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PMC라는 이름의 터부
상태바
<사당골>PMC라는 이름의 터부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4.07.17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동기대비 9% 증가한 331억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이 속도라면 국토부가 올해 목표로 잡은 700억달러도 어쩌면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2003년 37억달러에 불과했던 해외수주액과 비교한다면 20배의 괄목한 성장을 보인 셈이다. 고유가 영향이 컸지만, 각 분야 엔지니어의 노고와 집념이 이뤄낸 결과라 볼 수 있다.

이런 결과에 탄력을 받았는지 국토부는 2017년까지 해외건설 5대강국에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의 계획이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토부 권한과 규모가 축소되면 가능하다.

한국의 해외건설은 EPC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EPC라는 것이 발주처에서 도급을 받아 설계조달시공을 하는 수준으로 설계도 단순상세설계에 그쳐 있다. 특히 수주경쟁력의 핵심이 저가수주다보니 순간 방심하면 실행이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해 사업규모가 클수록 리스크도 크다. 한국의 해외사업이 외형만 커 보이지 실속은 없다는 소리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

해외사업의 실질적 고부가가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발주자의 권한을 대행하는 PMC와 기초설계단계인 FEED 분야에서 선진엔지니어링그룹을 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수요에 부응해서인지 이명박 정권 당시 지식경제부는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PMC, FEED를 강화한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PMC 육성안은 그러나 Testbed 즉 시범사업 발굴은 하지 못한 채 엔지니어링대학원 설립 등 인재양성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지경부는 낫다. 국토부는 업계에 줄기찬 PMC시행 요구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수년전 한국도로공사가 엔지니어링사와 함께 브루나이PMC를 수주했을 때 살짝 움직임이 있었지만 곧 사그라지고 말았다.

PMC에 대해 국토부 등 발주관청은 왜 난색을 표할까. PMC라는 것이 말 그대로 정부를 대행해 사업을 총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 발주부서들이 하는 업무를 민간에게 이양하라는 소리다보니 아무리 취지가 좋고 전 세계적 트랜드라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중동을 비롯해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은 SOC발주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발주권한을 대행시키는데 주된 추세로 대부분 영미권 엔지니어링사가 PMC사업을 싹쓸이하고 있다. 특히 발주권한을 갖는 PMC사업의 특성상 자국의 건설사가 이후 발주되는 EPC사업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

알토란 같은 PMC사업은 그러나 엔지니어링사는 Track-Record 부족으로, 현재 PMC를 수행하는 각 발주청은 의지부족으로 거의 수주가 되지 않고 있다.

산하공사와 각 청으로 대변되는 발주부서 임직원들은 "나는 공무원인데 굳이 왜 외국에까지 나가서 영업해 사업을 따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때문에 엔지니어링사가 만들어온 설계/감리사업에 이름을 올리는 방식으로 "우리도 돈을 벌고 있다"라는 명분을 쌓고 있다. 무엇보다 PMC사업의 핵심은 자금을 조달하는 파이낸싱인데, 세금으로 책정된 정부예산만을 집행하다보니 다변화된 국제SOC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사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발주처가 모든 권한을 쥐고 있다보니 PMC실적 자체를 쌓을 수 없어 전 세계 곳곳에서 발주되는 대형 PMC사업을 쳐다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공식석상에서 PMC사업의 P자만 꺼내도 발주처로부터 찍힐 걱정을 하고, 혹여 민관합동으로 엔지니어링사업을 수주해도 고압적인 관청을 업고 다니며 사업을 수행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박정희 정권 초기 28%였던 한국의 도시화율은 수년전 90%를 넘었다. 이 말은 더 이상 한국에서 SOC사업의 호황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사실 지난 50년간 한국은 정부주도 아래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대약진으로 산업화의 최고 성장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미 국내 SOC산업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추세지만 정부조직과 발주체계는 아직 60~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50년간 쌓아온 SOC성장동력을 어떠한 방향으로 분출해야 할까. 결국 PMC사업의 단계적 확대를 통한 정부조직의 축소가 대안이지 않을까한다. 현재 발주처의 기획기능을 대거 도려낸 뒤, 엔지니어링사와 M&A를 통해 거대한 엔지니어링그룹을 재탄생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밥그릇을 빼앗긴 기존 공직사회의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산업화를 실시한 뒤 고부가가치영역으로 전환한 선진국의 사례를 조금만 살펴본다면, 정부조직과 민간이 동시에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전세계적 추세인 PMC로의 전환이 필수라 할 수 있다.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박근혜 정권이든 향후 차기정부든 작은정부를 통한 민간경쟁력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