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DB가입, 북한은 NO! 파키스탄은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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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DB가입, 북한은 NO! 파키스탄은 YES?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4.12.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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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희 기자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북한개발은 국내 일감이 급감한 국내 엔지니어링사에게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다. 수많은 리스크에도 동남아를 넘어 아프리카, 남미까지 진출 중인 절박한 업계에게 미얀마처럼 ADB, WB의 양허성차관만 지원된다면 북한 또한 국제개발원조의 틀 속에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시장인 것이다.

최근 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IMF, WB, 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준수하고 이들과 양호한 협조관계를 유지한다면 연간 2~4억달러 정도의 양허성 자금지원 수혜가 가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ADB의 회원가입은 국제관례 상 IMF 회원국이 된 후 WB에 가입해야 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UN 가입국인 북한은 이론적으로 ADB 가입을 위한 기본조건은 충족하지만, ADB 총회에서 총 투표권의 3/4이상을 보유하는 2/3 이상 가입국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투표권은 일본 12.84%, 미국 12.74%로 25.5%를 넘는 미일 2개국이 반대하면 북한의 ADB 가입은 불가능하다.

북한은 1997년과 2000년 두 차례 ADB에 가입 신청을 했지만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한양대학교 장형수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1997년 IMF를 북한으로 공식 초청해 조사단에게 IMF 가입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 핵개발이 국제이슈가 된 2002년 이후 IMF, WB 등 국제기구는 북한의 회원가입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본 기자는 올해 초 한국을 찾은 Jude Anthony ADB 선임자문관에게 북한의 ADB 가입 가능성에 대해 물었으나, 그는 “미얀마, 베트남처럼 획기적인 체제전환이 없이는 북한의 회원가입은 불가능하다”며, “역내 국가 중 북한은 회원가입이 가장 어려운 국가라 생각된다”고 잘라 말했다.

표면적으로 미국은 핵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없다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이미 수십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탄은 여전히 ADB는 물론이고 IMF, WB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기업은 파키스탄에 원조사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인도, 중동, 구소련 등 인접국가에 진출하기 위한 전력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파키스탄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자국이익에 보탬이 된다면 북핵문제를 차치하고 인도적 관점에서 북한의 ADB 가입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비핵화는 북한이 반드시 이행해야만 한다. 다만, 남북 경제규모의 차이가 40배나 벌어진 현 시점에서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 인프라개발은 상당히 시급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내걸었던 MB정부의 대북정책 ‘비핵개방 3000’이 슬로건에 그쳤던 사실은 곱씹어봐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북한의 경제발전을 지원할 것이다”는 입장의 박근혜 대통령 또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통일대박’ 등 다양한 슬로건을 내걸며 통일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특별한 성과 없이 이미 임기 중반을 향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에 파키스탄보다 투명한 가버넌스를 구축할 것임을 약속하고, WB는 지구상 가장 닫힌 국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해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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