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KG는 써드파티, 삼안은 독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최근 엔지니어링사들이 BIM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고 나섰다. 모든 프로그램이 이달 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쟁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체 개발 중이거나 발매된 소프트웨어는 총 3개로 알려졌다. 서영엔지니어링의 ‘이지로드’, KG엔지니어링의 ‘KG-Project’, 그리고 삼안의 ‘EG-BIM’이다. 대부분 이달 내 출시를 앞둔 가운데, 단지설계 프로그램 KG-Land만 지난 1일 발매된 상태다.
이지로드와 KG-Project는 각각 벤틀리의 Openroad와 오토데스크 Civil 3D를 엔진으로 두고 만들어진 써드파티 프로그램이다. EG-BIM은 독자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테스트 버전으로 이미 시운전을 마친 두 프로그램과 다르게 EG-BIM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업계 발전의 초석이 되겠다” 이지로드
서영엔지니어링은 14년 전부터 BIM부서를 만들고 투자‧개발을 이어왔다. 업계에서 가장 빠른 행보였다. BIM 전면 도입을 앞두고 3년 전부터는 이지로드 개발에 매진했다. 대안 캐드가 자리잡기까지 20년이 걸리는 것을 보며, 단시일 내 국내 기준에 적용할 수 있는 애드인을 만들기로 했다.
서영에서 BIM 개발팀을 맡고 있는 이일수 전무는 내부적인 생산성 테스트를 거쳐 벤틀리를 엔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타 프로그램에 비해 안정성이 높았다는 평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0.5 버전을 공개해 무료로 배포했다. 실제 프로젝트도 수행해 본 결과, 충분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전무는 “이지로드의 주목적은 판매가 아닌 설계사가 가야 할 방향성 제시와 업계 발전”이라며 “국내 엔지니어링사가 해외 시장에 진출했을 때 BIM 경쟁에서 이지로드라는 무기가 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로드 1.0 버전은 이달 내 출시될 전망이다. 이지로드 1.0은 현재 90%가량 완성된 상태로 검수과정에서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 서영이 갖고 있는 대안노선 솔루션과 같은 특허를 여러개 넣는 과정에서 안정화가 덜 됐기 때문이다. 이번 버전은 고속도로 설계 위주로 만들어졌는데 국도도 추가될 예정이다.
한국BIM학회 설계사 분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역임 중인 이 전무는 이지로드 1.0이 정식 출시되면 위원회 소속 회사에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에게 피드백을 받고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BIM 교육과 A/S는 벤틀리가 맡고 개발은 서영이 담당하는 협업도 구상 중이다.
아울러 서영은 통합 솔루션 개발도 기획 중이다. 기존의 CS 방식을 AI와 클라우드를 집어넣어 업그레이드해, BIM 라이브러리와 데이터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달 28일에는 AI, 클라우드 업체와 만나 구체적인 방법도 정하면서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있다.
▲지형 측량부터 실시설계까지…KG-Project
KG엔지니어링은 국내 BIM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오토데스크의 Civil 3D를 엔진으로 선택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만큼 시장확보가 용이할 것이란 판단이다. 서영과 마찬가지로 써드파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KG는 지난 1일 단지설계 프로그램인 KG-Land 1.0 버전을 출시했고 오는 20일에는 도로설계용 KG-Road 3.0 버전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2.0 버전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판매됐는데 지난해 12월에는 생산을 중단하고 버전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이번 3.0은 실시설계가 가능한 수준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KG는 대부분 BIM 프로그램이 교량, 터널 등 단위시설물 위주의 구조물 설계 구현만 가능한 것을 문제로 봤다. 기존 토공 프로그램들은 국내 실시설계(LOD 300~350)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구현하지 못하거나 국내 설계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숙련된 엔지니어들도 BIM 설계에서는 구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KG BIM 개발팀은 설계 구현이 어려웠던 지형에 기반한 선형‧토공 소프트웨어를 시작으로 오수, 우수 등 다양한 분야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개발팀을 맡고 있는 권태성 전무는 “지금도 국내에서 단위 시설물인 교량, 건축 구조물에 대한 설계는 레빗 등 기존 프로그램으로도 가능하다”면서 “한계가 있었던 기초 부분에서 KG-Project로 잡아 놓으면 뒷부분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특히 권 전무는 “단지설계 분야 BIM 설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토공량 산정과 토공 이동이 가능한가’였다”면서 “국내 기준에 맞게 토공 이동이 가능한 프로그램은 전무했는데, KG-Land는 이걸 100%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프로그램의 한계로 최근 LH공사에서 발주된 BIM 프로젝트 약 40여건 중 시범지구 약 10여건을 제외하고 모두 감액 및 타절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KG는 KG-Rail, KG-Pipe, KG-Water 등 전 분야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모두 Civil 3D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철도 분야 Rail과 상하수도 분야 Pipe는 올해 하반기 개발에 착수할 전망이다. 하천설계 프로그램인 Water는 아직 개발 일정이 잡히진 않았다.
KG는 발주처 발주물량에 비례해서 소프트웨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도로, 단지 분야는 아직 BIM 전면 도입되지 않아 발주물량이 적은 상태다. 라이센스는 오토데스크와 마찬가지로 연 단위로 계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정식 발매…베일 벗는 EG-BIM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범위가 좁은 엔지니어링업계임에도 삼안의 BIM 소프트웨어는 소문으로만 존재했다. ‘실체를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만 반복됐다. BIM 전문가는 “사실 개별적인 설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업계에서도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는데, 실제로 있는지가 궁금할 지경”이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런 질문에 삼안은 올해 EG-BIM을 공개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발매 일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서영이나 KG의 써드파티 프로그램과 다르게 독자적인 엔진을 제작한 만큼, 업계 기대감도 매우 높다.
삼안은 꾸준히 매출의 약 5%를 기술개발에 투자하며 연구개발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모기업인 한맥기술과 함께 BIM 설계프로그램을 넘어선 통합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판매 목적보다는 내부적으로 외산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준에 맞춘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성도 높이고 BIM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AI도 포함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