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없다 아닙니까" 예타 면제, 지자체 수장들 '밥그릇 챙기기' 수단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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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 없다 아닙니까" 예타 면제, 지자체 수장들 '밥그릇 챙기기' 수단 전락
  • 조항일 기자
  • 승인 2018.10.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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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실적쌓기 욕심, 너도나도 예타 면제 요구
고용창출 연계돼 수용·반려 까다로워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최근 지자체 수장들이 SOC 사업 예비타당성 면제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남발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4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사업 예타 면제와 공공인프라 부문 투자를 위해 8조2,00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한 사업 진척으로 몸살을 앓아온 새만금 국제공항, 남부내륙철도 및 GTX-B·C 노선 등 규모가 굵직한 프로젝트들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당초 정부가 내년 예산안 중 유일하게 SOC 부문만 투자 축소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을 제외하고도 예타 문턱에 막혀버린 수많은 SOC 사업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문제는 정부의 SOC 예산은 여전히 한정적인데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 수장들이 자신들의 지역사업을 우선시해 하나같이 예타 면제를 주장하면서 예타의 의미를 무색케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재정이 3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예타를 진행한다. 예타는 국책사업에서 국민 '혈세'의 출혈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 추진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예타 면제가 생겼다. 예타 면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거나 또는 국가의 재난에 대비한 안전성 증진 등을 목적으로 특수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제도다.

일부 예외상황을 두면서 국책사업의 유연성을 확보한 예타 면제 제도는 그러나 언제부턴가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예타의 명확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여러가지 명분을 앞세워 예타 면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경제성이 없음에도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의 B/C는 0.28~0.31 수준으로 타당성 기준치인 1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도는 이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예타 면제를 원하고 있다.

세종KTX역 설립도 예타 면제 여부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이 사업은 B/C(0.59 추정)보다 역 설립을 둘러싼 지역갈등이 심각하다. 이처럼 예타 통과를 위해서는 경제적, 환경적 갈등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예타 면제 사업이 분명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 수장들이 갈등 해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업무실적용 수단으로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내면서 사실상 제밥그릇 챙기기와 다름 없는 행태가 SOC사업의 명분에 오해를 만들고 있다.

KDI 관계자는 "예타는 근본적으로 정량평가가 기준이 되지만 예타 면제는 정성평가에 가까워 의도적으로 명분을 만들어 내 SOC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이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며 "더욱이 SOC사업은 고용창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만큼 정부는 예타 면제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외면하기도 애매한 상황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빗발치는 예타 면제를 두고 그동안 정부가 이를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정부는 현재의 예타 기준이 지역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현실 반영에 문제가 있다는 요구로 예타 사업 기준 금액을 1,000억원으로 완화하려는 논의를 거치기는 했지만 흐지부지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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