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엔지니어링 노동실태 설문조사>
91%, 발주처 甲질 경험… A/S, 접대, 금품요구까지 다양
상태바
<2015 엔지니어링 노동실태 설문조사>
91%, 발주처 甲질 경험… A/S, 접대, 금품요구까지 다양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5.11.04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8%, “너무 만연해 포기하거나, 괘씸죄에 아무말 못해”
ENG 9개사 1,224명 대상 갑질경험, 업무만족도, 적정대가 등 설문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엔지니어링 근로자 91%가 발주처의 갑질을 경험했지만 98%가 이를 거부하거나 신고한 적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낮은 대가에 멍든 엔지니어링업계가 발주처 갑질에 피멍이 들어도 보복이 두려워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형국이다.

이에 본지는 ‘발주대가의 적정성과 그로 인한 노동실태조사를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갑질의 사각지대에 놓인 엔지니어링 노동실태를 전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건설엔지니어링노동조합 연대회의가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5일까지 건설엔지니어링 8개사와 건축엔지니어링 1개사 근로자 1,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 90%, “과업 외 요구사항 대가 전혀 받지 못해”

 
“발주처로부터 과업 외 부분을 부탁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9.8%가 그렇다, 10.2%가 아니라고 답했다.

과업 외 발주처의 요구사항으로 23.9%는 “과업종료 후 해당내용 이상의 A/S나 검토 요청이 있다”고 했다. 23.8%는 “과업관련 발주처 내부 과업을 대신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23.2%는 “타 과업 발주 준비 등 해당과업과 완전히 다른 과업을 시킨다”고 했다. 21.9%는 “필요 이상의 검토나 자료 수집을 요청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발주처의 요구로 인해 야근을 하거나 개인시간을 단축하는 등 근로조건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40.1%는 매우 나빠졌다, 57.8%는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과업 외 요구사항에 대한 적정한 대가는 받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90.2%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회사차원에서 받은 인력은 4.9%, 어느 정도 받았다는 이들은 2.5%에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엔지니어링업계 82.7%가 발주처로부터 과업 외 부탁을 거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업계는 그 이유에 대해 50.4%가 “불이익이 걱정돼서”, 25.5%가 “일상적인 일이 돼서”, 21.4%가 “상사의 지시가 있어서”라고 답했다.

발주처의 과업 외 업무지시가 사업대가에 어느 정도 포함된 것이라 생각하는 근로자도 11.4%가 있었지만, 절대다수인 87.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업무량이 과중하다고 느끼는 엔지니어링업계는 발주처의 과업지시가 그 원인이냐는 질문에 11.6%가 매우 그렇다, 70.8%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57.2%가 매우 그렇다, 41.1%가 그렇다고 답했다.

▼ 70%, “발주처 갑질 개선 어려워”… 90%, “너무 만연하고 괘씸죄 두려워

 
실제 엔지니어링업계 근로자의 91.2%는 업무 중 발주처의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형태에 대해 36.5%가 “빠른 결과 요청으로 인해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출근을 한다”고 했다. 20.9%는 “과업 외 업무를 요구한다”, 17.5%는 “미미한 사항을 이유로 과업의 전반적인 재수행을 요구한다”고 했다. 13.9%는 “적정대가 이하의 계약을 요구한다”고 했다. 7.51%인 173명은 심지어 “발주처로부터 향응접대나 금품까지 요구받는다”고 고백했다.

다만, 응답자의 30.4%는 “발주처의 갑질은 없앨 수 있는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31.9%는 “정확하고 현실성 있는 기준을 정립해 평등한 수주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27.1%는 “엔지니어링업계의 단결을 통해 갑질 단체를 거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4.4%는 “갑질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했고, 7.1%는 “청와대 신문고 등에 부조리를 신고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응답자의 69.6%는 “사실상 발주처의 갑질은 뿌리 뽑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이유로 52%가 “이미 업계에 만연한 분위기라서 개선의지가 없을 것”이라했고, 41.4%는 “괘씸죄 등 불이익이 두려워 회사차원에서 갑질을 수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 76%, “업무 불만족”… 임금, 복지 낮아 상대적 박탈감 느껴
엔지니어링업계 종사자의 76.1%가 사업장 업무환경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고, 만족한다는 비율은 20.9%에 그쳤다. 업무환경 불만족 사유로는 38.5%가 임금, 25.6%가 복지를 꼽았다. 16.3%는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 불만을 느낀다고 했다. 13.6%는 자긍심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임금과 복지에 대한 불만이 지배적으로 나타난 것은 임금삭감, 야근비 미지급, 경비절감 등에 의한 실질임금하락이 다년간 진행돼 온 결과로 분석된다. 응답자들은 임금적성성에 대해 78.4%가 적절하지 않고 응답했고 19.4%가 보통, 1.7%만이 적정하다고 했다.

2013년 대형엔지니어링 6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임금인상율의 합산수치는 평균 11.8%로 6년간 물가상승율과 경제성장율을 합한 38.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바 있다. 특히 임금동결과 10%대 삭감이 진행된 다수의 사업장에서는 임금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큰 것으로 풀이된다.

낮은 임금의 엔지니어들은 과중한 업무에 한 번 더 치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1.3%가 업무량이 많다고 답했고, 27%가 보통이라고 했다. 업무량이 많지 않다는 응답자는 불과 0.8%에 그쳤다.

추가 설문결과 업무량이 많다는 응답자는 그 원인에 대해 “역피라미드식 인력구조, 신규인력채용의 제한과 무대과업요구, 적정대가 미지급 등으로 1인당 노동량이 과다해 졌다”고 지적했다.

▼ 98%,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기준 정확히 적용되지 않아”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엔지니어링사업대가 기준을 알고 있는 응답자가 75.1%에 달했지만, 그들 중 대가기준이 적정하다고 꼽은 자들은 20%에 그쳤다. 대가기준이 낮다고 보는 879명은 그 이유로 63.7%가 현실성이 결여된다, 32.8%가 시세보다 낮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기준이 정확히 적용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97.8%가 아니라고 했고, 2.1%만이 그렇다고 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45%가 저가경쟁입찰을 꼽았고, 25.6%가 발주처의 예산부족, 25.5%가 현실성이 결여된 금액이라고 답했다. 정부고시 사업대가대비 현실에서 지급되는 대가수준에 대해 52.5%가 70%이하로 적용받고 있다고 답했다. 50%이하를 받고 있다는 응답자도 14.7%에 달했다.

정부고시 사업대가기준이 정확히 적용되기만 해도 업무환경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진단된다. 응답자의 41.6%는 “그렇게만 되면 노동여건개선 및 프로젝트수준향상이 뒤따를 것”이라고 답했고, 41.1%는 “임금과 복지여건 자체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