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윤석열 정부가 꺼내든 노동 개혁안에 엔지니어링업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 개편안에 근로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업무시간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 5일 근무 기준 매일 14시간씩 일하는 69시간제 시간표를 공유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유튜브 채널 ‘너덜트’가 게재한 풍자 영상은 4일 만에 조회수 200만회를 넘기며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됐다.

같은 노동자지만 엔지니어들은 더 비상이다. 연봉에 초과 근로(OT) 수당이 자연스럽게 포함돼있을 정도로 야근이 만연한 산업인데, 정부가 나서서 추가 근무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주 52시간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현실에서 휴가 보장은 더욱 지켜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직급별로 정해진 OT한도 때문에 일한 만큼 받지 못하거나, 아예 포괄임금제로 야근 수당이 연봉에 포함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퇴사하거나 이직한 엔지니어들이 미지급된 수당을 받기 위해 회사와 소송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A사 대리는 “옛날에 비하면 일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말 출근에 매일 야근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더 일했다고 회사에 보고하면 대놓고 뭉개거나 모르는 척 넘어가는데, 눈치 보여서 휴가는 제대로 쓰겠냐”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시기에 따라 업무 집중도가 달라지는 산업 특성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도 있다.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발주가 몰릴 때 업무도 가중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연 단위로 노동 시간을 계산한다면, 일종의 방학이 도입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침대로 총 업무시간을 준수하고 휴가를 보장한다면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노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라면서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지키지 않았던 회사가 잘못이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아예 새로운 해결책을 찾은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동개혁 논의가 계속되면서 업체들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형사들은 근로 정책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개편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OT 한도 변경, 최대 근무시간 조정 등 자체적인 기준을 정할 전망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야근이 늘어나면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 늘어나는 셈이라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다만 요새 MZ세대들은 돈 더 안받고 정규 시간에만 일하겠다는 주의라, 직원들과 합의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