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악의 노동환경, 수주만능주의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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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악의 노동환경, 수주만능주의의 자화상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4.02.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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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기자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열악한 노동환경에 참다못한 엔지니어링 노동자들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건설엔지니어링산업 노동환경 현장고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4대강 수혜 어디로 갔는가’를 주제로 “22조원 초대형 국책사업의 수혜가 필드에서 밤낮으로 땀흘린 노동자가 아닌 발주처 로비 등에 쓰였다”는 성토의 장이었다.

고부가가치 지식집약산업 엔지니어링은 수주만능주의란 덫에 걸려 저가 하도급 산업으로 전락했다. 경영진들의 마인드도 작금의 상황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력 있는 인재보다 수주에 최적화된 전관은 요즘 같은 불황에도 쉽게 구조조정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한 존재로 여겨진다. 구조조정의 여파가 고스란히 일반엔지니어에게만 전가되는 형국이다.

때문에 기술인재를 억누르는 이러한 수주만능주의를 깨기 위해서는 전관의 카르텔을 막아야만 한다고 국회, 학계, 업계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도로공사 전관 64명이 39개 설계사에서 근무 중이며, 전관영입 13개 업체가 도공발주 22건의 감리사업을 모두 수주했고, 고속도로 설계사업 84.5%가 전관영입업체에게 돌아갔다고 밝혀졌다. 발주처의 감리 및 설계사업 대부분을 해당 발주처 전관 보유사가 수주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전관에 의한 카르텔 현상은 철도엔지니어링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는 2011년 철도공단 주요 전관을 보유 상위 4개사가 설계 등 철도용역사업의 50% 가량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와 철도 등 주요엔지니어링사업에서의 전관효과는 기타 분야에서도 매한가지다. 최근 5년간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시설물 유지보수공사 25건을 전관임원 포진 6개 업체가 단독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번갈아 가면서 몽땅 다 수주하기도 했다.

공단 고위직 퇴직자 1명의 스카우트 비용이 연봉, 관용차, 활동비 등 대략 연 5억원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4대강사업의 수혜가 어느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수주만능주의에는 전관만 엮인 것은 아니다. 일반엔지니어 출신도 예외는 아니라, 단기간에 임원을 단 후 곧장 수주일선에 올인한다. 수주가 절대 갑인 국내 엔지니어링시장 특성 상 책임감 넘치는 임원분들에겐 창의, 기술 등 엔지니어로서의 초심을 돌아볼 여력조차 없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 SOC시장을 고려하면 어차피 해외사업 확대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요원해졌다. 국내PQ용이 아닌 해외필드경쟁력을 보유한 실력파 엔지니어양성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국내 선두 엔지니어링업체들 조차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은 국내 1위 업체 前회장에게 4대강 설계용역 수주과정에서의 횡령 죄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수주만능주의에 몰린 한국 엔지니어링의 자화상에 씁쓸함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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