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기술개발 권하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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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기술개발 권하지 않는 사회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6.28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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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인력 10%이지만 전담연구인력 1%
‘영업력 우선 기술력 천시’ 풍토가 문제

▲ 실질적인 R&D 및 기술개발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엔지니어링사들의 생각전환이 필요할 때다.

신고업체 4,500개, 신고인력만 7만명인 엔지니어링업계 기술개발을 위한 전담연구인력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집계가 되지는 않지만 어림잡아 100명 내외로 추정된다. 물론 서류상에 등재된 결산상인력은 총원의 10%에 달하지만, 실제 이 같이 운영하는 엔지니어링사는 단 한곳도 없다.”

서류와 실제인력이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사업수행능력(PQ)상 기술개발실적 점수를 채우기 위해서 총매출액의 3%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전체 인원의 10% 가량을 연구인력으로 등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A기술연구소 관계자는 “그나마 총원의 1% 내외의 전담연구인력을 채용해 기술연구소를 운영하는 엔지니어링사는 손에 꼽고, 이 경우 대표이사가 기술개발에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종업원수가 1천명이 넘어가는 대형엔지니어링사에 기술연구소는 간판도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 현재 엔지니어링R&D 현실임을 지적한다.

서류상 R&D등재 인력이 많은 엔지니어링사는 실제 조세감면특별법에 의해 세금을 감면받고 있다. 하지만 10년주기로 국세청 조사를 통해 감면분만큼 추징을 당하고 있다. “벌금이 아니라 혜택받은 것을 환수하는 차원으로 10년 주기로 국세청 조사가 이루어져 대형엔지니어링사의 경우 수십억원을 추징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경기가 좋아도 연구인력을 대량 배치할 수 없다. 대형사의 경우 부서별로 전문경영인을 두고 독립채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전문경영인 대량수주를 통해 당기순이익을 높여 재임기간을 늘리려하지 누가 미래를 보고 기술개발에 투자하겠냐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는 실제인력과 투입인력간 괴리로 세금추징 및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며 국가차원에서 이런 불합리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영업력 우선 기술력은 뒷전 풍토만연=엔지니어링사가 기술개발에 소극적인 투자로 일관하는 것은 영업력만 우선하는 입찰제도가 문제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Pass or Fail 방식으로 적용하면서 PQ기준이 약화된 만큼 기술제안서(TP)가 강화됐는데, 이 경우 낙찰자 선정에 영업력이 기술력을 앞지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보다는 발주청 출신을 중용하는 사례가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일례로 기술제안에 의해 낙찰된 설계안보다 탈락된 제안서의 설계안을 채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꼽았다. 즉 영업력에 의해 당선은 됐지만, 기술력은 차순위가 좋아 발주청에서 탈락한 설계안을 적용한다는 것. 이에 대해 탈락자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조차 주장할 수 없다. 상대가 막강한 발주청이기 때문이다.

H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발주청에 영업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기업 처장급 연봉이 1억5천가량이고 본부장이 2억원 수준으로 이들을 영입하려면 보다 많은 보수를 책정해야 한다”면서 “반면 같은 연배의 엔지니어들은 이들에 한참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기술경시의 대표적인 단면인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무리없는 게 상책, 신공법 설자리 없어=신기술ㆍ신공법에 대한 부담감도 기술개발 의지를 꺾어 놓고 있다. 기술제안 및 턴키 입찰에서 공사비 및 공기를 줄일 수 있는 신공법을 제시하면 발주청에서는 부담을 느낀다. 어차피 순환보직인데, 신공법을 적용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모두 담당자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신기술신공법을 출원하려면 충분히 성능테스트를 하고 국가시험기관에서 검증을 받지만 현장에서는 시공실적이 적으면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 민자사업의 경우 공사비를 줄이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신공법을 대폭채용하고 있는데, 실제 막대한 예산절감효과가 있다. 보도블록교체로 인한 연간 손실액이 100억이라는데, 신공법 미채용으로 인한 손실액은 수조원에 달할 것이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설계를 참조해 적용하는 단순업무에 매몰된 실정이다.”

업계는 영업력 우선, 신기술신공법 부담 등의 이유로 기술개발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PQ점수를 위해서는 해당요건을 전문업체로부터 구입하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편이 수주에 도움이 된다는 것. 게다가 중소기업의 부담이라는 이유로 내년부터 R&D가점과 실용신안가점이 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석상에서는 해외진출을 위해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외치지만 실제 이를 실천에 옮기는 엔지니어링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고, 입찰제도, 사회적분위기도 기술개발은 권하지 않는다”면서 “엔지니어링사의 실질적인 R&D 및 기술개발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개발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엔지니어링사 스스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작성일 2011년 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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