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심장 500톤 Amine Absorber 투르크메니스탄 운송 대작전
상태바
현대엔지니어링 심장 500톤 Amine Absorber 투르크메니스탄 운송 대작전
  • 엔지니어링데일리
  • 승인 2012.06.28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00km 내륙운송, 마산~Access Road간 132일의 사투


2010년 3월 5일 새벽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쉬가바트 공항에 도착했다. 첫 방문의 설렘이나 비행기 여행의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몸과 마음은 극도로 긴장돼 있었다. TONE 프로젝트 운송을 담당하면서부터 이런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프로젝트에서 Amine Absorber 중량물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중앙아시아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서 중량 자재 운송이 매우 까다롭다. 바다에 인접한 항구는 카스피해의 투르크멘바시 항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투르크멘바시까지 운송하기위해서는 흑해와 카스피해를 연결하는 Don-Volga 운하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운하는 11월~4월간 지속되는 겨울에는 강이 얼어서 운행을 하지 않는다. 타이밍을 놓치면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 현장은 투르크멘바시항에서 1,200Km 떨어진 남동부 지방의 욜로텐에있다. 한국 출발부터 총 운송거리만 약 20,000Km에 달한다.

◇지상최대 500톤 Absorber 수송
이번 출장의 목적은 운송경로를 직접 확인하고 중량물 운송방안을 확정하는 것이다. 운송회사 직원들과 함께 동행했다. 다음날 투르크멘바시 항으로 향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니 운송여건이 매우 열악했다. 항만은 건설한지 오래되어 지반은 약하고, 좁은 Yard에 변변한 크레인도 없었다.

도로는 일부구간 포장은 되어 있으나 보수를 하지 않아 깨져있고 평평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교량이었다. 대부분 콘크리트 다리인데 지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기둥이 견고하지 않고 심지어는 상판에 매달려 있기까지 했다. 게다가 일부는 콘크리트가 깨져 내부 철근까지 노출되어 있었다. 아무리 보수를 해도 Amine Absorber의 560톤 무게를 견디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협의 끝에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방안으로 결론을 내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리지역(투르크메니스탄 5개 주 중 하나)에 있는 3개의 장대 수로교였다. 다리길이가 50m 이상이고 유량이 많아 Bypass도로 건설이 여의치가 않았다.


◇추가비용 & 공기연장, “분리운송은 없다”
현재의 조건에서는 Amine Absorber를 분리해서 운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럴 경우, 현장도착 후 현장에서 조립을 위한 시간 및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뿐만 아니라, 전체 공사 공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명약관화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 현지 물류업체 직원 중 한 명이 이란 국경지역을 경유하는 군사도로를 사용하면 이 장대교를 우회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다음날 새벽 일찍 차를 타고 현장실사를 하러 갔다. 군사지역이라 외국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지만 담당자와 협의하여 우여곡절끝에 통과했다. 담당자에 의하면 구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해 만든 도로라고 했다. 폭이 좁고 뜨거운 햇빛과 바람에 노출되어 도로 표면이 대부분 벗겨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로가 끊기고 사막으로 들어가는게 아닌가. 현지인 설명으로는 이 구간은 도로가 없다고 했다. 장대교를 우회는 할 수 있지만 사막지역에 도로를 건설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다. 어려운 문제였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었다. 회사 복귀 후 최종적으로 군사도로를 사용해서 One Piece로 Amine Absorber를 운송하기로 결정했다.

9월 4일. 드디어 Amine Absorber 4기와 Amine Regenerator 4기가 마산항에서 특수 중량물선 MV ANNETE에 선적되었다. 이때부터 1년간 준비했던 운송작전이 시작되었다. 9월은 인도양 몬순의 영향으로 해상운송이지연되기 십상이다. 만약 여기서부터 지연되어 10월 중순까지 흑해에 도착하지 못하면 Don-Volga 운하를 이용할 수 없게된다. 욜로텐 현장에서 하루하루 초조하게 운송현황을 모니터 했다. 다행히 9월 27일에 배가 터키 Hydrapasa항에 도착했다. 담당자인 나도 출장가서 자재들을 마중했다. 터키 현지 방송사에서도 나와서 Amine Absorber의 도착을 환영했다. Amine Absorber 560톤은 Don-Volga Channel 을 통과하는 자재 중 가장 무거운 화물이라고 했다.


4대의 River Vessel에 환적된 자재는 Don-Volga 운하를 무사히 통과하고 10월 23일에 투르크멘바시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투르크멘바시 항에서 하역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항만청 담당자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부두 지반 파손이 우려되어 하역 허가를 못하겠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중량물 하역 경험이 전무한 항만청을 설득하기 위해 공무원 4명을 한국으로 데려가선적작업을 참관시키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면서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바꾸는 것이다. 결국 하역 기간 내내 지반침하 정도를 측정해 보고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간신히 하역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난이도 100, 철저한 사업관리로 안전한 수송
내륙운송은 장비 동원규모가 대단하다. 총 176축의 Module Trailer가 동원되었으며 비상사태 발생 시 실시간 조치를 위해 크레인, 진동롤러 및 포크리프트 등의 장비도 동행한다. 본 장비의 운용을 위해 한국, 터키에서 참가한 150여명이 운송기간 내내 함께한다. 운송대열의 길이만 1Km에 달하고, 동원인원은 1개중대를 초과하는 규모이다. 실제 운송하는 장면은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운송팀은 숙식이 가능하도록 개조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데 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한국인 운송사 직원도 4명 동행했는데 아쉬가바트(투르크멘바시 기점 600Km 지점) 근처에서 만났을 땐 현지인인줄 알고 알아보지 못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햇볕에 그을린 얼굴, 추위에 터진 입술과 거칠어진 손. 그런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운송 도중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투르크멘바시 기점 310Km 지점에서 철로길을 우회하는 비포장 도로에 Amine Regenerator가 진입하는데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Transporter의
바퀴가 반 이상 빠졌고, 구조를 위해 투입된 Pay loader도 파묻혀 버렸다. 만약 Transporter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조사해 본 결과, 투르크메니스탄은 11월부터 우기가 시작된다. 현장 서베이 때는 없었던 물웅덩이가 도로 옆에 생기면서 습기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것이다. 2주간 포크레인을 동원해 흙을 파내고 자갈을 깔아 지반을 보강하여 구조에 성공했다.


아쉬가바트 시내 통과 시에는 유일한 루트가 대통령 사저 앞을 지나는 길이었는데, 시 당국과 대통령 출퇴근 시간을 피하는 조건으로 운행 허가를 받았지만 도로경찰들은 별다른 이유없이 계속 저지하였다. 4일간을 대기하다가 대통령 비서실과 합의해 24시간 안에 아쉬가바트를 통과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은 후 운행을 재개했다. 당시 대기중 일 때 아침저녁이면 검은색 세단 무리가 Amine Absorber 옆을 지나갔었는데, 아마도 대통령이었던 것 같다. 시내 통과 중에는 화물 높이 때문에 도로 표지판을 임시 철거하기도 하면서 간신히 아쉬가바트를 통과했다.

◇개선장군 Absorber, 투르크메니스탄 전국민 환호
아쉬가바트 이후로는 속도를 내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높이가 낮은 전선을 만날 때마다 전선을 들어 올리거나 절단해야 했다. 그 와중 현지인이 감전을 당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군사도로 사막구간 통과 중에는 갑자기 함박눈이 내렸다. 주변이 하루 만에 남극처럼 온통 하얀 세상이 되었다. 운송 중에는 도로의 양방향 통행이 불가해 일반 차들은 운송장비들이 통과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

만약 우리나라 같으면 교통체증으로 난리가 났었을 법 한데 여기는 온 동네 주민들이 나와서 구경하면서 박수도 치고 사진도 찍고 한다. 때때로 날씨가 운송을 돕기도 했다. 보통 비가 오면 땅이 굳을 때까지 3일 정도는 운송을 멈춰야 했다. 어느 날은 현장에 비가 많이 내려 걱정이 되서 운송팀에 연락을 해 보면 그 지역은 비가 안 왔다고 했다. 운송팀이 지나가고 나서 비가 내린 것이다. 우리 중량물 운송이 욜로텐 지역에서는 한동안 핫이슈 였다. 택시운전사들도 Amine Absorber라는 이름을 알정도 였다.
 

2011년 1월 14일 드디어 현장 Access Road에 Amine Absorber가 발을 들였다. 내륙운송을 시작한지 61일, 그리고 마산에서 출발한지 132일 만이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운송사는 500톤 이상 중량물 내륙운송 1200Km는 전세계 기네스 감이란다. 통쾌했다. 이번 운송이 너무 위험하다며 Amine Absorber 분리운송 했어야 했다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2월 4일 현장에서 설치 준비를 마치고 발주처 및 지역 인사들을 모시고 상량식을 거행했다. 그동안 유난히 까탈스러웠던 발주처 자재담당 직원이 나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던 4개월 반 우리 도전의 경험이 내 인생을 바꾸고 있다. WE BUILD TOMORROW<신욱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 대리>
-기사작성일 2011년 12월 30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