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하도급 양성화… “공정위 하도급법으로 충분해”
상태바
엔지니어링 하도급 양성화… “공정위 하도급법으로 충분해”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12.10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정비용 낭비 우려… “하청업체와 신의성실 관계도 존중해야”
경제민주화 취지엔 공감… “엔지니어링의 특수성 존중해야”

엔지니어링업계는 국토부가 추진 중인 ‘건설기술용역 하도급 양성화 방안’이 기존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큰 차이가 없다”며, 국토부의 과도한 이중규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6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건설기술용역 하도급 양성화 방안 공청회에 참가한 복수의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하도급계획서제출, 적정성검토 등이 새롭게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공정위의 하도급법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큰 틀에서 하도급 양성화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설사 시행한고 하더라도, 행정비용과 행정인력이 지나치게 요구될 것이라 전했다.

√ 적정성검토 대상… 용역금액 10%→ 30%, 하도급률 82%→70%로 완화
업계는 먼저, 건설기술용역 하도급 관리지침안 제8조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 대상 및 예외의 인정’을 지적했다.

지침안에 따르면 하도급 적정성검토 대상에 대해 하도급 계획서 및 승인신청서를 전체 하도급 대상으로 제출해야한다. 다만 원도급 대비 10% 혹은 3,000만원 중 낮은 금액 초과 하도급 용역만 적정성검토 대상이 되며, 대상 하도급 중 하도급률 82% 이상도 검토를 생략하기로 했다.

A사 관계자는 “그러나 시공과 달리 엔지니어링은 사업규모가 작아, 원도급 용역금액이 1~2억원이라면 하도급 금액은 1,000만원~2,000만원에 그친다”며, “대부분 사업이 적정성검토 대상에 포함돼 결국 엄청난 행정비용이 발생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굳이 설정하자면 “30% 혹은 5,000만원 중 낮은 금액 초과로 범위를 줄여야한다”고 제안했다.

하도급률에 대해서도 “엔지니어링은 시공을 포함한 일반하도급과는 달리 설계의 일부분을 분리해 하도급을 시행해도, 설계를 마무리 할 때에는 초기계획, 성과품검토 등 원도급자가 포괄적으로 수행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정성검토 생략 하도급률을 82%에서 70%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사 관계자는 “하도급률 70%도 문제”라며 조금 더 회의적인 입장을 전했다. “하도급사에 대금지급을 하지 않으면 신뢰가 깨져 원도급사 입장에서 거래처가 없어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거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적정성검토대상 조항이 하청업체가 반드시 원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 공정위 하도급법 그대로 준용… 국토부의 불필요한 이중규제
지침안 제15조 ‘하도급대금의 지급 및 지급확인’ 1항, 2항에 따르면, 발주청이 원도급사에 대금 지급시 하도급사에도 통지한다. 원도급사는 수급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하수급인에게 현금으로 대금지급을 완료해야한다. 또한 3항, 4항에 따르면 5일 이내에 원도급사는 하도급 대금지급 내역을 발주청에 제출하고, 하도급사는 하도급 대금수령 증빙을 발주청에 제출한다.

그러나 공정위 하도급법에 이미 엔지니어링과 관련해 원도급사가 대금수령 후 15일이내에 하청업체에 지급하도록 명시됐다. 사실상 국토부 하도급관리지침은 경제민주화, 중소기업보호 등의 취지가 반영된 공정위 하도급법을 그대로 준용했으며, 5일 이내 하도급 대금지급 내역을 발주청에 지급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이미 공정위 하도급법에 준하는 15조 1항, 2항만으로도 대금지급측면에서 효과가 거의 같아, 3항, 4항이 없어도 충분히 대금지급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뒤이어 “공정위 하도급법에 법위반사항이 될 만한 것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있고 적극적인 처벌요소가 있다”며, “협력회사와 장기적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일을 하고 있고, 설사 지침에 어긋나면 공정위 하도급법을 근거로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애당초 공정위 하도급법에 엔지니어링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어봐야 한다고도 비판했다. “2005년도 공정위 하도급법 범위에 엔지니어링과 서비스업이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법조항이 전부 시공사와 제조업에 맞춘 법인데 엔지니어링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하도급법 범위에 넣기만 했다.”

√ 과다한 행정비용 낭비 우려… 엔지니어링의 특수성 존중해야
업계 관계자들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적기에 보상받도록 강제하는 국토부의 하도급관리지침의 취지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의 특성상 적기에 돈을 주기 어렵다”는 점과 “하도급지급 내역을 발주청에 매번 통보해야 하는 행정비용이 과도하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제조업과 다르게 리포트를 메일로 주고 받는 엔지니어링은 명확히 준공기일부터 성과물이 들어온 날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공정위 하도급법에 따르면 선금은 15일, 기성 및 준공금은 60일 이내에 제출해야하고, 대금지급 날부터 60일이내 지급했는지 여부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선금이든 준공금이든 대형사라 하더라도 실제 하도급법을 따라 15일로 맞추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청업체가 공정위에 제소하면 공정위는 목적물취득일, 통상 세금계산서 상의 날짜로부터 60일 이내로 조사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의 하도급법이 엔지니어링에 맞지 않는 기준이란 논리다.

E사 관계자는 “대금이 들어오면 총무부에서 결제 후 하청업체에 입금한다. 입금 후 기술담당에게 알려주고 외주담당이 인지해 5일 만에 공문을 만들어 접수해야 한다”며, “지난해 재정사업 중 설계분야 하도 건수가 700건 정도였는데 행정력이 어마하게 들것이다”고 전했다.

뒤이어 “이런 부작용을 줄이려면 일단 제15조 3, 4항 도입을 철회하고 일단 전산시스템 구비 등 선결과제가 필요하다”며 “경제민주화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행정효율부터 따져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공청회에 참석한 F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정책발표에만 시간을 쓰고 청중질의엔 30분도 채 주지 않는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추가질의 사항은 관련 협회나 학회 통해서 전해달라“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