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미국 엔지니어링시장 진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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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미국 엔지니어링시장 진출 전략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11.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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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협, ‘미국 대선결과가 엔지니어링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발간
유럽의 美진출패턴… Skanska 소규모, Technip M&A, Ferrovial 유료도로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연간 100조원규모의 SOC투자를 공약한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에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미국 대선결과가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링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21일 ‘엔지니어링 산업 정책이슈 보고서’를 발간, 한국 엔지니어링업계의 미국 SOC시장 진출방안을 모색했다.

이재열 엔협 정책연구실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미국 엔지니어링시장규모가 확대되겠지만 재원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단기간 내 공약수준인 연 1천억달러까지 인프라 투자가 증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화석연료 중시 에너지정책으로 화공중심의 플랜트발주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겠지만 현재 석유공급과잉으로 비롯된 낮은 국제유가 현상이 장기간 고착화돼 중동 등 산유국과 화공 프로젝트 발주의 감소를 초래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진단했다.

이외에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엔지니어링산업도 자국 기자재 및 공사 부문 활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자국화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봤다. 또한 미국의 저금리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낸싱시장의 위축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유가하락이 더욱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 실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엔지니어링시장은 후발국에게는 진입장벽은 높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의 엔지니어링 시장이고 고급 기술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미국시장으로의 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현지법인 통해 소규모사업부터 확대… 스웨덴 Skanska, 대다수가 1,500만달러이하 사업
먼저, “철저한 현지화전략을 바탕으로 중소규모사업부터 적극 수주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실장은 “수주가능성이 높고 리스크가 적은 프로젝트를 통해 발주처의 신뢰를 확보한 후 점차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야한다”며, “스웨덴 Skanska, 프랑스 Vinci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유럽기업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수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고 했다.

Skanska는 작년 한해 미국에서 68억달러를 벌어들여 외국계 기업 중 최대 실적을 냈다. 1971년 뉴욕법인을 설립해 미국시장 문을 두드렸으며, 리스크를 경감하기 위해 다수의 중소규모 사업을 적극 수행했다. 대부분 1,500만달러 이하 프로젝트로 1억달러 이상은 소수에 불과했다. 2011년 12억달러규모 LA 대학병원사업의 경우는 MAPP사와 협업하는 등 대형 프로젝트는 현지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추진 중에 있다.

세계 최대 건설사인 중국 China State Construction Engineering Corp.는 1985년 자회사 China Construction America를 설립해 진입이 용이한 부동산 분야로 진출했다. 현재는 현지 업체와 협업하고 미국진출 중국기업물량을 확보해 연관 사업을 확대 중에 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미국의 보호주의 및 진입장벽 제거를 위해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진입이 용이한 연관 산업에 우선 진입해야한다”며, “이후 현지 마케팅 인력을 활용해 사업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미국내 자국 기업 수주를 통해 경험 축적과 인지도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 佛 Technip, 미국 엔지니어링사 인수 지속… 西 Ferrovial, 유료도로 운영 PPP 확대
이 실장은 “유럽 엔지니어링사처럼 M&A를 통해 실적과 인력을 확보하거나 미국발주처가 원하는 PPP사업에 참여해 단기간에 미국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전했다.

프랑스 Technip은 미국의 해양기술 회사인 1997년 CBS Eng'g, 2000년 Kvaerner RJ Brown를 인수 한데이어 2011년에는 해저석유개발분야 강화를 위해 Global Industries를 10억7,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또한 Technip은 2012년에는 석유화학 원천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2억3,000만달러에 Shaw Group의 Stone&Webster 프로세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 실장은 “미국시장에 입찰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과 검증된 사업수행실적이 필요하다. 국내 인력 육성과 더불어 미국기업의 인수 등 비유기적 성장을 병행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Technip 등 다수 선진기업처럼 미국 엔지니어링업체의 인수를 통해 고급 기술과 실적을 확보하고 시장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실장은 “PPP사업을 목표로 EPC 및 양허사업 수주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지방정부 중심으로 PPP 방식의 인프라 발주가 일반화돼 있으며, 연방정부도 공약이행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재정부담을 감안해 대부분 PPP 방식이 발주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정부가 발주하는 PPP 상당부분이 스페인,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 유럽뿐만 아니라 중남미, 중국 등 외국계 기업이나 그들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수주하고 있는 만큼 한국 또한 가능성이 충분하다 것.

스페인 업체들은 미국 자회사를 통해 PPP 사업의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Ferrovial은 2004년 일리노이주 도로운영권을 18억3,000만달러에 매입했으며, 2006년 38억5,000만달러에 인디애나주 톨게이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ACS Group은 2008년 11억유로에 플로리다주 고속도로에 대한 35년간의 운영권을 획득했으며 작년에는 9억5,000만유로에 텍사스주 톨게이트 사업자로 52년간 운영권을 손에 넣었다.

▼ 美 LNG액화시장 기회… JGC-치요다-벡텔-테크닙-사이펨-KBR 카르텔 약화
이 실장은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확대에 대응해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화공플랜트에서 민관합동모델로 시범케이스 마련해야한다”고도 주장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LNG 액화설비 시장의 개척을 위해서는 세계 제 2위의 LNG 수입국으로써의 구매력을 이용해 가스공사, 설계사, EPC사, 투자기업 등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으로 LNG 액화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SK건설은 미국 Kellogg Brown & Root와 J/V를 구성 KBR 70%, SK 30%에 호주의 매그놀리아 LNG사가 발주한 루이지애나 레이크 찰스 항에 건설하는 LNG액화기지 프로젝트를 작년 43억5,000만달러에 수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현재 LNG 액화시장은 JGC, 치요다, 벡텔, 테크닙, 사이펨, KBR 등 6대 메이저가 전체 시장의 80~90%를 지배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들 6개사외의 다른 기업과는 협업을 하지 않는 배타적인 카르텔을 형성해 왔으나 최근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어 한국에게도 사업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실장은 국내기업의 미국시장진출 실패사례를 들며 “리스크분산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이 실장은 “국내 A사는 미국 현지 공사 수행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2011년 4억1,000만달러에 대규모 석유화학설비 프로젝트를 럼썸턴키 EPC로 단독수주한 바 있다”며, “현지 공사인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공기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럼썸턴키 계약조건 상 재량권 발휘에 한계가 있어 대규모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까다로운 노동환경으로 인한 리스크가 큰 만큼 럼썸턴키나 EPC단독수주보다는 리스크분산계약이나 현지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시장에 진입해야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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