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특집 ②] 국산 폐기물 처리 신기술 만들면 뭐하나, 정책과 환경이 진입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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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특집 ②] 국산 폐기물 처리 신기술 만들면 뭐하나, 정책과 환경이 진입을 막는다
  • 이명주 기자
  • 승인 2020.04.0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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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폐기물 포화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처리시설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며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법 찾기가 절실해지고 있다.

▼ 해외 기술로 운영된 소각장 및 에너지 재생시설, 우리나라 적응 어렵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소각장 및 에너지 재생시설 상당수는 국내 기술이 아닌 해외 기술을 적용되어 운용 중에 있다.

실제 서울시에서 운용 중인 마포-양천-강남-노원 4개 소각시설 중 강남의 경우 스위스 ABB사, 노원은 독일 도이치밥곡, 양천은 벨기에 시거스사 등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아울러 음식물 자원화를 통해 바이오 가스를 얻을 수 있는 동대문 환경자원센터의 경우 벨기에 OWS사의 기술이 차용됐다.

문제는 이러한 해외 기술이 국내에서는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분야 종사자들은 국내 특성에 맞지 않는 시설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국내 폐기물 성상이 달라 해외 기술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기술로 설치된 소각시설 및 자원 재생시설의 운용 상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제 2, 3의 시설 건설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설치되어 운용되는 바이오 가스 생산 및 이용 시설의 경우 2017년 기준 98곳 중 2015년 이후 건설된 곳은 음식물 바이오가스 시설의 경우 4곳, 하수찌꺼기 바이오가스 시설은 5곳, 병합바이오가스 시설의 경우 8곳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에서는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종합폐기물시설이 후속 사업을 기대하며 야심차게 전국 최초로 운영됐으나, 운용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후속 사업들을 이끌어내지 못한 예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국내 기술이 전무하던 시절 해외기술에 의존했다. 문제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해외기술이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며 "그러나 국내 여건에 맞는 기술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서 결국 다시 해외 기술을 채용해야만 하고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 민간기업이 나서 국산기술 개발, 그러나 현실은 실증 테스트 조차 하늘에 별 따기
해외에서 도입한 폐기물 시설 기술이 국내 상황과 괴리가 발생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이 나서 국산 기술 확보 및 확대를 꾀하고 있다.

국내 건설분야 엔지니어링사 중에서는 한국종합기술이 자체 기술을 확보해 소각 및 바이오 가스화 시설 등을 적용함으로써 한 발 앞서 나아가고 있다. 의정부 바이오가스 정제사업의 경우 첫 국산 바이오 가스 정제 기술이 적용된 시설로 음식물 폐기물을 이용해 일일 3,400㎥ 수준의 바이오 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관련 기술이 정착된다면 북유럽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바이오 가스 사업이 국내에서도 확대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여러 장벽을 마주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신기술이 적용된 국산시설을 개발해도 실증 경험을 쌓는 것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환경설비가 건설에만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동시에 수십년간 운용을 해야하는 만큼 관련 지자체들은 국산 기술이 접목된 시설에 대한 설립조차 꺼리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폐기물 산업에 적용된 기술은 사실상 외국 기술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국내에서 실제 적용하는 것은 커녕 실증 경험조차 쌓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국산 기술이 국내에서 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여건에서 해외 시장 진출을 논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폐기물을 재생에너지가 아닌 쓰레기로만 보는 정책부터가 문제
중앙정부 차원에서 탈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산 폐기물시설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정부의 폐기물을 보는 시각이 대체 에너지가 아닌 단순 쓰레기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폐기물을 재생에너지 대상이 아닌 단순 매립 및 소각 대상으로만 정책이 한정됨에 따라 파생산업으로 연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027년까지 가연성 폐기물 발생량 중 에너지화된 폐기물의 비율을 16.3%에서 20.3%까지 끌어 올려 열적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폐기물로부터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 대부분이 소각을 위한 에너지원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보다 강력한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재생에너지 범위를 일반 천연가스 등과 같은 범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물, 폐수, 축산분료, 인분 등 유기성 폐기물이 분해될 경우 메탄가스가 50%나 생산된다. 이를 이용해 고순도 처리할 경우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LNG 가스와 같은 97% 고순도 가스를 얻을 수 있다"며 "2017년 기준 바이오가스 발생량은 연간 3억2,106만N㎥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80%이상이 소각시설에서 소각연료로 사용되는 등 재생에너지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정부가 바이오가스를 가정용, 차량용 등에서 사용이 가능한 에너지로 바라보지 않고 단지 폐기물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정부가 보다 효율적인 재생에너지가 무엇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 설립시 관련 지역 주민들이 얻을 수 있는 장점 보다는 단점이 강조되고 있다"며 "정부가 관련 시설에 대한 확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태양광, 풍력, 수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확대와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에 비해 지원 폭이 적은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인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를 통해 한수원,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지역난방공사, 수자원공사, SK E&S, GS EPS, GS 파워, 포스코에너지, 씨지앤율촌, 평택에너지서비스, 대륜발전, 에스파워, 포천파워, 동두천드림파워, 파주에너지서비스, GS동해전력, 포천민자발전 등 21개 발전사가 전력을 사들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구매 단가가 낮아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대부분 태양광, 풍력 등에 집중되어 있어 실제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 규모가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할 경우 RPS 대상이 되지만 바이오가스 자체로서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현재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지원금이 점점 낮아지면서 관련 업계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 태양광, 풍력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상황에서 누가 손해를 감수하고 폐기물 에너지 시장에 뛰어드려고 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B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 중인 보조금 제도는 대부분 전력에만 한정되어 있다"며 "문제는 바이오가스의 경우 전력을 다시 생산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 차원에서 전력 외 다른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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