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공기업 실적경쟁’ 약화되는 해외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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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공기업 실적경쟁’ 약화되는 해외경쟁력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9.12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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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공기업, 각각 컨소시엄 이뤄 출혈경쟁
국내사업 甲하던 버릇 해외사업에도 여전해
우리나라가 차관을 제공하는 사업에 부처가 다른 공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루며 중복경쟁을 펼치고 있다. 공기업의 과다한 실적주의는 장점보다 폐해가 더 많다는 게 엔지니어링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12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중앙부처 및 지자체의 해외실적출혈경쟁으로 중복투자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공기업이 한국을 대표해 민간컨소시엄에 공신력을 실어주는 선에서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달 26일 PQ평가서를 제출하는 마닐라 LRT사업의 경우 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부산교통공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 서울시, 부산시 산하로 구성된 이들 공사는 국내 건설사 및 엔지니어링사를 비롯해 필리핀 현지 건설사인 산미구엘, 아얄라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있다.
 
업계는 공기업의 중복경쟁으로 인한 출혈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즉 해당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제안서 작성 및 출장경비가 중복으로 들어간다는 것. 여기에 과당경쟁으로 인해 저가투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도권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즉 컨소시엄 구성시 지분출자 및 역할별로 지분이 결정돼야 하는데, 국내 발주청이라는 위치로 인해 공기업을 주관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가 많고, 돈을 쓰는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근 몇 년간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는 공기업이 많다”면서 “하지만 실적경쟁으로 인한 중복진출 문제와 국내 발주청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해외진출에도 사용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철도의 경우 우리나라의 어떠한 공기업에서도 설계에서 시공 운영까지 해외진출을 한 전례가 없는 상황인데, 무작정 각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들의 진출을 통합조정할 기구가 없다는 것. 철도공단과 철도공사의 경우 국토부가, 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는 서울시가 조정하고 있지만, 국토부, 서울시, 부산시를 총괄할 합의체는 없는 상황이다.
 
철도분야 뿐만 아니라 수자원분야도 중복진출로 인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2억달러 규모로 EDCF자금 사업중 최대 규모인 필리핀 할라우강 2단계 다목적댐 사업 또한 농어촌공사와 수자원공사가 충돌양상이다. 이들 공사는 롱리스트를 통과한 뒤, 엔지니어링사와 함께 각각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고 있다. 이 또한 농림부와 국토부로 이원화돼 컨소시엄 조정 없이 경쟁에 들어 간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각 기관별 경쟁을 조정할 기구가 사실상 전무해 앞으로도 출혈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국익을 위한다는 해외사업이라는 특성상 상설조정기구를 통한 담합구조를 고려하거나, 각 주체별로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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