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력 없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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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인력 없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산업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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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자본주의에서 인간관계는 ‘갑’과 ‘을’의 절묘한 조화를 바탕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이 처음만나 명함을 나누는 순간 갑을관계가 결정돼 지배하고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산업에서 먹이사슬 꼭대기에는 공무원과 공공공사가 도사리고 있다. 프로젝트의 발주와 사업자 선정 그리고 감독까지 사업자를 옥죌 수 있는 갖가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단연코 이 업계의 최강자인 것이다.

2단계는 건설사다. 수주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하도급사를 거느리고 이들의 목을 졸랐다풀었다한다.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 보면 턴키나 민자사업 등 기획형 사업을 할 수 있는 대형건설사가 진정한 ‘갑’이다. 마지막 3단계는 괴롭힐 수 있는 ‘을’이 없는 하도급사 즉 전문건설사 자재사, 엔지니어링사 등이다.

인력의 수준도 계급체계와 맥을 같이한다. 공무원이나 공사의 경우 그들의 권한만큼 입사하기도 힘들다. 지금 노량진과 신림동 전국 독서실에 수십만의 수험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야 합격의 영광을 맛볼 수 있다.

권한이 막강하고, 연봉이 높은 건설사도 경쟁률이 높다. 반면 엔지니어링사의 연봉과 권한은 공무원과 건설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사에 고급인력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연봉도 적고, 항상 굽실거려야 하는 ‘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엔지니어로서 긍지가 높을 리 없다.

무리를 해서 높은 연봉을 책정해 고급인력을 책정하고 싶지만 현 대가체계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적당한 연봉에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상황이 어려워지면 해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 엔지니어링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술자는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돼 고급인력의 공동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종적구조로 돼있는 현 엔지니어링산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엔지니어링 대가기준을 현실화시킴과 동시에 과업범위의 명확한 설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식중심 고부가가치를 표방하는 엔지니어링산업이지만 정작 고급인력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국내 일감이 떨어져 해외진출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는 이 시점에 고급인력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과제 일 것이다. ‘고급인력이 근무하고 싶은 엔지니어링 업계문화’를 위해 해외 Specialist Data Bank의 설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작성일 2011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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