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태신 삼안 노조위원장
워크아웃 3년차 삼안, “노사가 협력하면 불가능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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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태신 삼안 노조위원장
워크아웃 3년차 삼안, “노사가 협력하면 불가능은 없어”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4.03.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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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단체협약 타결 2차례 이끌어… “재무구조 개선 시급해”
“노사 모두가 삼안의 가족, 고통은 분담하고 사기는 진작해야”

올해 초 ‘헌신적 협력’을 핵심가치관으로 2020년까지 업계 1위를 탈환할 것이라 선포한 삼안이, 채권단과의 워크아웃 MOU 마감을 9개월여 앞두고 지난 27일 두 번째 노사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최근 SOC불황과 함께 임금체불, 구조조정, 법정관리 등 홍역을 앓고 있는 엔지니어링업계가 이로써 2008년까지 7년 연속 국내 1위를 차지했던 삼안의 옛 영광을 찾기 위한 행보를 다시금 주목하게 됐다.

이에 본지는 2010년 말 삼안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이래 두 차례의 노사 단체협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구태신 노조위원장을 만나 삼안의 위기극복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구태신 삼안 노조위원장

-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1998년 삼안을 인수 한 프라임그룹은 2008년 부동산경기불황 함께 심각한 유동성위기에 빠졌고, 프라임저축은행이 뱅크런 사태를 맞으며 그룹차원의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프라임 측은 같은 해 그룹 차입경영의 희생양으로 계열사 지원금 1,200억원을 떠안기면서 삼안의 위기를 초래했다. 더구나 2010년에는 롯데건설로 매각을 눈앞에 앞두고 부채가 발견돼 이마저도 결렬됐고 2011년 8월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1년에 100억원 정도 남기는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 1,200억원은 10년 이상의 이익금을 한 푼도 안남기고 고스란히 내놔야하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모기업의 무능함으로 업계 1위 회사가 하루아침에 풍비박살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선 것이다. 롯데그룹 인수포기 후 임금체불이 진행되자 인력이탈이 가속화 됐다. 1,600명의 삼안가족과 회사를 살리기 위해 2010년 말 노조설립과 동시에 단체협약을 요청했다.

- 워크아웃 상태 기업이 단협을 성사시킨 사례가 극히 적다. 그러나 삼안은 벌써 2012년 2월에 이어 오늘 두 번째 단협에 성공했다. 어떤 성과가 있는가?
첫 번째 단협의 가장 큰 성과는 “정리해고 시 반드시 노조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초 사측이 정리해고의 시도를 했지만, 임금반납 등의 노사 간의 타협으로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 없이 고용안정을 이뤄낼 수 있었다.

두 번 째 단협은 지난해 12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15차례의 본교섭과 1차례의 실무교섭을 거친 끝에 오늘 타결됐다. 첫 단협에 비해 내용이 크게 늘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됐던 통상임금을 포함해 학자금, 의료보험 등 여러 사안을 보완했다.

기존 통상임금은 본봉, 직책수당, 기술자격수당, 식대 등으로 구성됐으나, 이번 협상을 통해 상여금, 시간외수당, 직무수당, 별정직수당, 현장수당, 감리수당, 체재수당, 장기근속수당, 차량유지비 등을 포함했다.

통상임금 산정시간기준도 기존 226시간은 주6일 근무제도 당시 기준으로 조합은 주5일제가 정착된 현 상황의 시간기준인 209시간으로 변경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사측과의 막판협상에서 입장차를 좁혀 합의에 이르렀다.

- 첫 번째 단협 성사까지 1년이 넘게 걸렸는데 두 번째는 3개월 만에 타결됐다.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신호인가?
워크아웃이 3년째지만 채권단이 거의 돕지 않고 있다. 1,200억원을 눈뜬 채 빚지고 직원이 1,600명에서 1,000명으로 감축됐음에도, 지난해 수주규모 1,243억원으로 업계 5위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해외설계시장 수주규모 1,470만달러로 글로벌 199위에 오른 바 있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사의 협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사측도 노측도 모두가 삼안의 가족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사업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진작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 사측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올해가 채권단과의 워크아웃 MOU 마지막 해다. 농협 등 채권자에게 줘야할 원금 500억원이 있지만 프라임한테 돌려받아야 할 1,200억원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최적의 선택은 M&A다.

M&A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 채권단이 중심이 돼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여야한다. 그러면 PQ평가점수가 좋아지고, 수주가 개선돼 좋은 인재가 양성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엔지니어링은 사람이 경쟁력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전제로 노사 간의 대화를 통해 고통분담, 사기진작 이라는 두 바퀴의 굴레로 ‘업계1위 삼안 정상화’란 비전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

▲ 삼안 2014 단체협약 체결식 - (左) 구태신 노조위원장, (右) 임종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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