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승렬 에스코컨설턴트 대표
“기술이 미래다… 진입장벽 낮춰 공정하게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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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승렬 에스코컨설턴트 대표
“기술이 미래다… 진입장벽 낮춰 공정하게 승부해야"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11.28 10: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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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렬 에스코컨설턴트 대표

“엔지니어링이란 광야에서 홀로 비포장도로를 달려온 기분이다. 지식집약 엔지니어링산업에서는 기술력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고, 고집스럽게 추구해 왔다. 이번 은탑산업훈장 수상이 에스코처럼 우직하게 한길을 걷고 있는 전문엔지니어링사가 더욱 발전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한양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후 AIT 아시아공과대학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한 바 있는 김승렬 대표는 평소 대표이사, 회장이란 타이틀보다 박사라는 호칭을 선호한다. 기술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가졌던 그는 삼보기술단 연구소장직에 있던 1996년 초가을, ‘기술로 사회를 섬기자’라는 철학으로 에스코컨설턴트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지난해까지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회장을 지낸 연약지반이론 전문가인 김 대표는 엔지니어링후학양성, 소외계층기부에 앞장서 왔으며, 그 공로로 지난달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불경기에 일감이 없으면 직원들이 적극성, 능동적 태도를 잃고 사기가 꺾이기 쉽다. 에스코 직원들과 우리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재능기부를 했다.”

-성장기에 종합엔지니어링사로 노선을 변경할 수도 있었을 텐데.
“돌이켜 보면 가파른 성장기에 사세를 종합엔지니어링사로 확장할 수 있었지만 그 이면이 너무 어둡다고 느꼈다. 나의 모델은 매머드급 대형사가 아니다. 차라리 도로, 지반, 교량 등 각 전문분야 업체를 5개정도 세워 컨소시엄형태로 확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네덜란드 NEDECO가 수자원, 교통, 환경 등 독립적인 9개 글로벌엔지니어링사 연합체로 구성된 것처럼, 각 전문분야 톱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 유신VS전문컨소시엄, 도화VS전문컨소시엄 구도가 가능해야 강소엔지니어링사가 탄생될 수 있다. 엔지니어링사가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개발한다면 기득권의 분발을 자극할 수 있다. 오히려 기득권이 솔선수범해 진입장벽을 낮춰야한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무한경쟁 구도에서 엔지니어링업계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만 있다면 용역 아닌 컨설팅을 할 수 있다는 뜻인가?
“에스코의 경우 전문분야 기술력으로 턴키입찰에서도 빛을 봤다. 지반, 터널분야에서 선두자리를 수성하다보니 설사 고속도로사업 수주에 실패하더라도 연약지반분야 만큼은 에스코의 힘으로 1등을 차지하곤 했다.”
“그러나 진입장벽 때문에 신기술 전문가가 설 자리가 없다. 엔지니어링산업의 기술중심 발전을 위해, 발주처는 지나친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지식산업의 지적가치를 구현할 정책수립에 신경써야한다. 또한, 종합점수제로 인해 입찰이 기술력보다 가격경쟁구도로 변질되고 있는 점도 개선돼야한다.”
“에스코는 창사 이래 전문성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 기술력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다. 싱가포르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로비가 아닌 실력으로 낙찰자가 선정되고 있다. 한국시장도 공정경쟁을 통해 기술력 있는 업체가 실적을 쌓고 해외진출의 토양을 마련할 수 있는 발주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반분야 리더 에스코의 대표적 프로젝트가 있다면?
“IMF직후 경험했던 부산신항만을 먼저 꼽겠다. 삼성물산이 메인, 현대건설이 도로를 맡은 2조원이 넘는 대규모 민자사업이었인 만큼 퀄리티를 최대한 높였고, 특히 연약지반을 염두 해 제안서를 만들었다. 사실상 18억5,000만원에 최종승인을 받은 상황에서, 막판에 국내-해외컨설팅사 컨소시엄이 15억원에 참가했다. 긴박했던 순간 우린 도쿄건설과 손을 잡고 경쟁사를 따돌렸다. 도쿄건설에 2,000만엔 주고 16억원을 손에 넣었다.”
“겉보기엔 신항만 입지로 양호해 보이지만 75m 연약지반은 당시 기술로 어떻게 개량한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특히 대심도 연약지반은 보이지 않는 기술력이 반영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작업이었다. 당시 보스턴클레이, 브라만클레이처럼 국내기술기반의 가덕클레이가 필요하다 판단했고, 더욱 치밀하게 지질평가를 했다. 결국 목표에 부합하는 제안을 해냈으며, 2004년 오사카 국제학술대회에서 ‘연약지반기술경쟁력’을 주제로 기조연설까지 했다.”

-2년 전 이례적으로 사비를 들여 지반분야 세미나를 개최했다.
“창립 15주년을 맞아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석학에게 듣는 강의’를 개최했다. 연약지반, 지진, 지하공간, 해저터널 등 4개 지반분야의 미국, 일본, 핀란드, 노르웨이 출신 세계적 전문가들을 초대했다. 엔지니어의 지적 지평을 넓히는 것도 결국 사회 환원이라는 취지에 강사들도 공감했다. 600명 정도 청중에게 책 선물을 하는 등 부대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엔지니어링 2세대에게 지적재산을 물려준다는 보람으로 아낌없이 할 수 있었다.”

-SOC산업불황으로 엔지니어링업계 한파가 매섭게 불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3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이 적다. 1996년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임금삭감을 한 적이 없다. 일시적 부족분이 발생하면 반드시 나중에 채워줬다. 차라리 내 몫을 챙기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다. IMF위기, 최근 글로벌경기침체 등 어려움 속에서도 17년간 임금삭감이 없었다는 것은 회사를 상대적으로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30년 나아가 100년을 존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되려면 변화해야한다. 지금 이대로는 오래갈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엔지니어링산업의 국경도 허물어질 것이다. 긴 안목을 갖고 국내 설계시장도 완전경쟁구도로 시급히 재편돼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김승렬 대표에게 엔지니어링이란?
“엔지니어링이란 산업문명의 가치를 유형화하는 동시에 보편적 복지를 실현시킬 지식산업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 엔지니어링은 각 산업의 결과물을 지원사격했었다면, 현 시점에서는 각 산업을 드라이빙하며 이끌고 나가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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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2013-11-28 14:33:08
박사님 생각을 들으며 엔지니어로서 자부심, 그리고 의무와 책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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