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노동환경 최악…“수당도‧식대도 없이 45일 더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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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노동환경 최악…“수당도‧식대도 없이 45일 더 일한다”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3.08.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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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 연속 임금체불 다반사, 3년사이 세자리수 감원 이뤄져
턴키, 전관예우, 오너중심 체제가 엔지니어링산업 퇴보 가져와

한국엔지니어의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의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1년 이후부터 5개월 이상의 상습임금체불도 비일비재하고, 야근에 대한 대가도 대다수가 받지 못하는 등 엔지니어링 노동환경이 최악이라는 평가다.

27일 엔지니어링 노동조합 연대회의 및 건설기업노련 공공운수연맹(이하 연대회의)은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설엔지니어링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번 간담회에 참가한 노동조합은 동명기술공단, 동호, 유신, 선진엔지니어링, 한국항만기술단, 삼안, 한국종합기술 등이다.

▲ 건설엔지니어링노동조합 연대회의 기자간담회

연대회의는 지난 7월 정부가 엔지니어링 임베디드SW분야에서 1,500명의 고급두뇌를 양성하고 300개의 전문기업을 양성한다는 ‘고급두뇌 역량강화를 통한 산업고도화 전략’을 발표했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는 살인적인 장시간노동, 임금착취, 임금체불, 해고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기술력 및 생산성 향상은 접근조차 못하는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연대회의가 밝힌 건설엔지니어링 노동자 연간 평균근로 시간은 2,560시간으로 조사대상 중 노동강도가 높은 상위 30% 노동자들은 연 2,912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고용노동부가 밝힌 상용직 평균 노동시간 2,116시간, 제조업 2,287시간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OECD평균 노동시간인 1,749시간에 비하면 1.5배에 육박한다.  

건설엔지니어의 노동강도가 높은데 근무환경과 대가지급은 열악했다. 조사대상중 저녁식사만 제공받는 경우가 31.3%, 수당과 식대 모두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15.4%에 달하는 등 전체 응답자의 46.7%가 제대로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연장근로 수당의 일부만 받는 경우는 전체 조사대상의 36.5%로 집계됐다. 이중 법정수당의 20%이하를 받는 곳이 16%, 20~50%는 62%로 응답자의 78%가 절반이하의 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법정수당의 100%를 받는 곳은 16.7%에 그쳤다.

구태신 삼안노동조합 위원장은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자체가 용역으로 간주돼 설계하나를 발주하면 2~3개의 추가업무를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엔지니어링대가 기준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발주처 예산에 맞춰 저가발주를 하다보니 채산성이 악화되고 노동강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한 턴키엔지니어는 “턴키합사는 야근과 철야로 주당 100시간 이상 노동해야 하는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야근시간을 한정해 일은 일대로 하고 수당은 수당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턴키합사의 노동강도는 하루 16시간을 근무했던 60~70년대 청계천 여직공 수준으로, 고급인력의 엔지니어링 기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임금체불 현황분석】

업체명

2011-2013년 3년간 임금체불 발생 현황

8월 현재 체불 상황

A

총 18개월간 임금체불 발생

연속 5.5개월 임금체불

 

B

총 6개월간 임금체불 발생

연속 2개월 임금체불

1.5개월 임금체불

C

총 10개월간 임금체불 발생

연속 5개월 임금체불

5개월 임금체불

D

총 9.5개월 임금체불 발생

연속 5개월 임금체불

직원 1.5개월 임금체불

임원 4-5개월 임금체불

◧수백명 해고하고, 임금체불 밥먹듯=지난 3년간 임금체불과 대량해고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연대회의가 밝힌 임금체불 현황은 조사대상 기업중 연속 5개월 이상이 3개사로 나타났고, 총 일수로 계산하면 총 9~18개월에 달한다. 연대회의 조사대상 기업의 3년간 구조조정 인원은 최다 540명, 평균 150명이상 총 1,010명에 달하고 있다.

해고 및 임금삭감 방법으로는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이 사용됐고, 부장급 인력을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사대우로 승진시켜 연봉을 하향하는 조정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PQ점수가 나오는 공무원 출신은 늘어나고, 엔지니어는 해고되는 구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막대한 임금을 받으며 영업만 하는 공무원들의 전관예우로 인해 실질적으로 일하는 엔지니어는 노동시간 연장, 구조조정, 임금삭감 등의 불합리를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엔지니어가 전관을 뒷바라지 하는 구도로는 정부가 그렇게 부르짖는 해외진출은 요원한 일”이라고 했다.

연대회의 발표에 대한 현업 엔지니어들의 의견도 줄을 이었다. A엔지니어는 “사측은 SOC발주가 줄어드는 책임을 대부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데, 경영투명성도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조정만이 해답이라는 식의 논리만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B엔지니어는 “실시설계 중심의 노동집약적 엔지니어링산업 구조로는 엔지니어의 지위는 언제나 바닥일 것”이라며 “엔지니어링을 용역 취급하는 국토부와 발주처들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한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은 발주처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 불합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해외선진엔지니어링과 같이 엔지니어가 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엔지니어링사 인력조정 분석표】

업체명

인력조정 현황

비고

A

540명

․ 2010년 총 1600명 재직

․ 2013년 7월 현재 1060명

․ 권고사직, 희망퇴직, 임금체불 등 퇴직

B

150명

․ 2011년 총 1100명 재직

․ 2013년 현재 950명

․ 권고사직, 희망퇴직, 임금삭감으로 퇴직

C

100명

․ 2010년 총 530명 재직

․ 2013년 437명 재직

․ 희망퇴직, 임글체불 등 퇴직

D

200명

․ 2009년 1000여명 재직

․ 2013년 현재 800여명 재직

․ 2010년,2011년 2년연속정리해고

․ 권고사직, 희망퇴직 등 퇴직

E

20명

․ 2012년 권고사직 희망퇴직 20명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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