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골>개발에서 사회안전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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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골>개발에서 사회안전망으로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7.03.29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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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서울시장에 부임한 윤치영은 서울시를 아름답게 정비하면 지방의 인구가 서울특별시로 더 몰려들어 도시 과밀화 문제를 부추길 것이라는 생각에 도시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박정희에 의해 경질됐다. 후임으로 ‘불도저 시장’이라고 불리는 김현옥이 배치된다.
 
김현옥은 임기 내내 테이프커팅만 할 정도로 일을 많이 벌였다. 밤섬을 폭파시켜 모래밭 여의도에 윤중제를 쌓았고, 남산 1,2호 터널을 뚫었다. 잠실공유수면 매립으로 영동지구 개발의 첫단추를 채웠다. 청계, 아현, 서울역 등 각종 고가와 삼청, 사직터널도 뚫었다. 강변북도로도 김 시장 작품이다. 50년이 지난 2017 서울시의 주요 시설물은 김현옥 시절에 추진된 것이다.

개발시대 한국은 61년부터 숨 가쁘게 전국토의 개발이 이뤄냈다.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4,452km에 달하는 고속도로망을 건설했고, KTX, 인천공항, 부산신항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90년대 초 200만호 건설을 기치로 신도시들이 건설되면서 선진화된 주거문화까지 이룩했다. 그뿐인가. 서울에만 10개 노선의 지하철을 건설해 전세계급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류역사상 SOC를 통한 최고의 압축성장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성장 급조한 성장으로 인한 폐해는 이 사회 곳곳에서 발생했다. 경제개발하기 바쁜데, 하나하나 완벽하게 절차대로 추진하기보다 일단 건설하고 나중에 보수하자는 인식이 그것이다. 겉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SOC망을 갖췄지만 실상은 여기저기 손볼데가 많다.

조만간 아니 이미 SOC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선진국형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토건족으로 대표되는 세력은 대형, 국책사업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책사업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SOC사업의 주축을 사회안전망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건설사업이라도 개발의 논리보다는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 삶의 질을 높인다는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몇년전 강이 돼버린 강남에 배수터널 설치하고, 사면붕괴 막기 위해 사방댐을 건설하자. 도로의 선형을 개선해 사고율을 낮추고, 수십년된 상수도를 교체해 맑은 물을 공급하자. 끊임없이 쏟아지는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않고 자원화를 하자고 말해야 한다. 원자력의 대안으로 제로에너지주택을 만들자. 즉 건설업자처럼 무조건 발주만 해달라고 말하지 말고 소방관, 경찰관, 의사처럼 사회안전망의 일원으로써 사업을 이야기하고 존경받자는 것이다.

교통 환경 등 영향평가도 무조건 개발논리로만 접근하지 말고 시민의 편에서 여러 주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추진하는게 맞다. 사업과정이 복잡하고 꼼꼼하면 고용과 물량이 함께 창출될 수 있다. 적어도 SOC사업의 두뇌역할을 하는 엔지니어링에서 그렇다.

한 달 남짓이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그래선지 각종 건설단체에서 차기정부에 바라는 건설정책과 국책SOC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문제는 논리다. 물량이 없으면 건설업계가 공멸하니 무조건 발주를 늘려주고 규제를 철폐해달라고 매번 운다. 60년 가까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건설업계의 통속적인 논리였다.

99,720㎢ 분단된 한반도에 더 이상 신규로 추진될 SOC사업이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이쯤에서 개발의 시대에서 개량의 시대로 전환하고 엔지니어링 건설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신규사업은 그간 쌓은 경험으로 해외, 개발도상국에서 하자. 선진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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