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의 품질인식 부족이 禍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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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의 품질인식 부족이 禍를 부른다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09.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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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관리, 발주자의 영역… 사후약방문 그만해야
노량진, 방화대교 궁극적 해법… 품질관리, 설계단계부터 반영

최근 노량진 배수지사고로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방화대교 상판붕괴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SOC시설물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사고대책을 수립중인 중앙정부는 사고 책임소재, 매뉴얼마련 등에 골몰한 나머지 SOC산업의 궁극적인 안전성을 담보하는 ‘품질관리’ 강화에는 뒷전인 모양새다.

√품질관리, 시공사가 아닌 발주자의 영역
품질이란 것은 핸드폰, 자동차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SOC시설물의 안전성과 고부가가치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SOC사업의 목적 자체가 돼야한다는 것이 글로벌 선진SOC업계의 입장이다.

때문에, 해외무대에서 발주자들은 DB(턴키)등 입찰단계부터 요구사항에 품질서류를 제출하도록 명기한다. 품질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QHSE(품질, 보건, 안전, 환경)을 해결하지 않으면 설계건 시공이건 사업시작이 불가능 한 것. 반면, 한국은 설계단계부터 품질관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 근본적 원인을 두고 건설품질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건설품질관리는 발주처가 최우선적으로 책임져야지만, 감리자 혹은 설계자도 발주자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공사가 품질관리를 책임지도록 되어있다”고 지적했다.

A사 품질기술자는 “건설기술관리법 조문에는 품질관리를 발주자가 하도록 명기됐지만, 시행규칙에는 시행사가 하게도록 되어있다”며 “국내 발주자들은 품질관리 주체가 시공사인 만큼 알아서 잘 할 것이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시공사, 품질관리능력 세계적 수준… 국내에선 무용지물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대형시공사들은 해외 발주자들이 요구하는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품질관리역량을 세계적 수준에 올려놨다. 발주자들이 대가를 주면서 품질관리에 대한 요구를 하니까 업체들은 단순 PQ용이 아닌 고부가가치 차원에서 품질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발주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업체들은 해외에서는 국제식, 국내에서는 국내식으로 업무수행 범위를 조정해 수행하고 있다. 바꿔 말해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품질관리를 시공사가 공들여 할 것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B사 관계자는 “사실 시공사는 계약서, 설계도서에 있는 대로 일하면 되기 때문에 시공사에게 건기법 시행규칙을 이유로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도 명분이 떨어진다”며, “수행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조항도 발주처 재량에 따라 형식적인 검토가 이뤄져 법적 구속력이 매우 약하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해외에서는 발주자가 품질에 대한 대가를 설계단계부터 반영하고, 시공은 물론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깐깐하게 품질이 관리되고 있는지 지켜본다”며 “품질관리를 직접 수행하는 설계사와 감리사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공사를 스톱시킬 수 있는 명분과 힘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노량진, 방화대교 궁극적 해법… 품질관리, 설계단계부터 반영해야
한편, 최근 노량진 수몰사고, 방화대교 상판붕괴사고 등이 잇따르자 SOC시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서울시와 업체의 책임소재를 두고 세간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품질, 안전에 대한 주체를 명확히 하고 대가와 권한을 줘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설계단계에서부터 품질관리계획수립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설계에서 부재된 품질관리 수준이 결국 시공단계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품질을 제대로 확보를 해서 편익을 받는 것은 국민과 발주자인 만큼, 재정부담을 이유로 발주자가 대가를 산정하지 않고 시공사에게만 미루는 인식전환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사고 발생 시 안전조치를 매뉴얼에 따라 수행해 피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사고 자체가 나지 않도록 사업계획부터 마무리까지 전 공정단계에서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선진 SO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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