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노동조합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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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 노동조합 설립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7.04.03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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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확장과 무분별한 수주로 4년간 3,800명 감축
직원들 최저연봉에 업무배제 장기대기, 스트레스로 건강악화 퇴사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무리한 확장정책과 무분별한 수주로 위기에 처한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4년간 약 3,800여명을 감축했다. 누적연봉제와 고강도 구조조정이 지속되자 삼엔 직원들이 노동조합 설립에 나섰다.

3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지부가 지난달 13일 창립총회를 열고 15일 건설기업노조 중앙위원회 내부규약에 따라 지부인준을 받아 설립했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삼엔이 최근 4년간 약 3,8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내부적으로는 누적연봉제를 통해 성과급의 차등폭이 늘어나는 것을 악용해 많은 직원들의 임금 삭감 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엔의 누적연봉제는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성과퇴출제와 같은 내용으로 추정되고, 해가 갈수록 사우협의회라는 이름의 노사협의회를 통해 그 성과급 차등의 정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현재 성과에 따른 임금 차등은 동급의 건설기업노조 내의 타 지부들이 있는 건설사들에 비하면 현저히 벌어져 있다”며, “그 결과 한 번 저성과자가 되면 임금이 삭감되고 그 폭이 더욱 심화되어 사실상 직원들은 버티지 못하고 자동으로 사직하게 되는 지경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삼엔 과장급 A책임은 최저 연봉등급으로 임금이 삭감되고 업무를 배제시키는 압박과 권고사직으로 소정의 위로금인 약 12개월분 기본금을 받고 퇴직했다. 부장급 B수석은 2년간 최저 연봉등급으로 임금이 대폭 삭감돼 생활의 어려움과 업무 배제 및 장기대기등의 압박과 이로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악화가 되어 퇴사했다. C선임은 진급누락과 저연봉등급 대상자가 되고 권고사직을 받자 소정의 위로금으로 약 12개월치 기본금을 받고 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측은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관계법에 따르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방법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회사와 단체협상을 체결하는 것 밖에 없다”며, “그 어떤 취업규칙보다 단체협상이 우선 효력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삼엔 지부설립 후 최근 사측에서 노조가입 확대를 저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조합원 가입의사를 밝힌 직원들이 있지만 접속이 끊기고, 블라인드로 조합원 모집에 나섰지만 관련 게시글이 삭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조측은 조합설립을 공식 발표하게 이른 것.

삼엔 노조는 그럼에도 홍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조합원 모집을 지속하고 있다. 일정 정도 조합원이 모이면 회사 내 있던 누적연봉제에 대한 불만과 그동안 노사협의회를 통해 축소됐던 복지에 대한 요구들을 모아 임금삭감, 고용불안, 권고사직에 대한 공포를 해소하는 단체협약 안을 구성해 회사와 단체협상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건설기업노조에는 현재 한국종합기술, 삼안, 건일 등이 지부로 등록됐으며, 삼엔이 추가 되며 총 4개 지부가 산별노조로 운영 중에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삼안은 사내에서 노조를 만들어 노동청 등 관련 기관에 등록을 마친 후 건설기업노조의 지부로 형태변경을 한 사례”라며, “반면 삼엔의 경우는 건설기업노조의 규약에 의거해 지부가 설립돼 관에 등록된 사례”라고 했다. 삼안과 달리 삼엔은 외부채널을 통해 지부등록이 이뤄졌던 만큼 사측의 사전대응이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엔 지부장은 “2000년대 회사의 확장 정책과 2010년을 전후한 무분별한 수주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2013년 이래 회사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대부분의 인사, 복지정책을 개악하게 됐다”며, “유명무실한 사우협의회는 회사의 정책에 동조하고 홍보하는데 주력할 뿐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는 관심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누적연봉제의 취지로 고성과자에게 파격적인 보상과 보통성과자의 안정을 추구한다고 했으나, 대다수 열심히 일하는 보통의 직원들은 배제된 채 극히 일부 엘리트의 나눠먹기식 고성과자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며, “고과자에게 잘 보이고 회사에 순응하면 엘리트가 되고, 한번 잘못 보이면 저성과자의 나락에 빠져서 누적연봉제 삭감에서 헤어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중공업-엔지니어링, 물산-엔지니어링 합병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합병이 인위적 구조조정을 요구한다면 회사에서는 성과연봉제의 확대 등을 통해 직원들을 압박해 올 것”이라며, “노조는 근로자의 최소한의 권리며 삼엔은 대기업으로써 고용안정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 직원들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 받고 객관적 평가를 보장 받음으로써 회사와 함께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순관 건설기업노조위원장은 삼성이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하고 미래전략기획실에서 이를 주도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로 미전실을 해체한 만큼 헌법에 보장된 노조 권리가 삼엔에서도 지켜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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