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 파산… 창립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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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 파산… 창립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4.07.25 13: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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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 채권자 피해 적지 않을 것… “파산관재인, 사회적 약자 형평성 고려해야”
도시계획 지각변동 불가피… 도화 1강 구도전개, KG엔지니어링 다크호스 부상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불과 5년 전 인당 수주액 3억6,200만원으로 종합엔지니어링사 중 압도적 1위에 올랐던 동호가, 창립 25년만에 오너경영실패, 경기침체에 따른 수주급감을 견디지 못하고 도시계획 절대강자 '東湖'라는 이름만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5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법정관리 대상 동호에 대한 매각작업이 무산돼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내린지 약 2개월 만에 25일 11시 공식적으로 파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수원지법은 파산을 선고함과 동시에 파산관재인을 임명했으며, 파산관재인은 향후 남아있는 동호 자산을 정리해 채권단들의 빚 청산을 주도할 예정이다.

채권은 변제 순위에 따라 별채권, 재단채권, 파산채권으로 구분되며, 후순위로 갈수록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단채권자와 파산채권자가 각각 대체적으로 동호 노동자, 하청업체 등 사회적 약자로 예상되는 만큼, 파산관재인의 분배 형평성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호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추정단계이지만, 변제 1순위 ‘별채권’ 가능성이 있는 회생담보채권 230억원, 2순위 ‘재단채권’이 가능한 공익채권 최대 250억원(재직자 150억원, 퇴직자 100억원), 3순위 ‘파산채권’이 될 확률이 높은 회생채권 100억원이 예상된다.

한편, 동호 노동조합에 따르면 남아있는 동호의 자산으로 본사 사옥, 용인시 고기리 연수원 부지 등의 부동산과 매출채권 잔액 등이 거론되고 있다.

▼ 도시계획분야 동호, 도화 양강구도 지각변동… 실적매각, 경쟁 치열할 것
동호 파산이 공식화 되면서 그동안 동호와 도화가 양강 체계를 이뤘던 도시계획 분야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도시계획 1위 동호가 파산되며, 2위인 도화가 1위로 올라서며 1강 구도가 전개될 전망이다.  국내 최고수준 도시계획기술사를 포함한 동호 임원 2명이 도화로 이직을 앞두고 있어, 도화는 향후 PQ과정에서 더 큰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호 노동조합에 따르면 동호의 국토분야 사장1명, 임원 7~8명, 직원 20여명 등 총30여명이 KG엔지니어링으로 이직할 예정이다. 때문에 기존  삼안, 동명, 이산 등으로 전개됐던 도시계획 분야 3~5위 그룹에도 변화가 예측된다.

특히, 동호의 실적 매각은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과거 삼우가 파산하며 소수업체가 실적과 인력이동으로 수혜를 입었던 것과 달리, 동호는 최근 대부분 공동도급으로 수주했기 때문에 실적을 100% 가져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된다.

동호 실적매입에 참가할 업체로 먼저, 동호인수전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세일종합기술공사가 항만과 국토분야의 시너지 차원에서 점쳐지고 있다. KG엔지니어링도 이미 30여명의 동호 인력을 수혈하기로 한 만큼 실적까지 가져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중앙→금호→동호, 영욕의 25년 역사… 3위에서 파산까지 불과 5년
1989년 5월 중앙엔지니어링으로 설립된 동호는 1990년 12월부터 금호엔지니어링으로 불리다가, 2005년 4월 故오동권 회장이 오너경영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의 ‘동호’라는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시계획 설계분야 국내 1위 동호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크고 작은 국책사업을 수주해 기본 및 실시설계를 수행해 왔다. 특히, 2009년에는 총 수주규모 1,767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를 차지했으며, 인당 수주규모는 3억6,200만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인당 수주 1위 엔지니어링사 동호의 오너 경영진은 2011년 본사를 안양시 호계동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사옥신축 및 방만경영 등으로 자금사정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9년 4대강사업 등 국책사업에 의지하던 엔지니어링사가 호황기 때 막대한 수익을 냈었음에도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했고, 건설경기 침체를 맞다보니 신규수주가 급감해 2012년부터 임금체불이 시작됐다.

체불된 임금은 눈덩이처럼 불어 지난해 12월 23일 법원에 법정관리신청을 할 때 체불임금은 100억원, 총 부채는 620억원에 달했다.
 
▼ 아쉬웠던 M&A… 한국 엔지니어링사에 남긴 이름 동방의 호수 ‘東湖’
지난 1월 9일부터 법원의 법정관리를 받아왔던 동호는 3월 25일 매각결정이 내려 진 후 복수의 인수의향사와의 입찰, 재입찰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5월 29일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통보받았다.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결정 이후에도 인수의향사들의 적극적인 인수의지가 있어서 동호 측은 6월 13일 법원의 결정에 항고한 바 있으나, 재퇴직자 임금 등 공익채권의 변제율을 높이기 위해 결국 6월 27일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파산신청을 받은 지 3주 만인 이달 18일 파산절차비용인 예납금을 23일까지 납부하라는 ‘예납명령’을 동호 측에 송달했으며, 동호는 21일 예납을 마무리한 바 있다.

이후 25일 11시 수원지법은 동호 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동호 파산 선고’를 내렸다. 이로써 최근 10년간 인당수주 1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도시계획의 역사를 써왔던 동방의 호수 ‘東湖’는 한국 엔지니어링사에 이름만 남기고 사라지게 됐다.

한편, 동호 관계자에 따르면 현 오동오 회장의 부친인 故오동권 회장은 공교롭게도 회생절차 폐지결정이 있던 지난 5월 29일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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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신 2014-07-25 17:05:23
동호가 왜 망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놨으니... 수백명의 직원들은 어찌하라고... 참... 잘가라, 동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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