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DIC 분쟁조정관 Corbett, 적자계약 서명하는 한국EPC '이해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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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DIC 분쟁조정관 Corbett, 적자계약 서명하는 한국EPC '이해못해'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03.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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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NG업계, "설계변경, 사업승인비용 뒤집어 써 억울해"
Corbett, "Lump Sum 클레임, 계약 전 오류 찾아 통지해야 승산 있어"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국제건설전문변호사들의 바이블 'FIDIC 계약조건'의 저자 영국 Corbett&Co 대표이사 Edward Corbett이 한국엔지니어링협회가 주최한 '국제계약 분쟁사례 특별 세미나' 참석 차 한국을 찾았다.

최근 WB, ADB 등이 건설계약 체결 시 분쟁조정관 활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FIDIC 계약조건을 집필한 분쟁조정관, Corbett 변호사의 행보에 국내외 엔지니어링업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업계가 슈퍼갑 발주처를 대상으로 클레임 거는 경우가 거의 전무해 '분쟁조정관' 자체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분야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업계는 최근 국제입찰시장에서 혹독한 수업료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Corbett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엔지니어링업계가 해외입찰시장에서 겪고 있는 계약 및 클레임 관련 애로사항을 전하고 이에 대한 그의 법률적 조언을 들어봤다.

▲ FIDIC 분쟁조정관 Edward Corbett변호사
"과업지시서 오류로 설계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동유럽 ADB 차관 도로 설계사업을 FIDIC White Book으로 계약한 바 있다. 현지조사 후 지반공학전문가로써 발주처에게 안정상의 이유로 노선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주처 측은 Lump Sum방식으로 계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과업비용은 설계사가 모두 부담해야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과업지시서에 표시된 노선도 자체가 문제였다. 책임은 ADB 자금으로 F/S를 수행해 노선도 초안을 그린 업체가 져야한다. 우리 설계사에게는 귀책사유가 없다고 본다.

"연약지반 특성 감안, 계약 전 미리 문제제기했어야"
계약서 서명 전, 해당 오류가 발견이 불가능할 정도로 숨겨져 있었다면 추가과업은 발주자가 책임져야한다. 발주자가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면 엔지니어링사는 요구사항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본 로펌이 변호를 맡았던 '알바니아 산사태 분쟁'에서 중재기관은 발주처의 손을 들어줬다. 중재기관은 계약 전 오류를 발견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그리고 발견한 오류를 발주처에 통보했는지 여부를 본다. 당시 오스트리아 중재기관은 알바니아에서 산사태가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해 업체가 미리 위험성을 예측했어야 한다며, 사업자가 산사태에 대한 복구비용을 책임지라고 판결했다.
귀사는 연약지반이 많은 해당국가의 특성을 감안 최소한 계약 전에 문제소지를 통지라도 했어야 면책이 가능했을 것이다.
많은 컨설팅기업들이 프로젝트가 상당기간 경과해 피해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커진 후에야 로펌을 찾는다. 프로젝트 초기단계에 클레임을 하면 간단한 법률자문만으로도 추후 발생될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피해대책을 수립하는 것보다 피해예방을 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Lump Sum 계약이라도, 승인비용 1억원은 과다해"

최근 중동에서 설계사업을 수주했다. 관련기관의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과업지시서의 조항에 따라 해당 공공기관을 방문했다가 10만달러를 지불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사가 승인비용으로 수천만원에서 때로는 1억원까지 지불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그러나 발주처는 이미 Lump Sum으로 계약한 만큼 계약금액 내에서 설계사가 해결하라고 했다.

"Lump Sum 계약 후, 클레임 걸어도 이기기 힘들어"
억울하겠지만 이는 분명히 엔지니어링사의 계약상의 실수다. 발주처는 대체적으로 계약서 초안에 관련기관의 승인을 받아야할 책임을 사업자에게 전가한다. 부대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은 당연히 예상했어야만 한다. 컨소시엄의 누군가는 승인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어야한다.
자국에서 했던 방식을 기대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했다가는 상이한 시스템이나 문화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현지에 정통한 제대로 된 JV 파트너를 구했었더라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Lump Sum 방식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면, 발주처의 요구변경 대부분을 따라야만 한다. UAE의 경우 EPC사에게 정부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확인하거나 동의하도록 요구한다. EPC사는 철도노선, 파이프노선, 송배전망 등을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해당 관공서를 찾아,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비용을 지불해야할 것이다. 번거롭긴 하지만 이는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다.

"불리한 조건의 EPC 계약서, 굳이 서명해야하나"
실적압박을 받는 한국 EPC업계는 "설계변경에 대한 책임을 EPC사가 져야한다"는 불리한 계약조건을 인지하고도 계약서에 서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적자를 감내하고 불리한 계약조건을 받아들여야하는 지, 수주를 포기하고 인력구조조정에 나서야하는 지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적자 뻔한 계약 권하지 않아, 부가가치 큰 분야 도전해야"
궁극적으로 발주처가 추가비용에 대한 책임 없이 마음대로 요구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계약은 지양해야 한다. 인건비, 라이선스비용까지 고려하면 EPC만으로는 수익창출이 불가능한 만큼 유럽, 미국, 일본 업체들은 단순 EPC 대신 디벨로핑, PMC, FEED 등에 주력하고 있다.
Alstom, GE, Simens 등 대기업 또한 시공과정에서의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EPC를 피한다. EPC시장이 바닥을 친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발전기, 공급기 등 핵심기기 생산에 주력할 것이다.

"PMC에 도전하는 한국, 계약·클레임 역량 필요해"
최근 이런 위기위식에 공감한 선두권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은 오만, 카타르, 사우디 등 중동에서 단순 상세설계나 시공감리가 아닌 PMC, 기본설계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PMC사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설계사, 자재사, 시공사를 이끌며 프로젝트 완성을 주도해야하는 만큼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Bechtel과 컨소시엄 구성해 노하우 전수 받아야"
과업의 특성상 PMC사에게 클레임, 계약관련 전문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선진 PMC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 개인역량을 키우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PMC 경험이 풍부한 Bechtel, AMEC 등 해외컨설팅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 습득 능력이 뛰어난 한국 엔지니어들은 PMC에 필요한 노하우를 단기간 내에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적과 경험을 쌓아 향후 PMC 주관사로도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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