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뒤늦은 중동순방, 아쉬운 오만 철도PMC
상태바
[기자수첩] 뒤늦은 중동순방, 아쉬운 오만 철도PMC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5.03.06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준희 기자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제2 중동 붐’을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간 협상력이 엔지니어링분야 수주의 핵심 변수가 된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중동순방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경쟁시장 입찰과정에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정부가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니 한국 기업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만 장거리철도 PMC사업자 최종 선정과정에서 최저가를 제시해 수주가 유력했던 한국 도화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스페인 정부의 지원을 받아온 Técnicas Reunidas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한국 측은 가격점수 개찰 결과 2위 스페인 컨소에 비해 60%에 그치는 제안을 한 것으로 나타나며 수주가 기정사실화 됐었다. 그러나 이후 Técnicas 측은 무려 1년간 오만을 직접 방문한 스페인 국왕을 비롯해 관계 장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최종 역전에 성공했다.
 
PMC 사업자가 선정된 만큼 전세계 건설업계의 이목은 이제 총 15조원규모로 추정되는 오만 장거리철도 사업의 EPC사 선정에 집중된 상황이다. 그중 3조원으로 추정되는 1구간 사업에만 총 34개 글로벌 컨소시엄이 출사표를 던졌으며 PQ를 통과한 18개 컨소 중 11개 컨소가 입찰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 중 현대건설(주관사), SK건설, 대우건설 등 3개 시공사가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전하고 있다.
 
오만 장거리철도 PMC를 맡은 Técnicas는 향후 설계·시공사 선정평가, 설계도면 검토 등 발주처를 대신해 프로젝트 전반에 걸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장거리철도사업의 EPC경험이 부족한 국내 시공사들은 내심 프로젝트 전 구간, 전 과정에 걸쳐 발주처 역할을 할 PMC사에 국내 엔지니어링사가 선정되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적어도 기술력, 가격경쟁력이 아닌 상대국 정부의 입김에 밀려 수주가 좌절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 박 대통령이 한두 달 앞서 중동을 방문, 오만 측과 정상외교를 했었더라면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는 현실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PMC는 설계·시공사 선정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등 수십조원규모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입낙찰과정에 영향을 끼친다. 이제 한국 정부는 PMC를 비롯해 CM, 마스터플랜, 기획, 기본설계, 유지보수, 운영 등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분야 수주지원에 나서야만 한다.

이번 박 대통령의 중동순방 4개국 중 쿠웨이트 장거리철도·메트로 PMC, 사우디 1,065km 철도 시공감리, 카타르 장거리철도 설계·시공 등 국내 업체의 수주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스페인 정부에 밀려 15조원 철도프로젝트의 주도권을 놓친 정부는 단순 이벤트성 정상외교가 아닌 국부창출을 위한 지속가능한 흐름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과거 ‘중동 붐’은 가격경쟁력 기반의 단순 시공분야가 이끌었지만, 2010년 OECD DAC 회원국으로 격상한 한국은 개도국에 한국형 개발경험을 수출하는 공여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공경쟁력만으로는 중국 등 후발주자에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며, 엔지니어링경쟁력 없는 ‘제2 중동 붐’은 단순한 모래바람에 그치고 말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