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 구조적 문제점, 15년만에 줄소환 되는 엔지니어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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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키 구조적 문제점, 15년만에 줄소환 되는 엔지니어링사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10.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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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우건설 4대강 조사, 턴키비리 전반으로 번져
엔지니어링업계, 로비위주 턴키 최대 피해자 '성토'

대구지방검찰청이 수사하는 대우건설 4대강사업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엔지니어링업계 오너들의 소환이 줄을 잇고 있다.
 
당초 4대강사업에 한정돼 추진된 이번 수사는 도로, 철도 등 턴키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소환은 97년 담합관련 수사 이후 15년 만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주체인 대우건설과 이를 수수한 심의위원 및 발주청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엔지니어링사, 전문건설, 자재업체 등 대우건설 하도업체와 관련된 조사는 비자금 조성의 정황을 파악하는 정도의 상황이다.

S법무법인 관계자는 “통상적인 비자금 사건의 경우 대우건설과 같이 주도세력과 이를 수수한 자가 높은 형을 받는 반면 비주도 세력은 수사에 협조할 경우 기소유예나 벌금형 수준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로비에 의한 턴키시스템 운용이 잘못
엔지니어링업계는 이번 비자금 수사가 일정수준에서 일단락되겠지만, 엔지니어링사가 잠정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내비추고 있다.

즉, 건설사가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턴키제도를 운용한 정부가 문제의 발단이고, 잘못된 시스템 아래에서 하도업체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턴키, 즉, 실시설계일괄입찰은 고난이도 공정을 대상으로 설계기술력에 의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2000년도 초반부터 시공사에 의한 로비전이 가열되면서, 턴키입찰이 기술력보다는 로비가 낙찰여부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A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턴키 초창기만해도 순수하게 설계기술력만으로 낙찰자가 결정되는 풍토가 있어 기술력이 좋은 엔지니어링사는 건설사에 슈퍼乙의 위치였다”면서 “이후 로비가 낙찰의 키포인트가 되면서 더 이상 설계 잘하는 엔지니어링사보다, 낮은 가격에 비자금까지 원활하게 조성할 수 있는 곳이 건설사의 간택을 받는 풍토가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기술력 우대 턴키가 기술력 깎아 내린 주범
업계에서는 턴키에 의한 기술력 경시 풍토가 SOC산업 근간인 엔지니어링업계 공동화(空洞化)를 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턴키는 공공시설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민간계약이라는 점 때문에  정부가 정한 엔지니어링대가를 적용할 수 없다. 때문에 기타설계에 비해 15~20% 낮은 대가로 설계를 해야하고, 여기에 비자금 조성 압박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낮은 대가임에도 턴키 특성상 짧은 시간안에 결과물을 도출해야만 하는 엔지니어들은 주당 100시간이 넘는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R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턴키로 인해 엔지니어링 업계는 저임금, 고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됐다. 대학교를 졸업한 엔지니어가 턴키합사에 두 번만 들어가면 90% 정도는 퇴사하는 실정”이라며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시공사가 로비를 잘못해 낙선하면, 직접경비도 못건져 적자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낮은 대가와 기술력을 중시하지 않는 턴키제도의 폐해로 인해 양질의 엔지니어가 엔지니어링업계를 떠나는 상황이 속출하는 것이다.

M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대우건설 비자금 조사를 표면적으로 바라보면 건설업계의 비리 정도로 치부할 수 있으나,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검찰을 포함한 정부당국의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향후 기술발전과 적어도 엔지니어링업계와 관련된 비자금 조성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턴키제도를 없애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턴키제도의 정책적 실패가 대우건설 사태로 비화된 것에 대해 정부도 함께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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