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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엔지니어지만, 900억 들인 광화문광장 9년만에 또 900억은 아니지 않나
정장희 기자  |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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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2  09: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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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정장희 기자=2007년때 일이다. 도로엔지니어 S씨는 광화문광장 턴키사업 준비로 밤을 새우며 일했다. 당초 350억원 규모였던 광장지하화사업이 보다 고급스럽게 건설하자는 건설사들의 영업이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에 먹히면서 사업비가 900억원까지 치솟았다. 규모도 커진데다 세간의 이목도 집중되다보니 참여사간 경쟁이 치열했다.

기존 턴키설계와 다르게 조선시대 고서적을 발췌하고, 온갖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제안서를 치장했다. 다 깨져서 지금은 아스팔트로 재포장했지만 활강석 포장을 제안했고, 월대와 육조거리를 형상화하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가변성을 고려한 도로설계는 물론 보행자 동선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사진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포토존까지 고려하고, 무대가 올라왔다 내려가는 가변형 무대까지 제안했으니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심의과정에서 탈락했지만, 지적재산권이 지켜지지 않는 풍조다보니 좋은 아이디어는 서울시를 거쳐 1위업체에 넘어갔다. 하지만 서울을 넘어선 대한민국의 랜드마크사업에 참여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9년이 지난 2018년,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가 900억원을 다시 들여 광장을 재편한다는 소식을 듣고 S씨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설계와 아이디어로 탄생한 역작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것도 9년만에 폐기하고 새롭게 단장을 하겠다는게 이해가 안됐다.

S씨는 “설계 아이디어는 그렇다치고 수백억원 단위로 투입된 고급자재와 하부시스템까지 없애 버리는게 말이 되나 싶다. 아파트도 50년이 지나도 안전진단을 통과 못하면 재건축이 안되는데 10년도 안된 국가시설물을 정치적코드에 따라 다시 만드는건 뭔가 싶었다.”

이 당시 교통엔지니어로 참여한 P씨도 서울시의 광화문 재건설에 회의적이긴 마찬가지다. 2007년 16차로에서 10차로로 차로수를 하향하는 문제로 다각도로 교통시뮬레이션을 했지만, 결론은 교통량 유입을 막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복수의 교통엔지니어들은 종로 자전거 거리와 함께 광화문 재편까지 시도는 기껏해야 100만명 규모의 유럽도시에서나 가능한 일로 거대도시 서울에서는 적용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상 교통량을 급진적으로 줄인다는 전제가 없다면 교통체증은 높아진다게 중론이다.

P씨는 “교통은 풍선과도 같아서 이쪽에서 바람이 빠지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를 수 밖에 없다. 광화문 일대 교통정체가 서대문, 대학로를 넘어 서울 전역에 파급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며 “발표는 안됐지만 광화문 재편 발표전에 서울시가 교통시뮬레이션을 당연히 돌려봤고 분명히 문제점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 때 건설된 현 중앙공원형 광화문 광장은 바르셀로나 람블라스거리를 벤치마킹했다는게 조경/도로엔지니어의 공통된 답변이다. 람블라스거리는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2,000년간 유지돼 전세계 명소로 자리 잡았는데, 시장이 바뀐 서울시는 9년만에 판을 갈아엎은 셈이 된 것이다.

복수의 엔지니어들은 “세금낭비로 매년 거론되는 보도블럭 교체비용이 10년전 서울시 기준으로 300억원 내외다. 건설업계 입장에서 새로운 사업이 발주되는 것은 좋지만, 아무리 지자체 선거가 다가온다고 해서 10년만에 3년치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비용 900억원을 들이는 광화문거리 재건설이 합당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장희 기자 | news@eng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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