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 잘 듣는 30개사만 챙기는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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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말 잘 듣는 30개사만 챙기는 국토부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6.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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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장희 기자

 뜨거운 햇살이 작렬하는 6월의 어느 날.

선선하다 못해 스산한 공기가 감도는 과천청사 지하벙커 국제회의실에는 정장차림의 신사들 70여명이 착석해 있었다.

그보다 며칠 전 한국건설설계협회 발로 상위 30개 엔지니어링사에게 ‘건설설계ENG업체 선정방법 제도개선을 위한 이용자 의견수렴’이란 제목으로 공문이 발송됐다. 공문에는 ‘책임있는 CEO’ 또는 부서장급 이상으로 한 회사당 2명씩 참여할 것을 명기했다.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이 주관하는 이번 의견수렴에는 TP, SOQ 평가방법을 현행보다 축소하고, 설계보상비를 지급하는 등 엔지니어링업계 입장에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화순 정책관과 기술기준과 담당자들이 변화되는 제도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엔지니어링업계에 제시된 건의사항에 대해 따로 문건을 만드는 등 친절한 행정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공간에 참석하지 못했던 엔지니어링사들은 불만이다. 한 엔지니어링사 대표는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업체가 1,600개가 넘어가는데 30개사만을 놓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국토부가 대형사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업계는 백번양보해도 TP와 SOQ를 제출할 수 있는 업체가 100개 내외고,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중소사도 많은데 30개사로 한정시킨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및 지자체 전관들이 대거 포진한 상위사들의 입김에 의해 평가기준이 요동치는 실태에 대해 엔지니어링업계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공무원 출신들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평가기준으로 인해 실력있는 엔지니어링사가 입찰참가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정책 설명회까지 참석하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장벽이라는 지적이다.

적어도 국토부가 참석자를 ‘한국건설설계협회 회원사(30개, 각 2명)’으로 한정시키기보다 TP, SOQ에 관심있는 업체로 확대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공지했다면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엔지니어링산업의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국토부라면 대형사와 함께 중견, 중소업체를 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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