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상상설계대전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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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상상설계대전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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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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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상상설계대전 심사평>

상상설계대전에 접수된 출품작은 모두 66편이었다. 실물 구축을 위한 설계는 아니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이미지와 아이디어의 기제가 제시되어야하는 제안의 성격상 적지 않은 편수로 생각된다. 출품된 분야도 교통 플랜트 수자원 에너지 환경 등으로 다양함은 물론 각 분야가 서로 융·복합된 형식이 많아 거시적인 엔지니어링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몇 작품이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유된 아이디어와 유사성이 커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신선하고 톡톡 튀는 작품이 많았다.

이번에 공모한 상상설계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재료공학 유전공학 응용역학은 물론 로봇, 나노,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접목을 통해서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접목이라는 말은 유의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기존에 있던 것’을 소재로 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고 이는 자칫 표절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심사위원의 관점은 이러하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는 아버지를 대신해 왕에 오른 삼촌과 그에게 죽임을 당하는 질녀의 이야기다. 이 모티브는 수많은 비극으로 변주되다가 결국 햄릿으로 다시 탄생했지만 누구도 이를 안티고네의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심사위원들은 모티브나 소재의 차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해 선보인 아이디어의 참신성이 인정된다면 적정한 작품으로 평가하기로 하였다.

응모된 66편중에서 1심을 통과한 작품은 모두 25편 이었으며 이를 대상으로 제안서와 이미지는 물론 기존 아이디어와 유사성 정도에 대하여 심도 있는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만장일치로 ‘오아시스’를 대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아이디어 자체의 참신성으로만 보면 오아시스는 다른 작품에 비해서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상세한 구상과 전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안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창조혁신상으로 선정된 ‘물부족 해결을 위한 워터 네트워크 시스템’은 지하수 고갈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해양심층수 아이디어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나리오를 단계별로 설정하여 솔루션을 제안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또 한 점 ‘태평양 플라스틱 아일랜드에 해양주유소’는 북태평양 환류로 모여있는 거대한 프라스틱 섬을 석유로 환원시키자는 아이디어다. 플라스틱의 부력을 이용해 인공섬을 만든다거나 자원회수, 위락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많이 나와 있지만 석유화학제품이었던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로 환원시킨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래디자인상에는 ‘2050 in SEOUL - GREENSPHERE’를 선정하였다. 이 작품은 도시 전체를 일정 권역으로 구분한 뒤 구역 전체를 밀폐하는 시스템 도시구축이 요점이다. 아이디어 자체로만 보자면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나사(NASA)의 화성도시 등 그렇게 낯설지 않지만 이를 이미지로 적정하게 표현하고 환경문제를 이슈화했다는 점을 평가하였다. 또 한 점 ’레고를 조립하듯 움직이는 생활공간 LEGO CITY'는 미래도시의 모습을 레고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그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외에도 엔지니어리더상으로 6점을 선정하였다. ‘자기부상신발’은 ‘알라딘의 양탄자’ 또는 ‘나르는 구두’와 같은 동화적 상상력을 차용한 점이 독특했지만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만한 제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외 ‘Mutual Link City’, ‘최첨단 교통시스템 제안서’, ‘태양광 에너지 전천후 이용방안 제안’, ‘제트기류를 이용한 글라이딩 버드발전’, ‘Circle FARM’ 등도 부분적인 단점이 있지만 돋보이는 아이디어와 제안의 적정성을 평가하여 수상을 결정하게 되었다.

상상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범주가 열려 있고 자유롭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를 폄할 도구를 얻기도 어렵다는 뜻이 된다. 불가피하게 몇 개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에 임하기는 했지만 관점에 따라 편차가 있기도 하였다. 평가결과 부분적인 문제로 시상에서 제외되기는 하였지만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아 아쉬웠다. 이러한 작품의 응모자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다음 공모에 다시 제안해 주기를 바란다. 본 상상설계대전을 평하면서 응모자가 쏟은 정성에 못지않게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미흡한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점 십분 이해있기 바란다.

꿈은 유용하지 않다. 배고픈 이에게 빵 한 조각의 가치도 없으며 추운 이에게 거적 한 장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꿈은 가치가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가치로 평가하는 현실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은 결국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세계’를 마땅히 ‘있어야할 세계’로 이끌고 갈 것이다. 지금 있는 이 세계가 누군가의 꿈이었던 것처럼 상상설계대전 응모자의 꿈은 미래의 세계를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상상설계대전의 꿈꾸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관심을 바란다.

제1회 상상설계대전 심사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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