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설계사부터 안전관리하라” VS 엔지니어링사, “노동자 안전위해 시공현장서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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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설계사부터 안전관리하라” VS 엔지니어링사, “노동자 안전위해 시공현장서 관리해야”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08.1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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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사안전관리 업무수행지침 개정안, 엔지니어링사 집단 반대
설계안전검토보고서 작성… 엔지니어링사, “대가없이 과업과 책임만 떠넘겨”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설계사가 안전관리를 하라는 국토교통부의 ‘건설공사 안전관리 업무수행 지침 전부개정안’에 대한 엔지니어링업계의 반대가 빗발치고 있다. 설계단계에서 위험예측을 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오히려 건설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9일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행정예고한 ‘건설공사 안전관리 업무수행 지침 전부개정안’에 대한 엔지니어링업계의 반대의견서를 국토부측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지침 개정안 ‘제11조(설계발주) 2항’은 설계자는 발주자의 과업지시서에 안전관리 요구사항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도 관련 법규와 규정의 요구사항을 검토․확인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특히, ‘제12조(설계시행) 8항’에 따르면 설계자는 도출된 건설안전 위험요소 및 위험성을 평가해 위험요소, 위험성, 저감대책 형태로 설계안전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건설사업관리기술자에게 승인을 받아야한다. ‘9항’에 따르면 설계자는 건설안전 위험요소 저감대책, 문서정리 상태 등을 건설사업관리기술자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2013년 노량진 수몰사고부터 지난 6월 진접선 폭발사고에 이르기까지 건설현장 산업재해가 빈번해지자, 책임을 사실상 ‘갑’의 지위에 있는 발주자와 시공사가 설계와 감리업무를 하는 ‘을’의 위치에 있는 엔지니어링사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엔지니어링업계는 “건설 노동자의 실질적인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전성검토는 설계보다 시공단계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A사 관계자는 “설계 단계에서 설계자가 시공현장의 여건 즉, 지반조건, 보유인력, 자재, 장비 등을 고려해 안전성을 검토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현장 노동자라면 현장에도 없는 설계사가 수년전에 마련한 설계안전검토보고서를 신뢰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결국 시공사가 현장상황을 반영해 다시 안전검토를 하게 될 것이다. 어느 건설현장에서나 안전에 대한 최종 책임은 시공사가 지는 것이 맞다”며, “엔지니어링사는 이에 대한 감리를 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건설공사 안전관리 업무수행 지침 전부개정안’의 맹점이 지난해 엔지니어링업계가 설계단계에서 가설구조물을 설계하라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발했던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고도 보고 있다.

거푸집, 비계, 동바리 등 가설구조물은 지반, 자재, 장비현황 등을 가정해 구조검토 한 결과를 시공자가 시공현장에 맞게 변경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 설계업계는 건설현장의 안전성 검토는 시공현장 여건을 고려해 시공자가 작성하고, 안전에 대한 1차적 책임도 시공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는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실시설계와 시공단계에서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에 대해 설계자와 시공자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설계자를 안전관리 참여자로 규정할 수 있다”며, “설계자가 건설공사 계획부터 준공까지 안전관리 참여자로 규정됨에 따라 설계자에게 안전성 검토 결과에 대해 준공까지 책임을 전가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 안전점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면 설계역량이 부족한 시공사는 엔지니어링사에게 업무를 전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그러나 개정안대로라면 안전관리를 책임져야할 시공사가 설계사에게 대가없이 일만 맡기고 안전문제 발생 시에는 책임만 떠넘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 특급감리원 월급 페루 메트로사업 1/4 불과… 안전관리자 대가, 별도 지급돼야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설계자에게 대가없이 과업과 책임만 떠넘기는 한국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안전관리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줄 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C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특급감리원 대가가 월 700만원 미만이다. 페루 메트로사업의 경우 Risk Prevent Expert 대가가 VAT를 제외하고도 월 2만7,000만달러, 한화 3,000만원에 달한다”며, “국내 대가보다 4배 이상 주는데 페루 1인당 GDP는 5,500달러로 한국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1인당 GDP 1,400달러의 방글라데시의 경우 ADB 철도프로젝트 감리사업의 안전관리자 인도엔지니어에게 월 1만4,000달러, 한화 1,50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며, “안전관리자는 현장을 방문한 감리업체 사장에게도 안전수칙과 규정을 지킬 것을 깐깐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측은 대다수 엔지니어링업체가 그동안 수많은 반대의견을 제기했음에도 올해 안에 LH, 도로공사를 통해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영국의 Design For Safety를 예로 들어 안전사고 예방법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건기협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업역을 넘나들면서 과업 수행을 하기 때문에 설계자가 현장상황을 예측해 안전검토서를 작성할 수도 있다”며, “한국 건설시장에서는 설계, 시공, 감리가 각자 업역이 나눠져 있는 만큼 영국, 싱가포르처럼 제대로 된 안전성 검토가 불가능 하다”고 했다. 그는 또한 “법안 자체에 반대를 하지만 시범사업이 시행된다면 시공사에 안전관리비를 지급하듯 별도의 대가 지급이 이뤄져야한다”며, “현행 대가가 기재부의 요율 산정으로 이뤄지는 만큼 설계비에 M/M만 태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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