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보 동일기술공사 대표
"나는 30년 호황기 최대수혜자…문제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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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수보 동일기술공사 대표
"나는 30년 호황기 최대수혜자…문제는 미래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3.11.07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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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보 동일기술공사 대표
"단군이래 SOC사업이 가장 활황이던 시기에 엔지니어로 활동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일감은 넘쳐나고 엔지니어는 부족하다보니 성실하기만 하다면 누구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절이었다. 문제는 SOC산업이 하강하고 1세대 엔지니어가 물러나는 현시점이다."

춘천이 고향인 김수보 대표는 한양대 토목학과 70학번으로 입학했다. 하지만 등록금을 제때 내본 적도, 대학교 교복 맞출 돈도 없어 4년 내내 학생증조차 발급받지 못했다. 당연히 학점은 형편없었고, 토목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었다.

김 대표는 졸업 후 현재 유신인 유신설계공단에 추천을 받아 입사했다. 엔지니어링은 잘 몰랐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선후배간 규율이 엄한 산악부 활동을 했던 탓인지 성실한 자세로 상사가 시키는 일을 수행했다. 인복이 있었던 건지 당대 최고의 구조엔지니어인 전긍렬 회장 직속에서 강구조를 배우며 지하철 2호선을 설계했다.

"운이 좋았다. 당시 강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극히 드물었는데, 최고의 스승을 만났으니 말이다. 학부시절 전혀 느끼지 못한 엔지니어링의 참맛을 사회생활하며 느낄 수 있었다. 워낙 몰랐기 때문에 매일 밤 해당 프로젝트를 공부하며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날고기는 동기들보다 더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당시로는 신생회사인 동일기술공사에 이직하면서 30여년을 근무하며 최고경영자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근 SOC사업이 내리막 기로에 들어서며 김 대표는 걱정이 태산이다.

☀해외가 답이지만, 기준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 고도성장기를 관통했던 지난 30년간은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의 시절이었다는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문제는 후배들이 나아갈 향후 30년. 누구나 해외진출이 엔지니어링산업을 살리는 대안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머나먼 정글이다.

"전 세계가 기본설계 위주로 코드가 맞춰져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이 실시설계 위주라는게 문제다. 우리나라가 100장의 상세설계를 한다면, 선진국엔지니어는 5장 내외의 Concept-Design 후 현장에서 샵드로잉을 하고 있다. 방식자체가 다르다보니 해외진출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과다 상세설계 풍도는 엔지니어링이 컨설팅이 아닌 용역이라는 관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즉 설계도서의 가치를 보지 않고 물량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본설계는 엔지니어의 역량이 발휘된 종합예술인데 반해 상세설계는 단순공정적인 측면이 크다. 5장의 가치있는 기본설계가 100장의 상세설계보다 더 큰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지 않고는 해외진출은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상세설계의 과다로 인해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인원은 사실상 과다한 측면이 있다. 김 대표는 타당성조사, 기본설계 엔지니어로 엔지니어링사를 재구성하고, 시공사에 샵드로잉이 가능한 엔지니어를 배치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비로소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지니어링이 대접받을 수 있는 토양 만들어야 = 60대 중반을 넘어가는 김 대표는 그러나 호리호리한 체격에 빽빽한 머리숱 때문인지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젊은 시절부터 부서장을 맡다보니 당시에는 성질이 대단했었다. 부당한 지시에는 끝까지 싸웠고, 성실하지 않은 후배에게는 혹독하게 대했다. 하지만 최근 엔지니어링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보니, 청사진을 만들지 못한 1세대로써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한편, 김 대표는 얼마 남지않은 엔지니어 생활을 엔지니어링의 가치 향상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이다.

"얼마전 엔지니어링의 날에 은탑산업훈장을 수여받았다. 이 훈장은 김수보라는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닌 고생한 엔지니어 모두가 함께 받아야 할 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엔지니어링산업이 발전할 수 있으려면 1,2세대를 넘어 3세대 엔지니어들이 좁은 한반도가 아닌 전세계 상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만 한다. 작은 힘이지만 최선을 다해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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