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5G 설계사업 발주 안해… 500개 중소엔지니어링사 밥그릇 뺏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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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5G 설계사업 발주 안해… 500개 중소엔지니어링사 밥그릇 뺏기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7.05.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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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KT의 용역업 겸업승인… 엔지니어링업계, 무효소송… 법원, 기각
KT, 자체설계 하지도 않아… 구축업체에 대가없이 설계 지시… 주먹구구 설계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KT가 평창올림픽에서 5G를 세계 최초로 구현해 글로벌 주도권을 쥐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그러나 설계·감리사업을 발주하지 않은 채 5G망구축에 나서며, 주먹구구식 설계공사 우려와 500여 중소엔지니어링기업 밥그릇 빼앗기 논란이 일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 당시 전기통신사업 외 용역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부에 용역업 겸업승인신청을 했고, 정통부는 2002년 11월 13일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엔지니어링사들은 “KT가 자신의 공사의 설계·감리를 자체적으로 하는 것은 법규상 승인대상이 되지 않아 관련법규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제기해왔다. 2015년 11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을 대상으로 “2002년 정통부가 KT에 내린 겸업승인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2016년 1월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소송 자체를 기각한 것은 KT가 자체적으로 설계, 감리를 수행해온 지난 13년간 문제 삼지 않았던 행위인 만큼 일종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해석이다.

업계는 그러나 “KT가 실제 설계업무를 하지 않음에도 대외적으로 실적을 쌓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식재판으로 회부만 됐어도 KT가 졌을 것”이라며, “KT를 따라 SKT, LGU+ 또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500여 중소기업 일감을 빼앗는 불공정 입찰관행을 뜯어 고쳐야할 시점”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는 “설계를 요식행위로 간주하는 KT는 구축업체 선정과정에서 시공하는 겸 설계까지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구축업체는 설계전문성이 떨어지는데다 설계비를 따로 받지도 않다보니 주먹구구식 설계를 바탕으로 기간망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력업체들은 KT가 자체적으로 설계한 완성도 높은 설계도면을 받아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구축업무만 신경써야하지만 발주처에 낙인찍히지 않으려 대가도 없이 발주처가 할일을 대신한다는 것. 대외적으로는 KT가 스스로 한 것처럼 도장이 찍히지만 실질적인 수행자는 협력사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한전,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인천공항공사 등 공공인프라 발주처 중 직접 설계를 하는 기관은 없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설계, 감리 등 영역은 관련법에 의해 전문기업에게 맡기고 발주처 자신들은 운영, 관리 등에 머물고 있다는 것. 같은 논리로 KT의 관심 또한 운영에 있지 설계에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3개 이통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국내 통신시장의 특성 상 고객유치, 마케팅만 잘해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KT는 지난해 법원의 행정소송 각하결정이 난 10개월 후 5G 시범서비스를 위한 핵심장비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 테스트를 성공했다. 내년 평창올림픽에서 5G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고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래부도 KT도 5G 설계나 감리 발주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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