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탄자니아 최초 고속도로, 한국 DNA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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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탄자니아 최초 고속도로, 한국 DNA로 만든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3.04.2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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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하~모로고로 구간, 최초의 고속도로 탄생
제일, TA로 참여…AP방식 적용해 민간사 부담↓
모로고로~도도마 구간도 PPP 예정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재정사업과 경제침체로 인한 민자사업 위축으로 해외시장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일부 엔지니어링사들은 미지의 영역인 제3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프리카 시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탄자니아는 최근 들어 인프라 구축에 대한 열을 올리면서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제일엔지니어링이 탄자니아에 최초의 고속도로를 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탄자니아의 경부고속도로가 될 키바하~모로고로 PPP사업이 그 주인공이다.

▲아프리카 최대항만, 고속도로에 달렸다

국내 엔지니어링사로는 두 번째(1호 경동엔지니어링)로 탄자니아에 진출한 제일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탄자니아 발주처(TANROADS)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제수도이자 아프리카 4대항 가운데 하나인 다르에스살람과 연결되는 키바하~모로고로 구간을 고속도로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국도급 도로가 전부인 탄자니아에서 한국 기술력에 의한 최초의 고속도로가 탄생할 것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탄자니아 최초의 고속도로가 될 키바하~모로고로 구간은 총 연장 205km를 자랑한다./제일엔지니어링
탄자니아 최초의 고속도로가 될 키바하~모로고로 구간은 총 연장 205km를 자랑한다./제일엔지니어링

키바하~모로고로 고속도로 사업은 총 길이만 205km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최초의 고속도로인만큼 한국의 경부고속도로나 마찬가지인셈이다. 탄자니아가 고속도로 건설을 간절하게 원하는 이유는 다르에스살람의 지정학적 가치에 있다. 다르에스살람은 케냐 뭄바사항, 모잠비크 마푸투항, 지부티항 등과 함께 아프리카 동부의 주요 4대항 가운데 하나다. 특히 다르에스살람은 뭄바사항과 함께 아프리카 최고의 항만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속도로 건설은 사실상 양강구도를 깰 수 있는 승부의 전환점으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거대한 내륙인 아프리카는 4대항구를 통한 물동량 유입의존률이 절대적인만큼 고속도로의 가치는 국가의 위상과 직결된다. 실제 현재 국도급 도로를 오가는 차량의 60% 이상이 화물차다. 키바하~모로고로 고속도로는 양방향 4차로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탄자니아 정부는 키바하~찰린제 78.9km 구간과 찰린제~모로고로 126.1km 구간을 2개 LOT로 나눠 사업을 발주했다. LOT1 사업인 키바하~찰린제 구간의 설계는 탄자니아 정부 자체적으로 설계를 마친 상황이지만 재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에 구간을 나눴다. 그리고 현재 LOT1은 시공사 입찰까지 마친 상황이다. 반면 약 2배 가까운 길이를 자랑하는 LOT2 찰린제~모로고로는 올 하반기 입찰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찰린제~모로고로 구간의 사업규모는 5억2,000만달러(6,944억원)로 키바하~찰린제(3억2,000만달러)를 상회한다. 제일은 두 구간을 합쳐 최종 30년간 운영에 들어간다.

▲“결국에는 신뢰” TA로 참여하는 제일

키바하~모로고로 고속도로사업은 탄자니아-제일 간의 수의계약이다. 더욱이 이번 사업에서 제일은 발주처를 대행하는 TA(Transaction Advisor)로 참여하는데 한국 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사실상 경험이 드문 위치다. PMC와 비슷한 개념의 TA는 기술적인 부문은 물론, 재무적, 법률적 부문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투자를 이끌어내는 사업조율자의 역할을 한다. 제일은 2015년 다르에스살람부터 찰린제까지 140km구간의 고속도로 PPP사업에서 TA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토지보상비 등의 문제로 2018년 중단됐는데 현재는 월드뱅크(WB) 재원으로 해결이 된 상황이다. 초대형 규모의 키바하~모로고로 고속도로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당시 사업의 중단여부와 관계없이 제일이 이뤄낸 성과에 대해 탄자니아 정부가 만족해 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양지민 제일엔지니어링 도로사업부 전무는 "탄자니아에서 보면 한국 엔지니어링사는 용병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한번만 일이 어그러져도 사실상 회사가 교체된다고 보면 된다"며 "당시 사업이 중단되는 리스크를 과업의 성과로 이겨낸 결과가 키바하~모로고로 고속도로 사업으로 이어진 듯 하다"고 말했다.

제일은 발주처를 대행하는 TA로 이번 사업에 참여한다. 제일은 지난 2015년 다르에스살람~찰린제 고속도로 PPP사업에서도 TA를 경험한 바 있다./제일엔지니어링
제일은 발주처를 대행하는 TA로 이번 사업에 참여한다. 제일은 지난 2015년 다르에스살람~찰린제 고속도로 PPP사업에서도 TA를 경험한 바 있다./제일엔지니어링

TA는 일반적으로 기술 또는 금융에 특화된 업체들이 그 역할을 하는데 기술적으로 특화된 업체가 TA를 하는게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고갈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파이낸싱 업체들의 기술적 검토는 표면적인 검토가 주가 되는 경우가 많아 사업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령 도로를 깐다고 하면 단순하게 m당, km당 단가를 기준으로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엔지니어링사와 같은 기술업체들의 TA는 최초 검토부터 오차범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만큼 TA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키바하~모로고로 고속도로는 제일엔지니어링이 TA로 사업총괄과 함께 기술자문을 담당한다. 도로공사는 운영관리를, 재정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J메이냐드, 법률에서는 화우 법무법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 리스크, 탄자니아는 다르다

해외 진출이 부진한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이 그나마 명함을 내밀고 있는 지역은 동남아지역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제3세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사업의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실제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사업리스크가 더욱 큰 경우가 다반사다.

탄자니아 역시 몇 년전까지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특히 PPP의 경우 발주처의 인식 수준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정도로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윤석용 제일엔지니어링 도로사업부 상무는 “2015년 사업때는 탄자니아 공무원들의 PPP인식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며 “정부돈은 하나도 쓰지 않고 그저 민자업체들이 큰 선물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PPP사업의 성패는 발주처의 인식수준에 걸려 있다. 탄자니아는 인프라 부문의 공격적 투자와 함께 발주처 공무원들의 수준이 급격하게 상승했다./제일엔지니어링
PPP사업의 성패는 발주처의 인식수준에 걸려 있다. 탄자니아는 인프라 부문의 공격적 투자와 함께 발주처 공무원들의 수준이 급격하게 상승했다./제일엔지니어링

탄자니아는 지난 2021년 사미아 술루후 하산이 대통령에 오르며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탄자니아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졌고 발주처의 사업이해도 상승이라는 긍정적 변화를 불러왔다. 윤 상무는 “리스크 헷지를 위한 제원마련도 할 정도로 현재는 인식이 많이 올라와 있다”며 “PPP사업에 있어서 정부 파트의 이해도는 사업의 중요한 키”라고 강조했다.

국내 정세도 안정적이다. 탄자니아는 내년 대선이 치러지지만 5년 연임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고속도로사업은 해외 민자교통사업에 자주 적용되는 AP방식(Availability Payment)이 확정돼 민간사의 부담도 덜하다. AP는 MRG와 비슷한 개념으로 계약에서 정한 성과기준을 충족하면 정부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AP방식의 적용은 국가부채비율과 직결되는 부분인만큼 탄자니아의 재정건전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 전무는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들의 국가부채비율이 높아 AP방식을 적용하지 못하지만 탄자니아는 그렇지 않다”며 “교통수요와 상관없이 민간사의 리스크를 일정부분 헷지해 준다는 측면에서 국내 시공사들도 주목할만한 요소”라고 말했다.

▲초대형 프로젝트, 아직 한발 남았다

현재 키바하~찰린제 LOT1의 시공사 입찰은 끝난 상황이다. 중국 및 유럽 7개 시공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LOT2는 9월 중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키바하~모로고로를 상회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남아있다. 모로고로부터 행정수도인 도도마로 연결되는 250km 길이의 사업이 PPP로 발주될 예정이다. 제일은 이 사업에서도 사실상 TA가 유력하다. 시공 역시 LOT1, 2에 참가하는 업체가 유리하지 않겠냐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해외 유수 기업들의 러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PPP사업은 AP방식의 적용이 확정된만큼 민간사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제일엔지니어링
이번 PPP사업은 AP방식의 적용이 확정된만큼 민간사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제일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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