그들이다. 다민족 국가가 아닌 우리로서는 이 곳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무슨 종족인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 등을 묻게 된다. 한 나라임에도 생김새와 쓰는 이름이 다르다는 것 등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말리에서 일을 하면서 현지 환경을 몸소 알아감은 물론, 말리 사람들과 부딪히는 시간들은 무척이나 재미있고 값진 경험을 줬다. 하지만 이 곳 특유의 복잡한 다단계 행정처리는 우리를 지치게했다. 개도국의 해외사업을 하다보면 업무지연은 다반사로 경험하게 된다. 특히 프랑스어권의 국가들은 말이 너무 많고, 행정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간단한 한마디말로 끝날 것도 장황하게 설명한다. 당연히 프로세스가 느리고 길어질 수밖에 없다.

▲ 말리에서 ICT사업을 수행중인 대영유비텍 노은희 본부장
우리 컨설팅 계약만 해도 그렇다. 계약서를 영문 12부, 불문 12부 총24부의 원본을 만들어서 재무부, 국세청 등 관계기관이 모두 원본을 보관하기로 했다. 덕분에 계약서 최종승인을 위한 과정에 두 달이 소요됐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프로세스를 앞당기겠다고 상부에서 압박을 하면 해당기관의 담당자들은 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리 사람들은 그렇게 위에서 외압을 줄경우 오히려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여겨 한 발 물러서서 더 세심하게 검토한다. 먼저 담당자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담당자가 상관에게 보고하고, 상관이 Advisor 및 Ministry 장관에게 보고하고, 최종적으로 중요사안에 대해 내각회의(Cabinet Meeting)에서 만장일치로 결정을 한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면 절차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절차는 ‘빨리 빨리’에 익숙한 한국인들 정서에는 대단히 비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질 뿐만아니라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나라의 규칙을 존중하고, 향후 ICT를 활용해서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은 물론, 적합한 환경을 구축을 통해 궁극적으로 수혜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야 말로 ODA의 기본취지일 것이다.

◆최빈국일수록 ICT 구축돼야
ICT컨설턴트로서 개발도상국의 사업들을 진행하다 보면, ICT가 저개발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즉 컴퓨터나 통신망보다 이 나라는 전기, 식수, 도로개선 등이 시급하지 않냐는 의문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ICT를 포함한 국가 인프라 구축사업이 병행될 수 있을 때,
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말리 행정망구축 사업은 우리에게 그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말리는 국영통신사(SOTELMA)가 민영화됨에 따라, 국가재정으로 지급해야 하는 막대한 망 임대료를 절감해 빈곤구제 등 시급한 국가정책에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시에 전자정부의 효과적인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전자정부 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하고, 네트워크 기반의 정부 자체 행정망 구축을 통해 정부 기관간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공유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움직임이 몇 년 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빈곤감소를 위해 권장하고 있는 정부 행정의 효율화 및 투명성 향상
에 기여하리라 믿으며, 그 날을 위해 나는 그리고 또 우리는 ICT 컨설턴트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개발도상국 곳곳을 누비고 또 누빈다. <노은희 대영유비텍 글로벌사업본부장>
-기사작성일 2011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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