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泥 특별좌담회]인니 현지화 전략… 뉘앙스까지 파악해야, 지사장 3년 택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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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泥 특별좌담회]인니 현지화 전략… 뉘앙스까지 파악해야, 지사장 3년 택도 없어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05.18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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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보고로 좌천당한 지사장 부지기수… 토지보상 문제 심각해
사업대가까지 현지화하면 안돼… 일본, 적자 EPC 관심 없어 디벨로핑 전념

작년 10월 일본이 공들였던 51억달러규모 인니 고속철도사업을 중국에 내주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나 인프라업계는 전혀 도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KTX 경부선, 호남선을 성공적으로 건설했지만 해외시장개척에 대한 의지와 전략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는 고속철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본지는 ‘印泥 인프라시장 현지화 전략’을 주제로 인니 현지 프로젝트를 실제 수행 중인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현지좌담회를 개최, 전체적인 인니 인프라시장에서의 경쟁현황을 전해 듣고 어려움을 공유하고, 문제해결방안을 찾아봤다.
좌담회는 수출입은행의 엄성용 인니 사무소장을 비롯해 도화엔지니어링 이정용 지사장, INDAKO 이기영 대표, 현대종합설계 이재호 과장, LH 주용준 팀장, 엔협 김치동 부회장이 참석했다.
업계 참석자들은 현재 인니에서 우드칩 공장 및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WB 홍수경감사업, LIDO 스마트시티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자카르타=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인니 자카르타 현지에서 17일(현지시간) 개최된 좌담회에서 인프라 전문가들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완벽한 현지화가 전제돼야만 한다"며, "언어와 뉘앙스, 문화적 정서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엄성용 소장 = 인니 프로젝트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인니 인프라시장은 손 놓고 있기에는 아까운 곳입니다. 인구 2억5,000만명의 대국 인니는 자원이 풍부하고 정책적으로 인프라산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절대적입니다.
일본 미쓰비시상사의 경우 한사람이 인니 지사장을 20년째 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현지화입니다. 반면 한국은 너무 급하게 성과를 재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재원을 3년만에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만약 3년만에 성과가 나오면 그것은 전임들에 노력의 대가가 결실로 맺어진 것이라 봐야합니다.

이기영 대표 = 인니 경력 23년차입니다. 인니시장에서 현지화하려면 언어습득은 필수입니다. 다만, 현지어로 소통할 때 그들의 뉘앙스까지 완벽하게 이해야만 합니다. 입찰이나 계약과정에서 ‘된다’는 말은 ‘될 수도 있다’ 정도, ‘계획’이라는 말은 ‘계획할 수도 있다’입니다. 관련 발주처 주요 관계자와의 만남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큰 의미부여를 하면 안 됩니다. 지금은 부동산개발시행에 주력하고 있지만 플랜트, 플랜트, 자원, 광산분야 사업을 많이 했었습니다. 지난 2009년 10MW규모 발전소 100개 건설사업을 위해 서부발전, 코린도, 도화, 서부발전과 MOU를 체결했었습니다. 사업은 종이에 그치고 실질적인 착수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인니는 부지기수입니다.

엄성용 소장 = 건설, 엔지니어링사들이 인니 핵심 관계자를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인니에서는 실제로 장관을 만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주재원들은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 중이라고 본사에 보고하게 됩니다. 십중팔구는 허위보고를 이유로 본사에서 지적을 받고 지사장에서 물러나 한직으로 떠나게 됩니다.

▲ (오른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이준희 기자, 수출입은행 엄성용 소장, 도화 이정용 지사장, INDAKO 이기영 대표, 현대종합설계 이재호 과장, LH 주용준 팀장, 엔협 김치동 부회장
▼ 중․일 등 경쟁국, 자국기업끼리 정보 공유
이기영 대표 = 23년간 인니 사업을 하며 그런 사례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제는 한국 업계가 서로 도와야만 합니다. 자료를 서로 공유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끼리 경쟁이 지나칩니다. 일본, 중국은 자국기업끼리 서로 정보를 오픈하고 상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용준 팀장 = 국토진흥원이 수주한 인니 LIDO 스마트시티 컨설팅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본설계와 전략을 수립 중에 있는데,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지도정보도 구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추후 실시설계. 시공, 시공관리 등 본사업에서 한국기업들이 수주기회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서로간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도로 등의 50%를 국가에 넘기는 반면, 인니는 100% 개인 것입니다. 개인과의 협상노하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정용 지사장 = 토지보상은 인니사업 중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가족의 결혼식이 있다고 자기 소유의 도로를 막아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를 그들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구사해야 합니다. 이슬람국가로써 기도시간을 준수하고, 자신의 재산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으려는 정서를 미리 반영해, 리스크 대비에 나서야 합니다. 수주도 중요하지만 내실 있는 사업을 해야 지속적으로 후속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사업대가까지 현지화하면 안돼… 일본, 적자 EPC 않고 디벨로핑 전념
이재호 과장 = 인니시장의 상황만은 아닙니다. 싱가포르에서도 장기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치열한 수주경쟁 끝에 시미즈 등 일본기업에게 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시미즈로 이직하는 동료도 있었는데, 그들은 지금 완벽하게 현지화에 성공했습니다. 즉, 일본이 수주할 수 있던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정용 지사장 = 현지화가 해답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해외 현지사업이라고 사업비를 현지수준에 맞추지는 않습니다. 해외사업이라는 것이 현지 물가를 반영함으로써 경쟁력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저가수주는 지속적인 해외수주경쟁력 확보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엄성용 소장 = JICA가 자카르타 MRT에 투자하는 규모는 10억달러입니다. 반면, EDCF는 단일 프로젝트에 최대 1억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ODA뿐만 아닙니다. 일본의 미쓰비시상사, 마루베니 등은 디벨로핑에 주력하며 한국 EPC사들의 저가투찰을 유도합니다. 일본업체들은 적자보기 쉬운 단순 EPC를 하지 않으려는데, 한국은 우리끼리 제살깎이 경쟁을 하는 양상입니다.

김치동 부회장 = 국내 엔지니어링업계는 단순설계에서 벗어나 PMC, FEED 등 고부가가치영역 수주경쟁력을 키우고, 시공사 또한 단순시공, 단순 EPC가 아닌 디벨로핑, O&M 등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높여야합니다. 한국 건설, 엔지니어링업계에서도 일본과 같은 우수한 디벨로퍼가 탄생돼야할 시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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