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몇 명이 죽어야 개선되는 겁니까”… 설계근무환경 개선, 국민청원 4,300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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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몇 명이 죽어야 개선되는 겁니까”… 설계근무환경 개선, 국민청원 4,300명 돌파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7.12.2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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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용역관련 근무환경 개선’ 국민청원… 1월12일 마감, 20만 넘어야
“용역이라는 말부터 바꿉시다”… “청소용역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주변에 과로사 및 자살하는 동료들을 보게 됩니다. 시급합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대체 몇명이 죽어나가야 개선이 되는 겁니까!” 설계엔지니어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동의자가 청원마감을 3주 앞두고 4,300명을 돌파했다.

토목분야 설계엔지니어 A씨는 “토목분야만 아니라 관련 설계업종에 관련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설계용역관련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제하, 국민청원을 지난 13일 게시했다.

A씨는 평소 건축, 기계, 전기, 통신, 소방 등 관련 업종 협력사와 전체 공종 협의 시 설계엔지니어들 간의 업무내용이나 처우 등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A씨는 “설계 엔지니어들은 직종을 불문하고 인원이 부족해 야근, 철야 등이 잦다”며, “법적인 야근수당 등의 지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매우 적은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설계대가가 너무 작아 인력증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설계수주금액은 시공비용에 비율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설계대가가 수년째 답보 상태에 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낮은 수주액으로는 충분한 인력을 보유하기 어렵고, 그 상태로 과업을 진행하다보면 야근, 철야 등 근무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설계계약서에는 과업기간이 계약일로부터 90일, 120일, 240일 등으로 명기돼 그 기간 안에 공휴일이 포함된다. 그러나 설계를 실제로 수행하다보면 공기에 쫓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관공서가 발주하는 사업은 과업기간이 넘을 경우에 지체상환금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설계 기술자들은 야근, 철야를 지속해야 한다.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A씨는 “개선되는 것 없이 악순환만 지속되다보니 설계업무는 3D 업종으로 취급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관련 졸업생들은 공무원 준비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 다음이 시공사고 마지막이 설계사”라며,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설계업종에서는 근무자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개선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열악한 설계엔지니어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A씨의 청원이 등재된 지 열흘째인 22일 9시 17분 기준, 동의자들은 4,31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턴키, 설계업계에 14년째 근무 중인 B씨는, “합동사무실에서는 신입직원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니, 특히 턴키설계업무에는 일요일, 명절 휴무가 보장되어야 합니다”라며, “저녁있는 삶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가족을 챙길 수 있는 일요일 휴무는 반드시 시공사, 설계사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C씨 또한 저녁있는 삶을 언급했다. 그는 “야근을 해도 전부 수당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10시에 퇴근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어요. 발주처에서는 고퀄리티의 설계를 원하면서, 설계기간은 1년~3년인 사업이 대부분인데다가, 일정도 앞당겨 실시하는 경우가 잦습니다”라며, “지금은 일 그만두고 30대 중반에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네요. 임금도 정체되어 있고, 전형적인 역삼각형 인원구조로 향후 문제될 소지가 많습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발주의 시기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D씨는 “명절 이후 2~3주 후 제출하라고 발주를 내버리면 명절날도 휴일이 아니고 출근해야하는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입사 이후 한 해에 설과 추석 당일 둘 다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휴일 특근비용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이 공무원을 준비하고 설계나 시공을 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어떻게 운영되겠습니까?”라고 질타했다.

E씨는 실제 설계를 하는 엔지니어가 아닌 로비역량이 있는 공무원 출신 전관이 대우받는 업계 구조를 꼬집었다. “이상한 PQ 제도 때문에 실제 업무자가 아닌 서류상 스펙을 위해 쓰이는 일 안하는 임원, 고문급이 넘쳐난다. 외주업체한테 리베이트 받아 사주와 고위임원급 비자금 만들어주고 로비비용으로도 쓰이고 있습니다.”라고 폭로했다.

이외에도 “용역이라는 말부터 바꿉시다”, “엔지니어링의 고부가치 지식사업이 단순 노가다 청소용역 수준으로 취급받고 대우 받고 있습니다”, “설계만큼 대우 못받는 직업도 없습니다. 특히 합사에 대한 설계사들의 고충을 들어주세요”, “주변에 과로사 및 자살하는 동료들도 보게됩니다. 시급합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대체 몇명이 죽어나가야 개선이 되는 겁니까!!!” 등의 댓글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국민청원은 다음달 12일 마감을 앞두고 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토목, 건축, 기계, 전기, 통신, 소방, 플랜트 등 SOC 설계기술자들은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만명 이상이 추천하게 되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설계엔지니어 처우개선을 위한 청원
(www1.president.go.kr/petitions/6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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