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60% 쓸 때, 82% 투찰해 수주한 동성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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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다 60% 쓸 때, 82% 투찰해 수주한 동성엔지니어링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6.10.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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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 = 동성엔지니어링 이학모 부사장의 라오스 아시안하이웨이 F/S및기본설계 PT가 끝나자 딱딱했던 장내 분위기는 부드럽게 변했다. 프로젝트의 기술적 제안과 함께 라오스의 과거와 미래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짚어냈기 때문이었다. 멋진 인용문과 호소력 있는 발표는 꽤 감동적이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5파전으로 치러졌던 이 프로젝트에서 동성은 낙찰자로 선정됐다. 낙찰률도 82%로 타 컨소시엄은 모두 60%대 투찰인 점을 고려할 때 경이롭기까지 하다. 인문학과 SOC의 절묘한 이번 PT는 이학모 부사장 주연, 정창원 해외사업부 전무 연출, 김춘수 교통부 전무가 각본을 써, 2.5점 차이의 가격점수를 극복했다.

당초 88% 대에서 낙찰을 받던 코이카 사업은 그러나 가격요소가 도입되면서 60%까지 낙찰률이 떨어졌다. 물론 경쟁이 약한 상하수도 등은 적정 낙찰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도로는 대부분 가격 만점을 받기 위해 최저가 투찰이 일반적이었다. 코이카 컨설팅 사업의 세부내역을 열어보면 조사비, 홍보비, 항공료 등 직접비와 제경비, 기술료가 포함되는 인건비로 나뉜다. 직접비는 고정불변으로 저가투찰을 하게 되면 인건비 항목을 깎을 수밖에 없어 짜내고 짜내봐야 본전이고, 대다수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왜 엔지니어링사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저가투찰을 하는 걸까. 1번은 컨설팅비가 작은 F/S를 서비스 개념으로 참여해 발주처와 관계를 돈독히 한 뒤, 향후 발주될 본설계와 감리를 수주하자는 전략이다. 2번은 실적압박이다. 엔지니어링산업이 수주산업이다보니 연초에 실적목표가 해외사업부에 주어진다. 만약 목표치에 현저하게 떨어지는 실적을 내면 해외사업부 임원의 자리보전은 요원한 일이 된다. 여기에 남아도는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 본전치기라도 인력회전 차원에서 저가수주를 하게 된다. 3번은 “다른 회사가 60%로 투찰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한다”다. 간단한 이야기 같지만 실로 복잡미묘한 감정인 셈이다.

항목별로 문제점을 짚어보자. 우선 1번. 이상하게 한국엔지니어링은 F/S를 앞단의 영역이자 고부가가치라고 칭하고 실무에서는 서비스로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2~3년하는 것을 6개월로 줄이고 종이값 정도 쳐주고 있다. 사전적으로 고부가인 F/S와 기본설계가 서비스취급이니, 실시설계와 감리는 오죽할까. 본 사업 연결도 마찬가지다. 무상-코이카, 유상-EDCF로 이원화된 한국ODA 실정상 무상ODA는 F/S만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10건 발주되면 1~2건 정도나 추진될까 말까다. 결국 손해만 보고 후속사업은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저가투찰을 하니 해외사업은 하면 할수록 손해란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물론 ADB, WB 등 사업 진출을 위해 실적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국내ODA에서 저가면 국제ODA에서도 저가투찰하는 트렌드를 벗어날 수 없다. 

2번과 3번은 어떻게 보면 맥락이 같은데, 급변하는 성장사회인 한국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 있다. 이 문제는 업계 대표이사급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꼭 해외사업부를 지칭하지 않더라도 모든 과도한 목표설정을 통한 압박은 지양해야 한다. 모든 수주산업에서 실적압박은 무리수로 연결되고 종국에는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게 된다.

이번 코이카 사례만 놓고 본다면 최소한의 채산성과 엔지니어로써 품위를 떨어뜨리질 않을 범위에서 소신껏 투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사별로 그런 정도의 공감대만 있다면 가격만점을 받는 바보같은 투찰은 서로서로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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