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머니에서 이 주머니로” 정부 돈 나눠 먹기에 밥그릇 뺏긴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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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머니에서 이 주머니로” 정부 돈 나눠 먹기에 밥그릇 뺏긴 업계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3.06.05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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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CF 사업 뛰어든 인국공…타 업체는 사실상 경쟁 포기
“기재부 돈이 국토부로 가는 꼴“ 업계 불만 늘어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대외경제협력기금(EDCF) ODA 사업에 공기업이 참여하면서 업계에서는 밥그릇 뺏는 행위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은 필리핀 두마게떼 신공항 건설사업 참여희망기업 접수에 나섰다. EDCF 지원금액은 2억5,571만달러(한화 약 3,380억6,034만원)로, 이 중 컨설팅 비용은 1,499만달러(191억6,811만원)로 추정됐다.

뜨거워야 할 입찰전에 찬물을 끼얹은 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참전 소식이다. 인국공은 공항 분야에서 강자로 손꼽히는 유신과 컨소시엄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엔지니어링사들은 입찰을 아예 포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A사 해외사업 담당자는 “이번 건은 포기하고, 해당 사업과 관련된 다른 프로젝트 발주를 노리며 우회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낙찰사가 정해진 진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해당 사업의 F/S를 유신과 한국종합기술이 맡았던 만큼, 유신이 수주경쟁에서도 한발 앞서 있기도 하다. 실적과 기술력이 앞서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가 발주한 사업에 공기업이 참여했으니, 뻔한 결과가 예측된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ODA 사업까지 공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EDCF에서 진행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단순한 개발도상국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언타이드로 발주하는 여타 ODA 기관과는 다르게 국내 업체 간 입찰 경쟁을 보장해줘서, 일종의 ‘실적 사관학교’ 역할도 하고 있다. 대금 지급이 안전한 정부 자금이라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특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부족한 실적을 보충해 해외 재정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팀코리아와는 다르게 이번 건은 한국 정부 자금으로 진행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실제로 라오스 루앙프라방 국제공항 개발사업, 페루 친체로 신공항 건설사업 등의 사업들은 업체 간의 컨소시엄만으로는 해외 엔지니어링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EDCF 사업은 국내 조달 기준에 맞춰서 발주되기 때문에 주어진 조건만 갖추면 업체들끼리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B사 해외부서장은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실적을 쌓을 수도 있고,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를 공사가 가져간 꼴”이라며 “공사가 해외 수출이라는 명목 아래 사기업이 해야할 일에 뛰어드는 것은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C사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발주한 사업을 또 다른 정부 기관인 국토부 쪽에서 가져가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공기업도 이익을 내고 실적을 쌓아야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ODA 사업까지 껴들어야 했을까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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