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국민소득 38% 증가하는 동안 엔지니어 임금 24%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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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국민소득 38% 증가하는 동안 엔지니어 임금 24%에 그쳐
  • 정원기 기자
  • 승인 2024.07.02 15:32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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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못 따라가는 기술자 노임
“반토막 난 대가, 사업 대가 현실화 필요”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경제 성장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됐지만 엔지니어의 임금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본지가 실시한 엔지니어링업체 임금 조사에 따르면 허리층에 해당하는 건설 중급기술자의 지난해 하루 평균 임금은 27만2,915원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9년 21만9,451원과 비교해 24.3% 증가했다.

중급기술인의 임금을 단순 계산했을 때 연봉은 6,700만원 수준이다. 통상 중급기술인이 되기까지 국가기술자격자는 4~7년, 학력자는 3~9년을 채워야 한다. 주요 게임·IT 개발자 초봉이 6,000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중급기술인의 임금 수준은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최근 엔지니어에 대한 임금인상이 상당히 진행됐지만 여전히 이공계 중 최저수준에 가깝다. 이마저도 각종 수당을 더한 금액이어서 비교가 무의미하다.

▲기술자 임금 상승률, 국민 평균보다↓

임금 상승률은 국민 평균보다 뒤처지는 상황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쳤으며 4만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5년 사이 국민소득이 38.0% 늘어 4,724만원으로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기술자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임금이 건설 중급 기술자는 24.3%, 전체 기술인으로 확대해도 33.2% 상승했다. 엔지니어의 소득 증가율이 국민 평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임금의 가치가 줄어든 셈이다.

엔지니어 일당 상승 폭은 단순·육체 노동 등 저임금 근로자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5년 전 대비 15.2% 증가했다. 다만 2017~2019년 사이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른 점을 고려하면 기술자의 임금이 밀리는 모양새다.

사회적으로 눈높이도 높아진 상황이라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영끌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내 집 마련이 모두의 꿈으로 자리 잡았지만 월급만으로는 집을 구매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전국 민간 아파트 ㎡당 평균 분양 가격은 489만원으로 5년 전 대비 40.5% 증가했다. 서울이나 수도권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에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폭등한 곳도 상당하다.

▲대기업>중소기업>엔지니어링사

주요 엔지니어링사의 임금 상승률이 대기업은 고사하고 중소·중견기업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기업 규모 및 업종별 임금인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기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의 임금은 6,968만원으로 3년 전 대비 8.9% 상승했다. 300인 이하 기업의 경우에는 4,296만원으로 7.3% 증가했다.

반면 임직원 1,000명 이상을 둔 A, B기업의 지난해 직원 평균 급여는 같은 기간 각각 4.8%, 6.1% 상승하며 중소·중견기업보다 낮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업계 맏형 격인 C기업은 그나마 7.3% 상승해 체면을 지켰다.

기업 규모가 이보다 작은 엔지니어링사의 경우에는 급여나 임금 상승률이 더 낮다. 엔지니어링사의 취업 선호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근로 조건도 열악한 편인데 임금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실제 A기업의 신입사원 공채 결과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20년 전 인원이 토목공학과 등 이공계 출신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6%가 문과 전공자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총무, 업무, 회계팀의 역할이 커졌지만 인재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저대가-저임금구조 고착화

저임금 구조가 지속된다면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향하는 엔지니어링의 미래도 어두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엔지니어의 기술력이 폄하 당할 경우 저임금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서다. 기술인 노임단가는 공공 발주사업 예산 편성의 기본이 되는 지표로 엔지니어링업계 대가의 바로미터다.

D사 관계자는 “노임단가는 직접인건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말로만 고부가가치라고 치켜세우고 대우는 그렇지 않다”며 “이런 상황이 누적된다면 결국에는 인재 모집이 어려워지고 산업 경쟁력이 하락해 설계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 대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엔지니어링업계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2%로 대가 현실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낮은 대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설계비다. 예산편성단계에서 기재부는 효율적 예산 관리 목적 아래 사업 대가의 70~80%를 예산으로 확보한다. 더불어 예산을 편성할 때는 공사비요율이 적용되지만 대가를 책정할 때는 실비정액가산방식이 우선 적용돼 설계비에 괴리가 발생한다.

일례로 GTX-C노선 건설사업관리 3공구의 경우 사전규격 공개에 명시된 대가는 170억원이다. 실제 발주금액은 168억원에 그쳤고 이후 입찰을 거치면서 140억원에 낙찰됐다. 최초 명시된 대가와 비교해 17.6% 감소했다.

E사 관계자는 “예산은 예산대로 깎이고 80~85% 수준인 낙찰률을 생각하면 이익이 남을 수가 없다”며 “반토막 난 대가를 받으면서 제대로 된 설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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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붕 2024-07-03 08:40:59
엔지니어의 미래를 위해 좋은 기사 써주시는 엔지니어링데일리 기자님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레이닝 2024-07-10 14:42:57
임금도 문제이지만, 설계업무과정이 너무 재래식이라 더 큰 문제가 있어요.
컴퓨터로 캐드, 엑셀, 한글 사용하면 전산화라고 하는데 완전 틀렸습니다.
1. 토공은 양단면평균법 대신에 타입별 표준단면 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2. 인품, 자재, 경비 일일이 계산하는 일위대가 방식 없애고, 시장단가 적용 확대해야 합니다.
3. 타입별 표준도면 적용 확대해야 합니다.
- 언제까지 한땀 한땀 제도하고 수량 뽑고 단가 뽑으며 의미없는 무한 반복작업을 하며, 헛 야근을 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감리 2024-07-03 09:18:21
같은 한솥밥먹으면서 더욱 열악한 건설사업관리 인건비도 취재 부탁드립니다.

고라니 2024-07-03 11:28:06
졸라 고독하구먼

2024-07-03 18:48:16
악순환인 설계를 박리다매처럼하니
품질 저하 실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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