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기술제안에 무너지는 기초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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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도급-기술제안에 무너지는 기초엔지니어링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6.03.16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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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토질, 수주위주 산업환경에 뿌리부터 흔들려
너무 낮은 기술제안, 단종사 경영난 악화돼

(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엔지니어링분야 중 기초학문적 성격을 보이는 구조와 지반이 수주산업의 맹점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모든 분야에 필수적이지만 단독수주가 어렵다는 측면에 부서별 평가에서 타부서에 밀리고 있는 것. 단종 구조와 토질 또한 턴키발주 하락추세와 기술제안의 낮은 대가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내 하도급 전락한 기초분야 = 대형엔지니어링사 지반부 A본부장은 부서별 평가가 다가오는 시점만 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모든 부서의 지반엔지니어링을 도맡아 밤낮으로 부서원과 프로젝트를 놓고 씨름하지만, 수주목표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장대터널이나 장대교량 발주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구조, 토질분야가 사업책임자로 수주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없고, 대부분 타부서의 프로젝트에 분야별책임으로 참여해 일을 받는 형태다. 실행이 좋은 프로젝트의 경우 주관부서로부터 비교적 적정대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구조, 지반부서에게 낮은 대가를 제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실상 주관부서가 발주처다보니 乙입장인 구조, 토질은 불합리한 상태에서 일을 떠맡고 있는 셈이다.

주관부서 입장에서는 사내 지반부나 타사나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반부에 일이 몰리거나 단가가 맞지 않는 경우 아예 타회사로 외주를 주는 경우도 있다. 아예 사업부서에 구조나 지반 엔지니어를 자체적으로 채용해 배치하는 것도 트렌드다.

A본부장은 “대규모나 소규모나 일의 양은 별반 차이가 없는데, 기초부서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낮은 대가에 대량으로 맡게 되면서 채산성은 떨어지고 노동강도는 올라간다”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부서평가에서 낮은 수주액으로 하위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턴키줄고, 기술제안 등장하며 채산성 급감 = 종합엔지니어링 기초부서는 구조, 지반 등 단종사에 비하면 상황이 좋다. 단종사의 경우 턴키와 민자 등 기획제안형사업 참여가 주수익원이지만, 최근 턴키 물량 감소에 따른 대안으로 기술제안이 등장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단종 B사 관계자는 “일반설계가 100이라면, 턴키는 70~80, 기술제안은 50~60 정도의 대가만 받는다. 최근 상당수 프로젝트가 기술제안으로 발주돼 회사 경영난이 최고조”라며 “종합사들이 최근 5년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주물량을 크게 줄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하도급 및 단종엔지니어링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숙련엔지니어가 대거 종합엔지니어링사로 이탈하고 있다”고 했다.

대형사나 단종사나 구조, 지반 엔지니어의 근무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초분야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주요 기초분야 엔지니어는 40대 이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신규입사자의 감소로 사원~차장 등 실무 엔지니어가 급감하고 있는 것.

K대 석사과정중인 J씨는 “기초분야는 기본적으로 석사이상을 채용하고 있는데, 엔지니어링업계에 대한 근무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어 웬만해서는 지원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부분 연구소나 공기업, 학계로 진로를 정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엔지니어링의 기초이자 필수인 구조, 지반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홀대를 받고 있게 현실”이라며 “수주 위주의 산업구조가 낳은 폐해로, 기초분야에 대한 배려없이는 해외진출은커녕 SOC시설물에 대한 안전도 기약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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