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진흥’ 건설기술진흥법, 다시 전면개정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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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진흥’ 건설기술진흥법, 다시 전면개정 해야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5.07.3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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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학회 건진법 포럼, 롤 모델로 미국 ‘브룩스법’ 소개
건기법, 방글라데시 법안보다 낙후… 한국, 발주처 기술역량 낮아 QBS 불가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건설기술진흥법이 취지와 달리 무늬만 진흥에 그치자, 업계와 학계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글로벌 기준에 맞게 다시 전면개정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견해는 30일 대한토목학회가 ‘건설기술진흥법의 역할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제4회 미래정책포럼’에서 제기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진경호 박사는 “지난해 5월 건진법 전면개정안이 공포됐는데, 직후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75%이상이 건진법이 감리를 CM으로 덮어씌워 해외시장 진출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했다”며, “특히, 이달부터 설계단계부터 가설구조물 구조검토를 의무화한 건진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는데 3월 입법예고 당시부터 줄곧 설계업계와 시공업계의 갈등이 악화일로에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이복남 교수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구분하는 인식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시공을 모르는 사람이 설계를 하고 설계를 모르는 이가 시공을 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그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국가가 한국뿐일 것”이라며, “계약을 따로 할 수 있어도 기술자는 호환이 되어야한다”고 꼬집었다.

진 박사는 특히, 무늬만 진흥에 그치고 있는 건진법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미국 엔지니어링업계 대다수가 환영하는 미국의 ‘브룩스법’을 참고할 만한 롤 모델로 제시했다. “브룩스법은 연방기관이 계약에 의해 건축, 설계 및 관련 서비스를 수행할 회사를 선정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역량에 근거해 업체를 선발할 수 있도록 명기한 이 법안은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40개 이상주에서 적용하고 있다.”

▼ 업계, “건기법, 방글라데시보다 낙후”… “글로벌 기준에 따라 전부개정해야”
업계는 현 건진법은 전면개정 취지처럼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거나 업역간 장벽을 제거하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평화엔지니어링 조충영 사장은 “해외서 적용하는 실비정액방식이나 QBS 평가방식 등이 국내 시장에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설계자가 감리자로 감리자가 설계자로 넘나들며 역량발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때문에 시공역량이 없는 자가 설계를 하고 설계역량이 부족한 자가 감리를 하는 절름발이 형국이다”고 꼬집었다.

특히, 조 사장은 “해외사업을 해보니 한국 법제도는 방글라데시 법안보다도 낙후됐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최근 산업부는 엔지니어링제도개선 TF를 구성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사실상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전면개정을 준비 중에 있다”며, “건진법도 건설엔지니어링진흥법으로 대폭 개정돼야 국가적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엔법과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다만, 업계는 비록 법안이 전면개정 되더라도 엔지니어링을 컨설팅이 아닌 용역으로 치부하는 문화부터 개선돼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관련해 조 사장은 “엔지니어링은 저부가가치 3D가 이니라 기술기반의 컨설팅 영역인 만큼 국가계약법에서부터 엔지니어링을 용역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계, “한국, 발주처 기술역량 낮아 QBS 불가”… “기술상한선 있는 건진법 이해 안돼”
학계에서는 발주자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해서라도 발주자의 기술적 눈높이를 높여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은 선수요 후공급 산업인 만큼 발주자 역량강화가 선행돼야한다는 것.

이복남 교수는 “건진법 1조에 건설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해 건설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산업을 진흥한다는 법안 목적이 명기됐다”며, “그러나 건진법에서는 기술자에게 기술상한선을 제한한다. 해외에도 건진법과 같은 규제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설계사건 기공사건 하나같이 제안서에 요란할 정도로 많은 자료를 붙이는데 발주처의 제일 말단 인력이 이를 평가한다”며, “외국의 경우는 기술자의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데 한국은 기술자가 아닌 자가 평가한다”고 꼬집었다.

뒤이어 이 교수는 “QBS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발주자의 기술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의 현 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반면 미국은 발주자가 역량이 없다면 브룩스법에 따라 CM 등 관련 전문가를 고용하고 기술적 눈높이를 높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고 전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기술정책과 정태화 과장은 “이날 지적된 사안에 대해 추후 검토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뒤로 미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토부가 주최한 수많은 토론회에서 의견을 개진한 바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토부는 법안 이름만 바꾸고 업계를 위한 개혁에는 소극적이었다”며, “과연 국토부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전면적인 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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