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1/6, 생수 1/2,000 수도요금…“싸도 너무 싼 물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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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1/6, 생수 1/2,000 수도요금…“싸도 너무 싼 물값”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7.10.19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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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전문가, “유지보수비용 원가이하 물값 현실화해 충당해야”
정치인, 선거 앞두고 “물값 올린다”고 못해… 시설개량에 어차피 세금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한국인이 쓰는 물이 덴마크보다 2배이상 많지만 가격은 1/6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원가이하다보니 물을 펑펑쓰는게 남는 장사 같지만 결국 시설개량에 국민세금이 들어간다”며, “물값 현실화를 통해서라도 물소비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한국수자원공사 대상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성태 의원은 전국의 상수도 총급수량 62.8억㎥ 중 누수량이 6.9억㎥에 달해 누수율은 10.9%에 이르고 있으며, ㎥당 생산원가 881.7원을 감안하면, 매년 6,058억원 어치의 먹는 물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태 의원은 “물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자원일 뿐만 아니라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계절별 가뭄이나 지역별 물 불평등 현상을 감안하면, 해마다 6,000억원에 달하는 먹는 물이 땅속으로 줄줄 새는 것은 단지 경제적 손해 이전에 엄청난 자원낭비”라며 “노후 관로를 정비하는 등 누수관리와 물관리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기준 수돗물 생산원가는 평균 697원/㎥이며, 수도요금은 그의 82%에 불과한 570원/㎥이다. 생산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을 소비하고 있으며, 타 지자체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물값 현실화를 통해 재원마련을 해야한다”는 업계의 입장과 달리,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어느 누구도 선거에 불리한 “물값 올리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물전문가는 “국내 수도요금이 1,000ℓ에 667원 꼴인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마시는 500㎖ 생수 가격이다”라며, “상수도보다 2,000배나 비싼 물을 사먹으면서도 남는 건 쉽게 버리는 풍조가 만연하다. 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정착돼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물값 가장 싸지만, 노후관로 개선에 쓰이는 세금까지 인식해야
글로벌 수처리 사업 조사기관인 Global Water Intelligence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인당 물 사용량은 유럽 주요국가의 2배에 이르지만 가격은 영국의 1/4, 독일의 1/5, 덴마크의 1/6로 나타났다.

한국의 인구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80ℓpcd로 독일 127ℓpcd, 덴마크 131ℓpcd, 영국 150ℓpcd, 프랑스 150ℓpcd 등에 비해 2배에 달한다. 미국 340ℓpcd, 일본 373ℓpcd 등은 한국과 유사한 1.2배와 1.3배의 물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유럽의 주요국가들은 한국의 절반 수준의 물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별 수도요금 현황은 한국이 1,000ℓ당 666.9원이었던 반면 덴마크가 4,112원으로 가격이 가장 높았고, 독일 3,107원, 영국 2,505원, 프랑스 2,268원 순이었다. 반면, 일본은 1,193원, 미국은 1,808원이었다.

업계 전문가는 “시민들은 상수도 요금이 저렴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자를 메우기 위한 예산이나 노후 상수도관 개선사업 등에 필요한 재원은 결국 정부재정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며, “싸다는 인식 때문에 물을 펑펑쓰는 사이에 주머니 동전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노후관로개량에 2030년까지 1.9조원 필요… 정부재정은 부족
그러나 정부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후상수도관 개선사업에 예산배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뒤를 잇고 있다.

국토위 소속 김현아 의원에 따르면 2030년 기준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관로가 2,587km 49.1%에 달하지만, 노후 관로 개량 사업 계획은 2030년까지 총 992km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발생한 229건의 관로사고 중 시설노후화로 인한 사고가 85건 37.1%로 가장 많아 향후 노후관로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것.

수공은 2009년부터 노후관로 개량 사업을 시작해 매년 20~30km를 개량, 올해까지 9년간 250.5km를 개량했다. 또한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742km 관로를 추가 개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모두 1조9,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030년에 30년 이상 관로가 2,587km로 급격히 증가한다는 데 있다. 노후관로의 증가량은 연평균 152km에 달하는데, 개량 사업은 연 20~30km에 그치고 있어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규모 개량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수공의 관리감독 부처인 국토부나 예산 배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모두 관로 개량 예산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고 있어 개량사업이 속도를 내기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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