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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천사대교는 누가 설계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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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4  18: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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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는 '불후의 명곡'이다. 필자가 이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유는 기억속에서 희미해진 추억의 노래들(7080곡)을 공중파 방송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출연 가수가 주인공이 아닌 '전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가수가 전설로 나올 때 보다 작곡가나 작사가가 전설로 나올 때 더 흥미를 느낀다. 작곡가나 작사가가 전설로 나올 때는 '저 곡도 저 사람 작품이야?'라며 놀라곤 한다. 물론 곡과 가수의 궁합이 잘 맞아야 명곡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역시 곡이 좋아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산업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선진국의 기술력에는 못비치고 후진국의 저가 공세에 끼인 넛크래커 신세인 한국에서 '창의성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들은지도 한참은 된 것 같다. 어떤 위정자는 '창조'라는 단어를 남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창의성'은 '창의성'으로만 메아리 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 듯하다.

지금도 여전히 머리를 쓰는 것보다 물건을 만들어야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나도 생각할 수 있는 건데'라며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양성은 인정되지 않고 초고도비만에 걸린 비대한 '조직'의 힘을 믿는다.

조직이 '관리'를 잘하면 모든 것은 잘 되고 아래로부터의 창의적인 생각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시키는대로 하라'는 말로 제압당한다. 이건 실력없는 작곡가의 그저그런 곡을 유명가수가 잘 부르면 명곡이 될 거라는 생각과 같다.

앨빈토플러에 따르면 가장 비대한 조직은 정부다. 그리고 여러가지 산업분야 중 100% 정부의 통제를 받는 업종이 바로 건설분야다. 정부가 직접 발주하고 관리를 하다보니 정부가 건설산업을 주도한다.

대한민국의 건설산업에는 사람이 없다. 사람은 없고 오직 시설만 있다. 그나마 건축물에는 건축가가 남지만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토목시설에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 있을 자리에 정부가 있다.

4월 4일 신안군 압해도에서 진행된 천사대교 개통식에서는 대부분이 국무총리부터 국회의원까지 정치인들의 축사로 채워졌다.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해상교량'이라는 찬사는 여러번 나왔지만 그 대단한 구조물을 누가 설계하고 시공하고 감리했는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행사장에는 오로지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라는 글자만 눈에 띄었다.

지난해 9월에 열렸던 노량대교 개통식에서는 아쉽게도 설계사 이름이 빠졌지만 그나마 시공사와 감리사 이름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천사대교 개통식에는 오직 국토부만 있었다. 물론 영화가 시작할 때도 '제공자'가 가장 먼저 나온다. 하지만 대본,감독,배우들을 더 비중있게 보여준다. 엔딩크레딧에는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이름을 써준다. 그렇게는 못할 망정 '제공 국토부' 이걸로 끝나다니 너무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건설의 수준이고 국토부의 수준이다. 얼마전 국토부는 '용역'을 '엔지니어링'으로 바꾸자는 국회의 제안을 거부했다. 비슷한 법체계와 한자문화권인 일본만해도 '설계용역'이라고 부르지 않고 '설계업무'나 '컨설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그냥 심부름꾼이다.

기술인 이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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